Pink Floyd – Echoes: The Best Of Pink Floyd – EMI, 2001 격조와 장삿속이 잘 어우러진 베스트 음반 라이브 레코딩이나 박스 세트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내놓은 ‘베스트’ 음반은 모두 네 종류인데, 초창기 시드 배릿(Syd Barrett) 시절의 곡들을 중심으로 편집한 [Relics](1971), 아쉽게나마 전성기 대표곡들을 모아놓은 [A Collection Of Great Dance Songs](1981), [The Dark Side Of The Moon] 이전까지의 자질구레한 노래들과 미발표곡 “Embryo”를 수록한 [Works](1983),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매된 2CD 음반 [Echoes-The Best Of Pink Floyd](이하 [Echoes]로 표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Echoes]는 위에서 열거한 여타 베스트 음반들이 지닌 얼마간의 아쉬움을 거뜬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즉, 핑크 플로이드처럼 컨셉트 앨범 위주의 대작 지향 밴드로부터는 ‘싱글 히트곡 모음집’이라는 개념은 확실히 어색하다. 물론 “Money”라든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라갔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그리고 언제나 사랑 받는 불후의 명곡 “Comfortably Numb” 같은 싱글 개념의 대표곡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팬들에게 있어선 핑크 플로이드, 하면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나 [Animals], [The Wall], [Final Cut] 같은 ‘앨범’이 퍼뜩 떠오르는 게 정확한 현실이다. 하지만 [Echoes]는 ‘2CD’라는 시공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추고 출발하는 기획물이라, 기존 베스트 음반들이 안고 있던 제약을 거뜬히 뛰어넘는다. 즉 이들의 대표곡이지만 그 방대한 곡 길이로 ‘편집’해 낼 엄두를 못 내던 “Echoes”나 “Shine On You Crazy Diamond” 같은 노래들이 거의 ‘통째로’ 이 [Echoes] 음반에 수록된 것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도 서슴지 않은 관계로, [Echoes]는 핑크 플로이드의 활동 여정을 거의 빠뜨림 없이 포괄한 보기 드문 베스트 음반이 되었다. 물론 두 장의 CD로도 이들의 광대한 음악 세계를 전부 포함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으리라. 즉 [More], [Ummagumma](특히 스튜디오 녹음 트랙), [Atom Heart Mother], [Obscured By Clouds] 같은 이들의 ‘숨겨진’ 음반들로부터 뽑아온 트랙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빠진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중심의 후기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들이 충실히 수록되어 있는 것과는 무척 대조되게 말이다. 반면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존재하는데 [Wish You Were Here]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이 음반의 수록곡 수가 다섯 개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물론 있지만, 앨범 절반 이상의 분량이 [Echoes]에 들어갔다는 점을 본다면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음반을 통해 처음으로 핑크 플로이드의 존재를 접한 이들이, 과연 [Wish You Were Here]에 선뜻 손이 가겠느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과잉’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에게도 적용된다. 즉 “The Great Gig In The Sky”, “Money”, “Time”, “Us And Them” 등의 주요곡들이 몽땅 포함된 터라, 아무리 전설적인 앨범이라도 [The Dark Side Of The Moon] 음반 자체에 눈길이 갈지 의심된다. 물론 이러한 갈등 구조는 베스트 음반과 정규 음반 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마련인 역학 관계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Echoes]는 베스트 음반으로서는 최상이라 해도 커다란 무리가 없다. 뭐니뭐니 해도 이 음반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핑크 플로이드의 역사 전체를 부족함 없이 솜씨 좋게 개괄하는 집약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거대한 명성을 풍문으로는 들었지만 미처 다가갈 엄두를 못 냈던 어린 팬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이들을 잊지 못하는 장년층에게는 핑크 플로이드와 얽힌 추억을 간편 모드로 빠르게 훑을 수 있는 회고록의 기능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업적’인 기본 의도 외에도, [Echoes]는 나름대로 차별화 된 포인트를 몇 가지 갖추고 있다. 즉 로저 워터스나 데이빗 길모어보다는 짧고 굵었던 시드 배릿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를 더욱 참신하게 여기는 현 비평 풍토에 발맞추어, 시드 배릿의 보컬이 들어간 트랙을 다섯 곡이나 포함시켰다(“Astronomy Domine”으로 시작하여 “Bike”로 끝나는 음반 구성 또한 이를 노골적으로 의식했다고 보아야 한다). ‘베스트 음반’의 상품성을 강화시켜주는 덕목 중 하나인 ‘미공개 보너스 트랙’도 “When The Tigers Broke Free”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The Wall] 오리지널 음반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노랫말만 표기되어 있었다) 또 하나의 트랙 “What Shall We Do Now?”까지 들어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아트워크와 각 트랙의 보컬이 누구였는지 상세히 밝혀져 있는 부클릿은 충분히 미덥다. 핑크 플로이드의 주요 음반에 담긴 노래들이 끊어지지 않고 몽땅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Echoes] 음반도 그런 방식으로 꾸몄다는 사실은 몹시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거물 밴드의 ‘베스트 앨범’에는 친근함과 아쉬움이 이래저래 뒤엉켜 들게 마련이다. 거기서 발산되는 고유의 분위기가 또한 ‘베스트’라는 점을 부각시켜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Echoes]는 전반적으로 아쉬움보다는 반가움과 만족감이 더욱 두드러진 성공적인 베스트 음반이다. 본래 발매 목적인 상업성에 충실하면서 적절한 품격도 갖춘 썩 괜찮은 음반인 것이다. 20011225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수록곡 Disc 1 1. Astronomy Domine 2. See Emily Play 3. 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 4.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5. Echoes 6. Hey You 7. Marooned 8. The Great Gig In The Sky 9. Set The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 10. Money 11. Keep Talking 12. Sheep 13. Sorrow Disc 2 1. Shine On You Crazy Diamond 2. Time 3. The Fletcher Memorial Home 4. Comfortably Numb 5. When Tigers Broke Free 6. One Of These Days 7. Us And Them 8. Learning To Fly 9. Arnold Layne 10. Wish You Were Here 11. Jugband Blues 12. High Hopes 13. Bike 관련 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메아리를 위해 내 안에 벽을 쌓았다 – vol.4/no.1 [20020101] 핑크 플로이드, 영욕의 35년의 디스코그래피(incomplete version 1.1)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Saucerful Of Secret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Ummagumma]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tom Heart Mother]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Meddl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Obscured By Cloud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nimal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Wall]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Final Cut]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Momentary Lapse Of Reas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ivision Bell]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Amused To Death] – vol.4/no.1 [20020101] Syd Barret [The Madcap Laughs] – vol.4/no.1 [20020101] 관련 사이트 Pink Floyd 공식 사이트 http://www.pinkfloyd.com Pink Floyd 팬 사이트 http://www.pinkfloy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