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집계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행여, 잘 듣고 있는 음악들을 괜히 줄 세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나 불편한 심기를 품게 된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weiv] 독자들은 어떤 앨범들을 2001년의 베스트로 생각하는지 궁금해하는 게 비단 [weiv] 편집진만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암튼. [weiv] 독자 선정 2001년 앨범 베스트는 지난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메일과 뮤직보드 게시판을 통해 개인 리스트를 응모 받았습니다. 올해엔 55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1999년의 이벤트에서 15분 정도의 리스트를 받았던 기억과 비교됩니다. 그새 웨이브의 (애)독자들이 참 많이 늘어났음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올해엔 웨이브의 카운터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지요(이와 관련해서는 ‘올해의 이슈’ 글을 참고하세요). 먼저 ‘[weiv] 독자들이 뽑은 2001년의 앨범 베스트’ 전체 순위를 보시죠. 순위는 모든 리스트에서 언급된 횟수로 매겼습니다(krush님이 “디페시 모드 x 10″이라고 쓰셨는데 ‘한 표(!)’로 쳤습니다).

[weiv] 독자들이 뽑은 2001년의 앨범 베스트 전체 순위
1. (13표)
Spiritualized [Let It Come Down] 2. (12표)
Radiohead [Amnesiac] Ben Folds [Rockin’ The Suburbs] Weezer [Weezer(Green)] 5. (11표)
전자양 [Day Is Far Too Long] 6. (10표)
노 브레인 [Viva No Brain] 델리 스파이스 [D] Mercury Rev [All Is Dream] 9. (9표)
The Strokes [Is This It] Daft Punk [Discovery] 11. (8표)
Tool [Lateralus] Bjork [Vespertine] R.E.M. [Reveal] 루시드 폴 [Lucid Fall] 15. (7표)
New Order [Get Ready] Jamiroquai [A Funk Odyssey] Depeche Mode [Exciter] 18. (6표)
Mary J. Blige [No More Drama] Travis [The Invisible Band] Jay-Z [The Blueprint] Air [10,000Hz Legend] 주석 [Beatz 4 da Streetz]

모던 록 강세
이 순위를 보고 정말 ‘모던 록 천하’라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전자 음악과 흑인 음악은 다소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weiv] 독자 대다수는 주로 모던 록을 즐겨듣는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순위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죠. 각각의 독자 리스트는 특정 장르에 편중된 경향이 있었습니다(뭐, 이게 나쁘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순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이른바 월드 뮤직 위주의 리스트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메탈 쪽은 오직 툴(Tool)만이 순위에 올랐습니다(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을 꼽아주신 분도 있습니다).

집계 결과를 살펴보죠. 비록 한표 차이지만, [weiv] 독자들은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의 [Let It Come Down]을 2001년의 앨범으로 꼽아주셨습니다. [weiv] 독자들이 주목한 올해의 신인은 전자양과 스트록스(The Strokes)로 압축됩니다. 외지들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걸 고려할 때, 스트록스의 앨범이 [weiv] 독자 순위에서 공동 9위에 오른 것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영’과 ‘탄식’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을 절충점 같아 보이네요. 한편 예상과 달리 시규르 로스(Sigur Ros)의 [Agaetis Byrjun]이 베스트에 오르지 못했는데, 발매 연도(2000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독자들이 해주신 몇몇 코멘트를 나열하겠습니다(실수로 글쓴이가 누락된 코멘트가 있습니다.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연락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0011220081821-0324bestspiritualizedSpiritualized [Let It Come Down]
전작에서의 마은 위로 촤르르~하며 펼쳐지던 mind trip적인 유기적인 흐름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그 자리를 가스펠을 동반한 팝적인 감수성이 차지하고 있어 ‘나름대로’ 좋았음. – volando@hanmail.net
항상 이들은 우주를 유영하며 낚아 챈 자욱한 싸이키 음원들을 색색깔로 뿌려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 박차고 나아가 중후한 버전으로 패취를 하니 이런 음악이 되는군요. 정말 네오싸이키가스펠이 따로 없네요. – John Zorn

Ben Folds [Rockin’ The Suburbs]
21세기 빌리 조엘의 수려한 멜로디와 연주 – 이원찬(funksoulbrother@hanmail.net)

Radiohead [Amnesiac]
“Creep”은 싫었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모조리 다운 받아서 공 CD에 복사하고 U2와 아론 카터의 음악을 아무 생각 없이 이어서 듣는 사람들이 “Creep”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100만장의 앨범을 팔면서 계속 울상을 짓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톰 요크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더 알 수 없는 음악을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다. 포티스헤드와 함께 각종 정신장애 환자들을 위한 창백한 치료제.

