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Floyd – The Wall – EMI/Columbia, 1979 1970년대 거대 스타디움 록의 반성적 자기 고찰 1970년대 후반 대중음악계의 중심적 이슈였던 펑크 록에 대한 공격의 중심에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비롯한, 소위 거대 스타디움 록 밴드들이 있었다. 특히 핑크 플로이드를 위시한 예스(Yes)나 이엘피(ELP)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의 밴드들에게 1970년대 후반은 몰락의 시기였다. 대규모의 공연장비와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라이브무대와 거장적(혹은 과시적) 연주는 미학적 측면에서는 쓰리 코드주의의 원초성을 앞세운 펑크에 공격받고, 한계에 봉착한(혹은 상업적인 고려에 의한 가식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음악적 실험에 대한 저조한 호응도와 전세계적 불황에 따른 경제사정의 악화들은 ‘풍요의 자식들’인 이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종국적으로 해체의 길을 걷거나(킹 크림슨(King Crimson)), 이전의 자신들의 지향과는 다소 상반되는 대중적인(혹은 상업적인) 방향의 음악을 하게 된다(예스, 제네시스(Genesis)). 그러나 핑크 플로이드에 있어서 1970년대 후반은 오히려 거대 스타디움 록의 대표밴드로서의 그들의 입지를 확고히 한 시기였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기점으로 대중과 비평계 양쪽에서 모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들은 또한 록 슈퍼스타덤에 대한 반성적인 태도를 가진 몇 안 되는 공룡 밴드중 하나(모순적이지만)였다. 특히 이들(정확히 말하면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은 [Animals]를 기점으로 주된 관심사를 개인의 내면이라는 지평에서 개인 외부의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동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주제의식의 절정이 바로 1979년작 [The Wall]이라고 할 수 있다. 1) 벽 속 벽돌들의 광기 어린 나르시시즘 흔히 알려졌듯이 [Animals] 이후 밴드의 전권을 행사한 로저 워터스가 전체적인 작사와 작곡을 대부분 도맡아 한 이 앨범은 다분히 워터스 개인이 직접적으로 투영된 ‘핑크(Pink)’라는 가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2장 짜리 컨셉트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영미권의 차트를 휩쓸며 엄청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여러분은 결국 그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게로군. 저 약쟁이의 몽환상태가 주는 어지러움의 스릴을 맛보기 위해서겠지. 그런데 명랑하기만 한 그대들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지 않던가? 그것은 결코 당신들이 목격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지? 만약 여러분이 이 차디찬 시선들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In The Flesh” 가사 중 일부) 앨범의 주된 내용은 워터스의 가상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록 스타 핑크의 불우한 성장과정 (2차 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 과잉보호로 일관한 어머니(“Mother”), 억압적인 영국의 교육환경(“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과 성인이 되어 사랑을 하고 록 스타가 되는 과정 중에 그를 둘러싸고 있는 억압적 환경 속에서 서서히 자아를 상실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억압과 구속들은 낱낱의 벽돌이 되고(“Another Brick In The Wall”), 결국엔 그와 세상 사이의 단절을 야기하는 벽이 되고 만다. 이러한 소재는 이전까지 인간(특히 개인)의 내면의 광기와 불안함 등을 주된 소재로 즐겨 다루던 이들이 [Animals]의 외부적인 부분으로의 방향선회 이후 다시 자신들의 내면의 모습을 역으로 비추어 보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외면적인 삶의 부조리를 다시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내고, 이를 통해 다시 벽 속에 가로놓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조망하여 다시 전체적인 사회구조의 비판으로 선회하는(“Waiting For The Worm”, “The Trial”)방법론을 통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재고찰한다는 것이다. 2) [(슈퍼스타덤의 이면)의 고찰]의 이면 1970년대 후반기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적 변화 중의 중요한 부분은, [Animals] 이후 키보드의 비중이 급격히 약화된 기타 중심의 밴드가 되고 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초창기의 실험을 정련화한 이들의 대표작 [The Dark Side Of The Moon] 이후 지속되어 온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안정된 스타일의 정착을 통한 대중적인 성공(이 앨범은 빌보드에서 가장 오랜 동안 차트에 머무르기도 한 앨범이다)은 한편으로는 이들 스스로 하여금 거대한 부와 명성을 가져오게 하였지만 동시에 “Have A Cigar” 같은 곡에서 표현되는 압박감과 자조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된 태도 속에서 나온 이들의 음악들은 묘하게도 당대의 펑크 록의 영향을 받은 건지(?) 간결해지고 단순한 사운드의 반복이 위주가 된다. 이는 [The Wall]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전체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컨셉트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곡들에 있어서는 상당히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에너지를 뿜고 있는 곡들이 많다. 너무도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를 비롯하여 “Young Lust”, “Run Like Hell” 같은, 이 앨범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들에서 나타나는 공격적 에너지는 사실상 이들이 당대의 시대적 조류를 발 빠르게 수용(혹은 착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가장 두드러진 주조는 밥 에즈린(Bob Ezrin,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프로듀서로 유명한)과 워터스가 함께 창조한, 일종의 씨어터 록(theater rock)적 특징이다(그런 까닭에 쉽게 영화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앨범의 서두를 여는 “In The Flesh”에서부터 대미를 장식하는 “The Trial”까지 동일한 인물의 행적을 좇아가는 이러한 구성상의 특징은 외면적으로 허술해 보이는 데 반해 실제적으로는 상당히 자기 완결적이다. 다만 그것은 이전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처럼 다양한 사운드의 입체적 실험을 통한 공감각적 체험을 중심으로 놓은 것이 아닌, 주된 내러티브에 종속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는 피폐해진 한 록 스타의 내면의 초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우 많은 팬들 앞에서 연주를 했죠. 