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084946-0401bestjazz_ketilbjornstadKetil Bjornstad – Grace – Emarcy, 2001

 

 

탐미적 피아니즘의 절정

케틸 뵈른스테드(Ketil Bjornstad)의 신작 [Grace]를 가장 쉽게 비교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은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이 부르는 중세 카톨릭 성가에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색서폰 즉흥연주가 뒤섞여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가져왔던 1990년대 ECM 레이블의 대표작 [Officium]이다.

[Grace]는 16-17세기 영국의 교회감독 겸 시인이었던 존 던(John Donne)의 시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언뜻 들려오는 중세풍 보컬의 신비함, 여전히 앨범 전체를 하나의 느낌으로 일관되게 구성해내는 음악을 다루는 일관된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Officium]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슷하면서도 감동적인 점은 [Officium]의 꽉 짜인 형식미 안에서 얀 가바렉이 보여주었던 탐미적이면서 자유로운 즉흥연주가 [Grace]의 케틸 뵈른스테드가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에서도 느껴진다는 점이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면서 전체의 느낌을 통일시키는 역할을 하는 “No Man Is An Iland”의 중세풍 성가의 느낌은 북유럽의 전통음악 같은 소품 “The Bait”나 조금은 팝적인 느낌까지 주는 “The Anniversary”, “The Indifferent”등 앨범 내내 지속된다. 이는 연주만으로 이루어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내야 그 묘미를 체감할 수 있었던 전작 [Epigraphs](ECM, 2000)의 난해함보다는 훨씬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앨범의 백미는 보컬을 중심으로 한 탐미적 낭만이 가장 강조된 “Lovers’ Infiniteness”의 아득한 감정표현, 그리고 숨막히는 인터플레이 속에서도 내달리는 케틸 뵈른스테드의 피아노와 색서폰(Bendik Hofseth)의 자유로움이 순간의 일체감을 체험케 하는 “Grace”이다.

[Officium]으로 대표되는 ECM의 모색과 실험이 케틸 뵈른스타드에 이르러 원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 여전히 신비롭지만 나름대로 친근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다. 20011228 | 박정용 bluetonic@lycos.co.kr

8/10

수록곡
1. No Man Is An Iland…
2. Lovers’ Infiniteness
3. The Bait
4. White
5. The Anniversary
6. Love’s Growth
7. Song
8. Love’s Usury
9. Naked
10. Grace
11. The Indifferent
12. Mystery
13. The Canonization
14. Take A Flat Map…
15. Finale : No Man Is An 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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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Kalleklev Management 사이트
http://www.kalleklev.no
레이블 ECM의 Ketil Bjornstad 디스코그래피
http://www.ecmrecords.com/ecm/artists/1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