Mercury Rev [All Is dream]
수많은 효과의 아이디어와 알찬 현악의 결을 이용한 편곡의 드림팝은 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보컬 또한 그렇구요. 그 자체가 닭살이죠.. – John Zorn

The Strokes [Is This It]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것은 이들 음악 자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영국 언론의 호들갑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이들은 현재의 어떤 경향과도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을 뿐…. 오해하지 말기를

Daft Punk [Discovery]
화려한 보커더의 황제 – 이규성(prodigy85@hanmail.net)

Tool [Lateralus]
술 몇 잔 꺾고 감상하면 ‘왔다’인 싸이키델릭

Jamiroquai [A Funk Odyssey]
디스코 fever… – 이규성(prodigy85@hanmail.net)
신나는 디스코 리듬~ 좋다~ – 지나가는 행인
누가 뭐래도 들썩거리는 엉덩이는 어쩔 수가 없어!!!

20011220081821-0324bestmaryjblige흑인 음악
흑인 음악에선 순위에 오른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외에 메이시 그레이(Macy Gray), 크레이그 데이빗(Craig David) 등이 어느 정도 표를 얻었습니다. 괜찮은 힙합 앨범이라고 평가받은 이브(Eve)의 [Scorpion]미시 엘리엇(Missy “Misdemeanor” Elliott)의 [Miss E… So Addictive]는 거의 표를 얻지 못했는데, 팀발랜드(Timbaland) 스타일, 스위즈 비츠(Swizz Beatz) 스타일은 [weiv] 독자들에게 인기가 없음을 새로 알았습니다.

Mary J. Blige [No More Drama]
천편일률적인 흑인음악계에 신진 프로듀서들과 작업한 신선한 앨범. 보컬과 프로듀싱의 호흡이 놀랄만한 앨범. 이 앨범의 평가가 기존의 유명한 프로듀서인 미시 엘리엇과 닥터 드레(Dr. Dre)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보고 과연 평론가들이 앨범은 제대로 들어보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앨범의 의미는 다른 곳에 있는데…

한국 인디
1. 전자양 – [Day Is Far Too Long] 2. 노 브레인 – [Viva No Brain] 델리 스파이스 – [D] 4. 루시드 폴 – [Lucid Fall] 5. 주석 – [Beatz 4 da Streetz] 6. CB Mass – [Matics] 7. 토이 – [Fermata] 8. 크라잉 넛 – [하수연가]

20011220081821-0324bestdencihinji이 부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전자양입니다. 델리 스파이스, 노 브레인 등 왕년의 스타들을 제치고 [weiv]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올해 최고의 신인 아티스트(아리마 jolaman21@hanmail.net)”가 되었습니다. 어떤 면이 어필했을까요. 한 독자님의 말을 들어봅시다. “낯설지 않은 실험들. 그러나 이런 노래들을 한국어 가사로 듣게 될 줄이야”(slowday)

델리 스파이스의 [D]는 전작(들)보다 ‘낫다/후지다’라는 논란 속에서도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아니 누군가 “1위가 아니니까 예전보다 못하다”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기만 하구만… 왜 약발이 떨어졌다는 거지?”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한편 [weiv] 독자들의 관심 밖일 것 같았던 토이의 앨범이 베스트에 오른 점은 이채로와 보입니다. 또 주석씨비 매스(CB Mass)는 ‘모던 록/펑크 편애’의 차트에서 선전한 힙합 뮤지션입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라는 이름의 독자님은 리스트 끝에 ” 여기가 한국인 이상 적어도 이 조까튼 현실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줘야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적어 주셨습니다.

* 이번 행사에 참여해주신 많은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집계를 통해 얻은 독자들의 음악 취향은 [weiv]의 편집 방향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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