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우선 전반적으로 국내 음악계가 한류 열풍, 문화연대의 개혁운동 등으로 해외보다 더 시끌벅적했으며, 해외 음악계는 냅스터와 MP3라는 큰 논란거리로 떠들썩했던 작년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큰 이슈가 적었던 해였다. 번호는 편의상 매긴 것일 뿐 중요도 순서가 아니며, 덤으로 [weiv]와 관련된 소식도 적어보았다. 아울러 2002년엔 월드컵을 빌미로 몇몇 기획사에서 추진중인 해외 대형 뮤지션들의 공연이 실제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희소식을 전하며….

1. 문화 연대의 가요 개혁과 가요계 문제들
올 국내 음악계에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문화개혁 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의 가요 개혁운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문화연대는 “한국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2001년 연중 정책포럼”이라는 제목 아래 4번의 포럼을 개최하였고, 연제협-MBC간 갈등과 박진영의 성 담론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포럼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음악 유통구조 개선, 제도 개혁, 문화 환경 개선 등이 큰 주제였던 개혁운동 중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이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다만 음악 산업을 둘러싼 각 구성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 팬클럽 등을 동원한 팬덤 운동의 시도 등의 성과는 있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컴필레이션 앨범의 상업적 대성공, 서태지의 이재수 소송 등의 현상 이면에 작곡가의 저작권이 유린되는 현상이 드러났으며([연가]를 기획한 GM기획의 사장은 모 가수시상식에서 ‘최고 기획자’상을 받았다나), MBC의 “노예 계약” 보도로 인한 연제협과 MBC의 갈등에서 연예인들의 인권 문제가 부각됐다.

관련 글
문화연대 선정, 2001년 문화계 10대 뉴스 – 문화연대
http://www.cncr.or.kr/news/newsContent.html?n_idx=134&page=1
선언문: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와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하며 – 문화연대
http://www.cncr.or.kr/multiboard/multiBoardRead.html?page=1&seq=1&bidx=1&s_key=0&s_string=
문화연대: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어떻게 할 것인가 – vol.3/no.4 [20010216]
MBC vs. 연제협 사태 일지 정리 – vol.3/no.17 [20010901]

2. 한류 열풍
올해 연예계 뉴스의 큰 축을 차지했던 한류 열풍. 클론, H.O.T., S.E.S. 등이 대만,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었으며 특히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파로 서로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서 가요 이외에 록, 힙합 음악의 교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마스터 플랜 소속 뮤지션들은 대만, 홍콩 등에서 공연을 갖고 앨범을 발매했다. 중국 록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는 듯 하다. [weiv]에선 베이징 웨이브가 한동안 연재되었고, 2002년 2월엔 다다, 화얼, 최건 등의 한국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여담이지만 성사되지 않은 ‘소란 2000’ 페스티벌에서는 중국 록 밴드들을 불러 공연하려 했었다.

3. 힙합의 성장 – 주류로 날아오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CB Mass의 대성공은 음악계의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 냈다. 현재 힙합 뮤지션들은 적잖은 수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뮤지션들이 건재하면서도 신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새로운 말을 계속 만들어내며 버티고 있는 현 가요계에서 ‘테크노 댄스’ 이후 ‘하드코어’가 별반 재미를 못 본 상황에서 힙합이 그 뒤를 이을지도 모를 일이다.
힙합의 성장을 올해의 이슈로 뽑은 까닭은 이 흐름에 몇 가지 기대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인데, 힙합 뮤지션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직접 음악을 만들고, 랩을 쓰는 것, (TV의존도는 여전히 크지만) 라이브 공연 선호, 신인들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발굴되는 점 등이다. 매니저, 기획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천편일률적인 음악 스타일, 수동적인 문화 생산 등 주류 가요계의 문제가 일부나마 해결될지 기대해볼 일이다. 또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자리 잡을 공간의 보충과 자격제 수능시험 실시, 자율학습·보충수업 폐지 등으로 인한 여가 시간 확보 등만 보장된다면 좋은 발전을 기대할 만하다.

