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6013445-0324mogwaiMogwai – My Father My King (EP) – Pias Recording/Rock Action Records, 2001

 

 

‘하드코어’ 모과이의 진면목

2001년 한 해 동안 모과이(Mogwai)는 유난히 정력적인 활동을 보였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절찬을 받은 세 번째 정규 앨범 [Rock Action]을 내놓았고, 본격적인 미국 투어를 통해 미국의 록 팬과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기존에 발표한 [EP](1999) 음반에 추가곡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덧붙여 [EP + 6]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Rock Action]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 노래가 수록된 EP [My Father My King]을 돌연 내놓았다. 이 EP에는 동명의 타이틀 곡 하나만 달랑 들어있는데, 이 노래가 무려 20분 12초의 살벌한 대곡이기 때문에 빈약한 곡 수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총 수록 시간 38분 31초에 불과한 [Rock Action]과 비교해보아도 별로 손색이 없다.

이 노래의 프로듀서는 스티브 앨비니(Steve Albini)다. 미국 해체주의 록의 대부이자 시카고 출신인 스티브 앨비니의 손길이 이 음반에 닿은 것으로 보아, [My Father My King]은 일견 모과이의 행보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즉 ‘(글래스고우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포스트록’과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미국 포스트록’의 일대 조우를 통해, 어떤 근사하고 장렬한 광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말이다.

하지만 [My Father My King] 자체는, 그 동안 모과이 사운드에 충분히 젖어왔다면 전혀 낯설지 않은, ‘전형적인’ 모과이식 포스트록이다. 다만 연주 시간이 20분을 넘기는 모과이 사상 초유의 대곡이라는 점과, 노래 테마 소절에 인도 음악 풍의 스케일을 구사했다는 점 정도가 예전 모과이 사운드와 다소 차별된다고 할 수 있겠다. “My Father My King”은 전매특허화 되다시피 한 모과이 특유의 전개 방식, 즉 ‘고요한 인트로 → 점차 고조되는 중반부 →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하고 광포한 절정부 → 여운을 남기며 고요 속으로 잦아드는 피날레’의 과정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모과이의 대표곡들인 “Ex-Cowboy”와 “Xmas Steps”에서 결정적으로 확립된 스타일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두 곡간에는 패턴은 같아도 분위기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Ex-Cowboy”의 경우는 그 내면에 성적인 암시로 가득한 반면에(일반적인 섹스의 경로를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Xmas Steps”는 심층에 ‘분노’를 머금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똑같은 ‘절정 부분’이라 해도, “Ex-Cowboy”의 경우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몽환적인 접근법을 놓치지 않는 반면에(오르가즘의 도달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Xmas Steps”에서의 클라이맥스는 노이즈와 디스토션으로 가득한 쓰래시, 또는 데스 메탈적인 접근법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My Father My King”의 경우는? 다소 이국적인 정서를 환기시키는 테마 부분을 통해 잠깐이나마 성적 뉘앙스를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곡 전체로는 절제하지 않고 뻗어나가는 ‘분노’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특히 고요함으로 사라져야 할 피날레에 이르러서도 노이즈와 피드백이 난무하는 걸 보면, 이러한 격정 어린 분노는 그 어느 때 보다 구체적이고 노골적이다. 즉 노래 제목인 ‘My Father My King’은 성적 긴장감으로 넘치는 구애의 대상이 아니라, 애써 물리쳐야 할 반항과 거역의 대상으로 파악되는 것이다(부클릿에 명기된 라이너 노트를 보면 이들의 의도를 보다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My Father My King]은 모과이의 새로운 여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오랜 열혈 팬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안부 편지와도 같은 소품이라 할 수 있다. 즉 [Rock Action]을 통해 혹시 모과이가 말랑말랑해져 가는 게 아닌가 의혹을 품는 이들에게, 자신들은 여전히 ‘하드코어’하다는 걸 애써 증명하려는 뜻이 이 EP가 지닌 메시지인 것이다. 20011210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수록곡
1. My Father My King

관련 사이트
Mogwai 공식 사이트
http://www.mogwai.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