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6013830-0324limheesook임희숙 – 35th Anniversary Golden Edition – Reve/Palette, 2001

 

 

음악 인생의 고급스러운 결산

임희숙을 그저 ‘옛날 대중가수’로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번 ’35주년 기념 음반’을 듣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녀를 ‘소울 디바’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근년의 활동에 무심했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름 아니라 이번 앨범은 ‘재즈 보컬’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조성모나 강타의 최근 앨범 같은 ‘재즈 풍의 가요’가 아니라 진짜 재즈라는 점이다. 팔레트 뮤직에서 만든 ‘한국 최초의 재즈 전문 레이블’인 레브(Reve)에서 최초로 발매한 음반이라는 점도 이 음반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점일 것이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As Time Goes By”, “Misty”, “My Funny Valentine”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재즈 보컬의 고전들이 임희숙의 목소리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나 니나 시몬(Nina Simone)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영향력을 감지하면서, 그녀의 보컬이 ‘일정한 경지’에 달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신관웅(피아노), 강대관(트럼펫), 임민수(드럼), 장응규(더블 베이스), 이동기(클라리넷) 등 국내 재즈계의 베테랑들이 맡은 편곡과 연주도 일정한 수준을 보장하고, 첨단 레코딩 방식을 채택했다는 프로듀싱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물론 ‘일정한 수준’에 대해서 왜 한국의 주류 재즈계는 항상 일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사람도 있겠지만, 재즈계의 속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함부로 할 말은 아니다.

물론 재즈의 고전들만 수록된 것은 아니다. “진정 난 몰랐네”,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잊혀진 여인” 등 임희숙의 히트곡들 세 곡이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다. 이 곡들의 사운드와 편곡은 세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희갑 밴드와 함께 레코딩한 원곡(오리지널 레코딩)보다 ‘절절함’이 덜하다. 또한 이들 ‘국산’ 곡들과 다른 ‘외제’ 곡들과의 조화도 다소 어색할 때가 있다.

즉, 이 음반을 ‘한국 재즈 음반’으로 듣는다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지만, 임희숙의 음반으로 듣는다면 다소 불만스러울 수 있다. 물론 임희숙은 오래 전부터 재즈에 심취해 왔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음악인생을 기념하는 음반이라면 예전에 추구했던 소울이나 R&B를 정통 재즈와 접목시키는 것이 기념 음반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반을 다 듣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이 아니라 그 전부터 든 생각이다. 물론 이런 말은 지금 더 필요한 것이 ‘한국 정통 재즈의 확립’이라기보다는 ‘재즈의 영향을 받았지만 재즈도 가요도 아닌 돌연변이의 탄생’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브 레이블이 ‘재즈의 일과적 유행’을 넘어서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를 바라는 변덕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011214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As Time Goes By
2. Misty
3. 진정 난 몰랐네
4. Angel Eyes
5. Gloomy Sunday
6. My Funny Valentine
7.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8. Smoke Gets In Your Eyes
9. Stardust
10. 잊혀진 여인

관련 사이트
임희숙 공식 사이트
http://heesook.qui.co.kr
임희숙 팬 사이트
http://airforrest2.ce.ro
팔레트 뮤직 사이트
http://www.palette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