관련 글
[대중 음악] 주류에 접속한 컴세대 음악 ‘힙합’ – 시사저널

4. 인디 레이블 재편
스팽글, 피드백, 마스터 플랜 등이 문을 닫으며, 인디 문화가 클 물리적 공간이 더욱 더 좁아진 상황에서 강아지문화예술, 모닝힐(옛 레이블 ‘인디’) 등 초기 인디 레이블들의 활동은 거의 죽어버렸다. 올해의 인디 앨범들은 문라이즈, 아임스테이션, 마스터 플랜, 카바레 등에서 주로 발매됐다. 특히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를 주축으로 발기(!)한 문라이즈의 활동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문라이즈는 라이선스와 컴필레이션을 제외하고 4종의 앨범을 발매했고, 전자양은 [weiv] 독자들이 뽑은 2001년 최고 신인이 되었다. 여전히 걱정되는 건 클럽의 생존 여부이다.

관련 사이트
문라이즈 홈페이지
http://www.moonrise.co.kr
아임스테이션 홈페이지
http://www.imstation.com
클럽/레이블 마스터 플랜 홈페이지
http://www.mphiphop.com
카바레 홈페이지
http://www.cavare.co.kr

5. 냅스터의 죽음 – 무료로 음악듣기도 끝
2001년 2월 12일 냅스터(Napster)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와 메이저 음반사들에게 패소했다. 냅스터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음원의 거래”를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5년 동안 10억 달러를 메이저 음반사에게 주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곧 이어 3월부터 냅스터는 특정 음원에 대한 필터링을 시작했다. 이 필터링이 시작된 이후 냅스터 이용자들은 새로운 P2P서비스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으며, 냅스터와 RIAA는 필터링 서비스의 실효력을 갖고 티격태격하기 바빴다. 사람들은 오디오갤럭시(Audio Galaxy), 에임스터(Aimster), 그누텔라(Gnutella) 등으로 옮겨갔다. 한편 냅스터 패소 이후로 한국에는 소리바다의 서비스에 위협이 닥쳤으며 이로 인해 소리바다의 저작권법 위반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냅스터에서 외국 음악을 찾던 한국의 다수 음악팬들은 오디오갤럭시나 PC 통신 동호회의 자료실로 발길을 옮겼다.

6. 소리바다 죽여? 살려?
냅스터 위법 판결의 불똥은 곧 바로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로 떨어졌다. 한국 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 관련 단체들은 2001년 1월 말 소리바다를 고소하며(고소가 언론에 보도된 건 2월 28일이다), 1999년 5월부터 2000억 원대의 손해를 입었고, 소리바다 서비스를 일단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소리바다를 살리기 위한 모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파일 공유의 자유와 저작권 위반’에 관한 논쟁이 다시 한번 일어났다.
곧 토론회가 열리고, 소리바다와 저작 관련 단체들의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큰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한국 음악저작권협회(소리바다 유료화)와 한국 음반산업협회(소리바다 폐쇄)의 입장도 달랐다. 그런 와중에 8월 12일엔 검찰이 소리바다 운영자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했고, 지금도 소리바다에 관한 말들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 글
‘검찰 소리바다 기소’를 보고 – 한겨레신문

관련 사이트
소리바다 살리기 운동 홈페이지
http://my.dreamwiz.com/freesoribada

7. 랩소디, 뮤직넷닷컴, 프레스플레이 등 유료 디지털 음원 배급 시작
냅스터의 패소 이후 디지털 음원 배급의 유료화 추세가 생기는 와중에 5대 메이저 음반사들과 아메리칸온라인(www.aol.com), 리얼 네트워크(www.real.com) 등 미디어 기업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 듀엣(현 프레스플레이)과 뮤직넷닷컴을 만들고 유료 디지털 배급을 2001년 여름에 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제야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
가장 먼저 12월 3일 리슨닷컴이 랩소디(Rhapsody)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뮤직넷닷컴이 뒤를 이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처음에 듀엣으로 알려졌던 프레스플레이닷컴도 곧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뮤직넷닷컴이 월 10달러 정도의 사용료를 받으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사이트
리슨닷컴
http://www.listen.com
뮤직넷닷컴
http://www.musicnet.com
프레스플레이닷컴
http://www.pressplay.com

