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094312-0401pinkfloyd_divisionbellPink Floyd – The Division Bell – Columbia/Sony music, 1994

 

 

베스트 앨범보다 더 베스트다운 핑크 플로이드 입문서

베스트 앨범 같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부재로서,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패착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아울러 ‘공룡’이 화석의 재로 남게 되었다거나 안일한 태도와 신비주의적 분위기(그것은 이미 로저 워터스가 없는 가운데 세 명의 멤버가 모여 만들었던 [A Momentary Lapse Of Reason](1987)이후 근 7년만의 새로운 정규 앨범이라는 분위기가 한몫 했을 테지만)의 혜택을 받아 과대 포장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부 청자의 반응이란 것이 “이제 핑크 플로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체념인데, 비록 그러한 짐작을 가능하게 하는 결과물을 손에 들고 있다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것이 [The Division Bell]에서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참여한 뮤지션의 연주와 세션, 악기구성은 더없이 풍성하고 화려한 이번 앨범은, 그러나 감정의 극한에 치닫지 못한 채 오르골(orgel)보다 못한 반복과 상투성으로 점철되어 버렸다. 그것은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 미처 고개를 넘지 못하고 끝내는 아쉬움만 남게되어, 환상성과 블루스 코드의 불협화음은 21세기형 신파, 통속, 멜랑콜리 분위기로 범벅을 만들어 놓게 된다. 결정적으로 [The Division Bell]의 치명적인 약점은 모든 곡들이 앨범 타이틀처럼 ‘단절(Division)’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 관한 컨셉트 앨범을 표방한 앨범에서 음악이 단절되었다는 것은 일찌감치 조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노이즈가 강한 이펙터 효과와 자연음들, 영롱한 피아노소리로 첫 연주곡 “Cluster One”이 시작되지만 이어지는 “What Do You Want From Me”와의 트랙 구분 없는 연결은 ‘인위적’인데, 이러한 ‘인위적 연결’은 이후에도 몇 번 더 반복된다. 그렇지만 어떻게 기술적 효과만으로 곡과 곡의 낙차를 동등하게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점으로 곡들의 단절은 보다 명백해지고 한번에 꿰는 연결고리는 기대하기 힘들어 진다.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악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음악은 적당히 폐쇄적이고 나른하며 신비로워 “Marooned”는 옛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지만 “Poles Apart”나 “Wearing The Inside Out”, “Coming Back To Life” 등은 적당히 블루지하면서도 적당히 대중적이다. 이런 곡들의 경우 그 동안 핑크 플로이드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분위기일 테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익히 들어왔으니 오히려 서글픈 느낌이 든다. 그런 만큼 청자를 끝까지 몰아가기보다는 고저를 오르락거리며 감성에 호소를 하니 진부해져,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아무튼 모든 곡은 4분 이상의 시간으로 자리를 묵직이 지키고 있고 여러 사람의 협공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가사의 경우 대부분 데이빗 길모어와 그의 동거인이었던 폴리 샘슨(Polly Samson)이 공동으로 썼다. 이러한 점으로 음원은 전보다 풍성하고 화려하게 들리겠지만 최소의 여건으로 최대의 음향을 만들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동시에 여러 악기들의 연주가 명백하게 삽입되어있으니 화려해지고, 전체적으로 블루스의 색감이 덮여있어 나른하며 동시에 기억의 흔적을 쓸어내려 여느 베스트 앨범보다 더한 ‘친숙함’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11번의 히든트랙인데, 종소리가 아련해지고 약 30초 후에 전화통화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Great”라는 속삭임마저 마치 자조 섞인 위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처음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이러한 부족함이 단 한사람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사람’이 핑크 플로이드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율이 높았겠지만, 곡과 곡의 구성력을 제공했다지만 이번 앨범의 부족함은 그것을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뻔뻔히’ 내세워 (새삼스레) 홀로 서기를 감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작위의 작위성이며 부정의 부정이고 폭로의 폭로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A.I.]에서 후반부를 늘어트려 자신의 유아적 상상력을 스스로에게 폭로/고발했듯이, 이 앨범이 핑크 플로이드에게는 2기 시대를 고별하면서 3기를 여는 전초전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그들은 전형적인 ‘인파이터'(in-fighter)들이다. 20011227 | 신주희 tydtyd@hotmail.com

4/10

수록곡
1. Cluster One
2. What Do You Want From Me
3. Poles Apart
4. Marooned
5. A Great Day For Freedom
6. Wearing The Inside Out
7. Take It Back
8. Coming Back To Life
9. Keep Talking
10. Lost For Words
11. High 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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