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스 아티스트 – 2001 Ssamzie Sound Festival – 쌈넷, 2001 한국 라이브 음반의 기념비적인 작업물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라이브 앨범의 미덕은 소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현장감을 비교적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몇 번의 필터작업을 거쳐 잡음을 제거하고 사운드의 정확한 재현과 객석의 반응을 빠짐없이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좋은 라이브 앨범이란, 계산된 작업과 치밀한 구성으로 ‘조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001년 10월 6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렸던 ‘제 3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라이브 앨범인 [2001 Ssamzie Sound Festival]은 매우 잘 만들어진 라이브 앨범이다. 밴드/가수들의 음악 공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이 땅의 ‘특수성’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두 장의 더블 앨범은 그 때 그곳에 없던 사람들에게도 그 현장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사운드의 질감을 재현하고 있다. 첫 번째 씨디는 오디션을 통해 무명의 밴드/아티스트들을 선발한 결과인 ‘숨은 고수’, 그리고 ‘전위’ 밴드 허벅지, 타악 그룹 공명(한글표기의 다층적 의미를 고려해 한자로 병기하지 않겠음)을 소개한 ‘특별한 고수’를, 그리고 두 번째 씨디는 홍대 앞 인디 씬을 기반으로 탄탄한 활동을 벌여온 허클베리 핀, 언니네 이발관, 황보령과 크라잉 너트, 노 브레인 등을 포함하는 ‘무림고수’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의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라이브를 공식적인 앨범으로는 ‘처음’ 들어본다는 점에서, 요즘 ‘뜨는’ 밴드들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의외로 재능 있는 밴드들을 ‘발굴’할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더블 앨범의 컨셉트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숨은 고수’에서 발견하는 부산 출신 밴드 타부(Tabu)의 “월식”은 노이지한 기타 톤과 탄탄한 보컬이 인상적인 하드 록이다. 또한 역시 부산 출신인 워터멜론의 감성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New Beginning”, 프레디 하우스의 하드코어 사운드와 그루브가 인상적인 “Discord” 등은 의외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곡들이다. 특이하게도 공명의 “보물섬”은 대금과 타악기의 두드림(혹은 공명(共鳴))을 통해 감정의 굴곡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와는 다르게 ‘무림 고수’에서 만나는 것은 허클베리 핀의 ‘불안한 영혼’을 필두로 언니네 이발관의 ‘반가운’ 사운드(“동경”과 “보여줄 순 없겠지”)와 무대에서 비로소 그 빛을 발하는 불독 맨션(“Fever”)이 인상적으로 펼치는 훵키한 그루브감이다. 이어지는 이상은의 존재감 가득한 “사막”(과 여성관객들의 환호), 어어부 프로젝트의 “물 속에서 추는 춤” 그리고 황보령의 “Flying So High”가 앨범의 초/중반부를 ‘정의’한다면, 피아(“원숭이”), 레이지 본(“바보”), 크라잉 너트(“지독한 노래”)와 노 브레인(“청년폭도맹진가”)의 연속된 하드코어/펑크 사운드는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한다. 또한 공연 당시의 사진, 출연 밴드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수록곡 각각의 리뷰가 담긴 두툼한 부클릿은 이 앨범이 단지 공연의 라이브 앨범으로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들을 제공하는 ‘샘플러’로서의 기능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이유로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까닭에,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감동의 물결’이 아닌 (앨범을 통한)’감상의 편린’에 만족할 뿐이지만, 사실 이 앨범은 헤드폰만으로도 현장의 질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쉬운 부분과 생각해 볼 지점도 있다. 페스티벌의 성격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장르와 이질적인 사운드를 한 공간에 넣으려는 무리한 시도가 야기하는 일관성의 부족, 부클릿의 오탈자와 동영상의 빈약함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아쉬움은 그저 욕심으로 치부할 수 있다해도, 올 여름 전국적인 규모로 기획되었던 TTL 공연처럼 대중음악 시스템 안에서 인디 밴드들의 공연의 전개가 어느 정도는 (대)기업의 개입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밴드/클럽 공동체에 의한 자발적인 공연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록 이데올로기에 기댄 ‘환상’이라면, 문화’판’에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전략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문제라는 말이다. 하지만 고민은 고민이고, 이렇게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라이브 앨범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여기가 ‘한국’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2001 Ssamzie Sound Festival] 앨범에 대해서는 가히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0011207 | 차우진 djcat@orgio.net 7/10 수록곡 CD 1 숨은 고수 1. 여의도의 꽃들은 좋겠네 – 뜨거운 감자 2. 월식 – 타부 3. First Smoke – 레이어드 선탠 4. 우는 아이 – 데드 엔드 5. New Begining – 워터멜론 6. Spinner Jump – 슈거 도너츠 7. In Heart Of Soul – 매드 프렛 8. Discord – 프레디 하우스 특별한 고수 9. 선인장 – 허벅지 밴드 10. 보물섬 – 공명 CD 2 무림 고수 1. 불안한 영혼 – 허클베리 핀 2. 동경 + 보여줄 순 없겠지 – 언니네 이발관 3. Fever – 불독맨션 4. 사막 – 이상은 5. 물 속에서 추는 춤 – 어어부 프로젝트 6. Flying So High – 황보령 7. 원숭이 – 피아 8. 바보 – 레이지 본 9. 지독한 노래 – 크라잉 너트 10. 청년폭도맹진가 – 노 브레인 동영상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2001 다큐멘터리 관련 글 [포브틴] 어떤 ‘언더’ 페스티벌 감상기 – 신현준 관련 사이트 쌈넷 공식 사이트 http://www.ssam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