8. 유니버설 – 오디오 시디에 복제방지 기술 적용
음반산업계는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음원 거래에 이어, 시디 레코더에 의한 음원 복제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유니버설(Universial)은 메이저 음반사 중 처음으로 자사의 제품에 복제방지 장치를 10월 발매 작부터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복제방지 장치의 내용은 시디의 음원을 컴퓨터로 저장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앨범이 이미 발매되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9. 9·11테러와 음악계
9월 11일의 뉴욕 세계 무역센터 빌딩 비행기 테러는 정치·사회계뿐만 아니라 문화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위저(Weezer)와 판테라(Pantera)의 투어를 비롯하여 많은 공연이 중단되었고, 대규모의 자선기금 마련 공연이 발빠르게 치러졌다. 또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Live Scenes From New York] 재킷 그림이 문제가 되자 음반사에서 이미 풀린 앨범을 회수하고 재킷을 교체하여 발매했다(국내엔 오리지널 재킷 그대로 발매). 스트록스(The Strokes)의 [Is This It?] 유럽반과 미국반 수록곡이 다른 원인도 테러 때문이다. 유럽반에 있는 “New York City Cops”라는 곡 중 “New York City Cops ain’t too smart”라는 가사 때문. 한편 미국 라디오 채널 보유사인 클리어 채널 커뮤니케이션스(Clear Channel Communications)라는 곳에선 약 150곡의 방송 자제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엔 테러 이후 오히려 인기를 얻게 된 존 레논(John Lennon)의 “Imagine”도 들어있으며,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은 유일하게 전곡이 걸리는 영광(!)을 안았다. 그런데 이 리스트가 문제가 되었는지 클리어 채널 커뮤니케이션스의 홈페이지(www.clearchannel.com)에서는 “금지곡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볼 수 있을 뿐 리스트를 볼 수는 없다. 한편 탄저균이 밴드 이름인 앤쓰랙스(Anthrax)의 기분은 어떨까. 참고: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는 영화 월간지 [KINO] 2001년 11월호에 성문영이 쓴 “미국 테러 이후의 이모저모” 기사를 읽어 보라.

10. 조지 해리슨의 죽음
2001년 11월 29일 한 시대를 대변했던 밴드 비틀스(The Beatles)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암으로 숨졌다. 조지 해리슨의 죽음은 삽시간에 모든 음악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으며, 며칠 후엔 각 신문의 문화면이나 문화 잡지에 조지 해리슨의 죽음에 대한 수필들이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그룹의 한 사람, 그것도 현재 음악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의 죽음을 왜 그렇게 신문에서 크게 떠드느냐”며 불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대답은 신현준이 쓴 “조지 해리슨: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와 씨네 21에 김봉석이 쓴 “두 천재 사이의 수재”라는 글로 대신한다. 혹시 20대 초·중반, 10대 후반의 사람이 위와 같은 불만을 갖고 있다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죽음과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답해주고 싶다. 한편 조지 해리슨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등과 함께 [Portrait Of A Leg End]라는 이름의 앨범을 만들고 있었다. 또 ‘죽은 장소가 어디냐’는 논란도 지구촌 한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1년 8월 31일엔 알리야(Aaliyah)가 비행기 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알리야는 한국에서 대중 스타가 되었고(사고 전에 알리야가 언급된 뉴스가 몇 개나 있을까), 그녀의 1996년 발매 앨범 [One In A Million]이 재발매되었다.

관련 글
신현준 “조지 해리슨: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

* 부록 – [weiv] 관련
1. 아시아뮤직넷과의 제휴
[weiv]는 2000년 11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아시아뮤직넷(kr.asiamusic.net)과 제휴를 맺고 활동했다. [weiv]에서는 앨범 리뷰를 제공하고, 아시아뮤직넷에서는 웹 호스팅, 디자인, 원고료를 제공하는 계약이었다. 현재는 아시아뮤직넷과의 제휴가 끝난 상태이며, [weiv]의 향후 진로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2. 커뮤니티 활성화
[weiv]는 지난 2001년 동안 컨텐츠의 양도 늘어났지만, 무엇보다 게시판을 통한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이제는 가장 활발한 인터넷 음악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weiv] 카운터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5월에 하루 1500을 넘겼고, 7월엔 하루 2000을 돌파했다(1년 전엔 하루 평균 600정도). 그 과정에서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몇몇 인물들은 [weiv]의 정식 필진으로 영입되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이런 경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011230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