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101614-0401pinkfloyd_obscuredPink Floyd – Obscured By Clouds – Capital/EMI, 1972

 

 

프로그레시브 밴드가 연주하는 팝 음악

만약 당신이 영화음악이 단순하게 영화의 보조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영화와는 상관없이 ‘영감에 의해 만들어진 곡(inspired of the movie)’으로서 새로운 상술일 뿐이라며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그래서 서로 독자적인 성격임에도 영화와 음악이 일치되지 못하고 나아가 평등관계가 무너져 늘 영화 속에서 음악은 그것에 종속되어버린다고 느낀다면, 설혹 그들이 균형을 이룬다 한들 음악은 영화 속의 장면에만 국한되어 이미지 연상의 촉매제 역할에 머무르며 나름대로 지닐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의 발산을 제한 받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연주한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평온한 인생을 즐기던 프랑스 영사의 아내 비비안이 구름 속에 가려진 비밀의 계곡에서 겪게되는 새로움을 그린 영화 [구름에 가린 계곡](The Valley Obscured By Clouds)(1972)은 [행운의 반전](Reversal Of Fortune)(1990), [위험한 독신녀](Single White Female)(1992) 등을 감독한 바벳 슈로더(Barbet Schroeder)의 초기 영화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미 핑크 플로이드는 1969년에 바벳 슈로더의 데뷔작인 [More]의 사운드 트랙을 담당한 적이 있었기에 본 앨범이 그들에게나 대중에게 그리 낯선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 ‘주절거렸던’ 영화음악의 불완전성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본 작품은 여타 핑크 플로이드 앨범들 중에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 중 하나일수도 있는데(물론 이러한 사실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서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사운드트랙이라는 틀이 음악을 새롭게 발효시킬 수도 있다는 선험론을 제시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이 앨범이 [Meddle](1971)과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는 연대기적 특성이 하나의 이유이며 한편으로 영화음악이라는 속성으로 인하여 평균율의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영화는 족쇄라기보다는 오히려 강박증의 해소를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인지할 수 있는 까닭은 [Obscured By Clouds]가 두 가지 속성으로 전체를 구성하는바, 영화의 보조수단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가 연주하는 프로그레시브의 전형성이 혼재되어 새로운 느낌을 창출하는데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라면 수록된 모든 곡들이 영화음악에 맞게 편집되어, 짤막하게 매듭지어지거나 도중에 페이드 아웃(fade-out)되어버리는데 있다. 그것은 마치 각각의 곡들이 시간관계상 1절만 연주하고 나머지는 생략된 것처럼 느껴지며 “Obscured By Clouds”나 “When You’re In”은 충분히 5분은 넘을 듯한 대곡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3분 안팎에서 주저앉는 것을 보면 아쉬우면서 싱겁기도 하다. 만약 뒷부분으로 갈수록 소리가 잦아지지만 않는다면 어디서 끝날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일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양자로 인한 절충성은 아트록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팝적인 감각을 담게되고 앞서 적었던 ‘혼성감’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다. 가령 “The Gold It’s In The…”는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하드록적인 분위기이며 “Free Four”는 멜로디로만 생각한다면 영락없는 70년대 포크풍이다. 하지만 그 틈새를 채우는 기타연주는 마치 도끼로 작렬하듯 강렬하며 기타솔로는 즉흥적인 느낌을 연출하여 초반과는 상반된 느낌을 전달한다. 이런 식의 효과는 “Stay”도 마찬가지인데,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계열의 음악을 듣듯 잔잔히 울리는 피아노를 보듬으며 이어지는 와와 기타사운드는 무리하지 않게 보컬로 이어지지만, 이후 반음의 단조로 인하여 분위기는 점차로 상승되고 기타솔로가 마무리를 짓는 식이다. 나아가 어쿠스틱한 “Wot’s… Uh The Deal”은 브레드(Bread)나 길버트 오 설리번(Gilbert O’Sullivan)의 노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어깨에 힘을 빼고 부른다. 하지만 “Absolutely Curtains”의 공명감은 원초적인 핑크 플로이드의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음악으로 원주민의 후렴은 영화주제와 어울리게 ‘야성의 날것’이 흠뻑 담겨있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점차로 핑크 플로이드적인 색채가 성립되어지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화음악이라는 한계에 부합하고자 조금 나긋한 멜로디의 음악을 접목시키니, 프로그레시브라는 줄기로 따져볼 때 후자 쪽으로 무게중심이 더 기울여져 있는 듯 하다. 물론 본 음반이 전적으로 팝 음악만을 연주한 것은 아니어서 여러 곡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후 이 앨범에서 드러낸 팝적인 미감을 이후로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까닭에 사뭇 기념비적인 흔적이 아닌가 하련다. 20011227 | 신주희 zoohere@hanmail.net

7/10

수록곡
1. Obscured By Clouds
2. When You’re In
3. Burning Bridges
4. The Gold It’s In The…
5. Wot’s… Uh The Deal
6. Mudmen
7. Childhood’s End
8. Free Four
9. Stay
10. Absolutely Cur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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