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Floyd –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 EMI, 1967 영국 싸이키델릭의 기념비 1965년경 런던에서 결성된 시그마 식스(Sigma6)를 모태로 몇 번의 밴드 이름 변경과 멤버 교체를 통해 탄생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라는 이름은 두 명의 미국인 블루스 기타 연주자 핑크 앤더슨(Pink Anderson)과 플로이드 카운씰(Floyd Council)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이는 이들의 초창기의 음악적 지향점이 어디였는지를 잘 알려준다. 하지만 1960년대 중후반 이들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미국에서 건너온 싸이키델릭 음악이었으며 이들은 영국 내에서 이러한 흐름을 가장 창조적으로 받아들인 밴드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데뷔작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은 이후의 이들의 음악적 특징과는 다소 별도로 영국 싸이키델릭 록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데, 그 중심에는 알다시피 시드 배릿(Syd Barrett)이라는 그룹의 초창기 리더가 존재한다. 영국의 싸이키델릭 록의 본거지로 평가되는 UFO클럽 등지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이들은 1967년 초 EMI와 계약하여 “Arnold Layne”, “See Emily Play”등을 발표한다. 초기의 리듬앤블루스의 영향에서 벗어난, 시드 배릿의 시니컬하면서도 묘한 위트가 있는 보컬과 릭 라이트(Rick Wright)의 오르간 연주는 이들의 초창기 음악적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초기 음악에서 시드 배릿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었는데, 사운드에 화려한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펙트 효과를 시도하고, 이에 가공의 이야기나 외계를 연상시키는 가사를 결합시키고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는 라이트 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싸이키델릭 록 특유의 몽환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의 시도가 대부분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다(또한 이는 약물과도 매우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시도가 구체화된 것이 이 앨범의 “Astronomy Domine”, “Interstellar Overdrive”와 같은 곡들이다. 분화된 트랙에서 다양한 효과음들을 사용하여 일종의 공감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는 이들의 음악의 큰 출발점이기도 한데, 이후의 이들의 음악들과 비교해 본다면 매우 정돈되어 있지 않은 실험의 결과물처럼 느껴진다(물론 초기의 라이브 부틀렉 사운드와 비교해서 들어본다면 이 앨범의 사운드가 훨씬 정돈되어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시드 배릿의 기타연주는 지나칠 정도로 거친 피드백으로 무조의 불협화음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릭 라이트의 오르간 또한 수시로 일관성이 없는 듯이 않게 출몰한다.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의 출몰도 구조적인 통일성에 봉사하기보다는 순간적인 낯선 감정의 출몰을 끊임없이 유도하거나 분열(혹은 수시로 폭발)시키는 쪽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그만큼 분열적이고 환각적인 싸이키델리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이들의 이후 작업을 다양한 실험적 요소들의 양식화와 재가공이라고 폄하하는 관점이라면 이러한 원초적인 감성의 사운드에 손을 들어줄 법도 하다. 그러나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의 대다수는 실험주의나 퍼포먼스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다. 위에 언급한 몇몇 곡들을 제외한 많은 곡들은 “Arnold Layne”과 같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그러면서도 무언가 낯설고 희화화된 듯한)싸이키델릭 팝송이다. 이는 어쩌면 이후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가장 큰 차별점을 둘 수 있는 특징인데, 어떤 곡들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촌스러운 멜로디나 효과음, 의성어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Bike”, “Scarecrow”, “Pow R. Toc H.”), 이들은 다소 낡은 팝송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블랙유머같이 뒤틀어진 멜로디로 구성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프랭크 자파(Frank Zappa)와도 유사성이 느껴지지만 자파의 의도적인 비꼬기와는 달리 싸이키델릭 록의 전원주의 혹은 퇴행성과도 연관되는 측면이 더 많다. 우선 앨범 제목부터가 시드 배릿이 좋아하는 [The Wind in the Willows]라는 동화의 한 챕터의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 그의 음악적 지향 또한 이러한 동화적이고 비현실적 세계에 가까이 있었다(이들의 4집 앨범 [Ummagumma] 또한 제목을 갓난아기의 의성어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이는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일반적인 특징이자 비틀즈 등의 모드 문화와도 구별되는, 내향적인 침잠 혹은 극단적 실험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에 나타나는 다소 상이하고 불균질적인 음악적 특성은 이러한 태도와 연관 지어서 바라볼 수 있다(다만 핑크 플로이드라는 그룹의 역사 속에서 반어적인 위트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은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제외하고는 극소수라고도 할 수 있다). 앨범 전면에 드러나는 이러한 퇴행성과 광기는 이후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의 주된 원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특히 초기 핑크 플로이드는 시드 배릿의 탈퇴 이후에도 한동안 그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만 이들의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을 통한 개인의 비일상적 의식세계로의 탐구의 길을 열어준 그룹의 리더 시드 배릿은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퇴행의 길로 접어들어서 대중들에게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후의 핑크 플로이드 혹은 영국 싸이키델릭의 음악적 유산을 일종의 구조적 양식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후의 이들의 여정을 약간은 비판적인 측면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Animals]나 [The Wall]도 그 예외는 아니다, 혹은 그 구조적 양식화의 결정체로 바라볼 수도). 20011225 | 김성균 niuuy@unitel.co.kr 8/10 수록곡 1. Astronomy Domine 2. Lucifer Sam 3. Matilda Mother 4. Flaming 5. Pow R. Toc H. 6. Take Up Thy Stethoscope And Walk 7. Interstellar Overdrive 8. The Gnome 9. Chapter 24 10. Scarecrow 11. Bike 관련 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메아리를 위해 내 안에 벽을 쌓았다 – vol.4/no.1 [20020101] 핑크 플로이드, 영욕의 35년의 디스코그래피(incomplete version 1.1)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Echoes: The Best Of Pink Floyd]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Saucerful Of Secret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Ummagumma]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tom Heart Mother]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Meddl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Obscured By Cloud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nimal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Wall]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Final Cut]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Momentary Lapse Of Reas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ivision Bell]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Amused To Death] – vol.4/no.1 [20020101] Syd Barret [The Madcap Laughs] – vol.4/no.1 [20020101] 관련 사이트 Pink Floyd 공식 사이트 http://www.pinkfloyd.com Pink Floyd 팬 사이트 http://www.pinkfloy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