그들 중 일부는 우리의 연주를 보러왔지만, 대부분은 그저 넓은 스타디움에서 맥주나 마시러 우리의 공연장에 나타난 것 같았어요. 결과적으로 그들의 그런 모습은 우리가 연주를 하면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험이 되었죠. 전 우리와 관객들 사이의 벽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고, 그런 느낌의 표현이 이번 앨범으로 나온 거죠…. (중략) ….제 기억에 1977년의 마지막 공연에는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에서 80,000명이 있었어요. 저는 공연 중 무척 화가 났고, 맨 앞줄의 사람에게 침을 뱉었죠. 그는 괴성을 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무대와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죠. 그가 원한 것은 단지 선의의 폭동 같은 거죠. 하지만, 제가 원한 것은 훌륭한 로큰롤 공연이었죠. 결국 전 무척 화가 났고 그에게 침을 뱉었죠.. 그건 누구에게나 더러운 짓이지만… 하여간, 여기서 말하려는 건 외로움에서 시작된 파시스트 감정이죠.” (로저 워터스, [The Wall] 앨범 발표 후 가진 BBC와의 인터뷰 중에서) [Animals] 공연 시의 해프닝에 대한 워터스의 이 발언에서 드러나듯 외면적인 성공 속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와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에 대한 거리감(벽으로 상징되는)은 이 앨범을 만들게 된 중요한 계기이다. 한편으로는 슈퍼스타덤의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정치적으로 좌파적이고 급진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순 전체를 인지하고 다시 객관적 시점에서 개인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것이다. [The Wall]에서의 반성적 사유는 계속 자폐화되는 내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Goodbye Blue Sky”같은 반전을 소재로 한 곡들을 예로 들 수 있지만 이는 지극히 ‘객관적’인 사실을 노래한 곡들이지, 개인과 사회 사이의 충돌이 묘사된 예는 드물고 계속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Comfortably Numb”) 자폐적인 의식이 주된 정서를 이룬다. 이 기저에는 타인에 대한, 특히 대중에 대한 상당한 불신이 강하게 드러나며 위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나듯 아티스트로서의 특권 의식과 비슷한 느낌이 묻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이는 백만장자 록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싸이코 모노드라마로 폄하될 측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이후에 행한 대규모의 투어(The wall tour)에서 두드러졌던 기술적 효과와 엄청난 무대 장치 역시도, 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개인의 소외와 단절, 슈퍼스타덤에 대한 비판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대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록 기업의 전형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The Wall]과 당시의 공연은 분명 록 음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사적 사건이다. 개인의 실존과 사회에 관한 진지한 고찰이든 아니면 단순한 백만장자 로커의 모노 드라마이든 이러한 이들의 시도가 당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반향은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이 음반의 가치는 일단 성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980년대의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랬던 듯하다(그러한 가치가 지금에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는 좀더 진지하고 사려 깊은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20011225 | 김성균 niuuy@unitel.co.kr 7/10 수록곡 Disc 1 1. In The Flesh? 2. The Thin Ice 3.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1 4. 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 5.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6. Mother 7. Goodbye Blue Sky 8. Empty Spaces 9. Young Lust 10. One Of My Turns 11. Don’t Leave Me Now 12.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3 13. Goodbye Cruel World Disc 2 1. Hey You 2. Is There Anybody Out There? 3. Nobody Home 4. Vera 5. Bring The Boys Back Home 6. Comfortably Numb 7. The Show Must Go On 8. In The Flesh 9. Run Like Hell 10. Waiting For The Worms 11. Stop 12. The Trial 13. Outside The Wall 관련 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메아리를 위해 내 안에 벽을 쌓았다 – vol.4/no.1 [20020101] 핑크 플로이드, 영욕의 35년의 디스코그래피(incomplete version 1.1)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Echoes: The Best Of Pink Floyd]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Saucerful Of Secret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Ummagumma]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tom Heart Mother]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Meddl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Obscured By Cloud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nimals]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Final Cut]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A Momentary Lapse Of Reason] – vol.4/no.1 [20020101] Pink Floyd [The Division Bell]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 vol.4/no.1 [20020101] Roger Waters [Amused To Death] – vol.4/no.1 [20020101] Syd Barret [The Madcap Laughs] – vol.4/no.1 [20020101] 관련 사이트 Pink Floyd 공식 사이트 http://www.pinkfloyd.com Pink Floyd 팬 사이트 http://www.pinkfloy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