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 Shadow Of Your Smile – 난장뮤직, 2001 ‘내’ 미소에 드리운 그림자 홍대 앞 인디 씬에서 출발해 이제는 대중 스타가 된 밴드 자우림의 보컬리스트 김윤아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을 가진 여성이다. 특히 “욕”, “金家萬歲”, 그리고 “뱀”이나 “새” 같은 곡들에서 보여준 감수성은 그녀가 단지 노래 잘하고 예쁘기만 한 여성 보컬이 아니라 의식 있는 여성 뮤지션으로 보이게도 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서 대중성과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는데 성공한 뮤지션이라고 평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이것은 밴드 자우림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김윤아의 위치이기도 하다. 2001년 11월에 발매된 김윤아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인 [Shadow Of Your Smile]에서 발견하는(혹은 발견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보라색 비가 내리는 숲에서 막 걸어나온 그녀의 모습이다. 어쿠스틱 피아노의 서정적인 선율과 (자우림에서와는 다르게) 고풍스러운 보컬로 진행되는 “Flow”, 마찬가지로 피아노 선율을 따라 소통의 부재(혹은 열망)에 대한 가사를 낮게 읊조리는 “담”, 그리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곡을 주도하며 피아노가 액센트를 주는 탱고 리듬에 여성 보컬(한국어)과 남성 보컬(스페인어)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Tango Of 2”, 자신의 친동생인 김윤일과 주고받는 형식의 애잔한 연가(love song)인 “블루 크리스마스”(영어와 한국어 버전이 각각 수록), 피아노로 시작하여 슬로템포로 진행되는 “가끔씩”이나 건반과 현악 편곡에 기대어 몽롱한 느낌을 주는 “아이들은”, 그리고 잘 알려진 민요를 피아노와 전기 기타의 피드백에 기대어 나른하지만 우아한 보컬로 편곡한 “파랑새”와 같은 곡들은 자우림이라는 외투를 벗은 김윤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제곡으로 쓰인 “봄날은 간다” 그리고 “마왕”, “파애”의 라이브 버전은 앨범을 구입한 팬들에게 전하는 보너스이면서 러닝 타임을 의식한 고민의 결과일 듯). 앨범에 실린 모든 곡들의 가사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이다. 이런 정서는 사실 곡 자체보다 가사를 들을 때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곡의 스타일보다 가사에 더 비중이 실리는 것은 앨범과 같이 판매되는 수필집 때문이기도 하다. 본인이 조금 두꺼운 부클릿이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의 소개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이 소책자는 그녀의 내면고백이라는 선전 문구에 힘을 실어준다. ‘온전한 의사소통의 불능’에 대한 읊조림은 때로는 너무나 절박하여 소통의 열망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보컬의 창법이나 음색, 악곡 스타일에 대해서는 엘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이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 쉽게 그녀의 한계라고 단정짓기보다는 (특히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여성 뮤지션의 역할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에 기대어 이해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어쨌든 김윤아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독특하다. 케이디 랭(K.D. Lang)이나 토리 에이모스처럼 직접적으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identify)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만드는 대부분의 곡들이 그러한 감수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곡들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대중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그녀의 이러한 작업들이 한국 대중문화에서의 페미니즘의 실천(혹은 개입)을 문화 상품 안에만 한정시킨다는 시각에 대해서, 혹은 그녀의 여성성이 한국 사회에서 소비되고 있는 방식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그 논의가 (한국적) 현실과 (여성주의적) 이상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김윤아의 (내면고백이라고 광고되는) 솔로 프로젝트 앨범은 오히려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터득한 듯 보이는 연예인으로서 그녀의 활동은 그러므로, 매우 정치적으로 보인다. 20011206 | 차우진 djcat@orgio.net 6/10 수록곡 1. Flow 2. 담 (piano version) 3. Tango Of 2 4. Regrets 5. 아이들은 6. Blue Christmas 7. 가끔씩 8. City Of Soul 9. 블루 크리스마스 10. 담 (string version) 11. 파랑새 12.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中) 13. 마왕 (live) 14. 파애 (live) 관련 글 자우림 [B 정규 작업] 리뷰 – vol.1/no.7 [19991116] 자우림 [The Wonder Land] 리뷰 – vol.2/no.14 [20000716] 관련 사이트 김윤아 공식 사이트 http://www.loveyuna.com 자우림 공식 사이트 http://www.jaur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