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30113014-0323mumiytroll-morskayaMumiy Troll’ -Morskaya(Nautical) – Becar, 1997

 

 

영원한 바다 소년의 사춘기 취향의 ‘로까팝(rockapop)’

무미 뜨롤(Mumiy Troll’)을 ‘러시아의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라든가 ‘러시아의 스웨이드(Suede)’라고 소개하면 스매싱 펌킨스나 스웨이드의 열성 팬들이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요지는 음악 스타일이나 사운드가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 특히 프론트맨인 일리야 라구쩬꼬(Ilya Lagutenko)가 가지는 묘한 퍼스낼리티가 저들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극동의 항구도시인 블라지보스똑에서 성장기를 보낸 때문인지 라구쩬꼬는 러시아 록의 선배들의 ‘남성적’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한마디로 그의 음악이나 가사는 ‘사춘기적’이고 ‘소녀취향적’이다. 무미 뜨롤의 공연장 분위기가 ‘소녀들이 괴성을 지르고 심지어 흐느끼는 분위기’라는 사실은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은 틴에이저 밴드로 활동한 이후 오랜 공백 끝에 재결성된 무미 뜨롤의 정식 데뷔 음반이다. 런던의 스튜디오에 2주만에 완성되었고, 일리야 라구쩬꼬의 영국인 친구들이 레코딩에 참여했다. 혹시 이들의 음악에서 ‘영국적 감성’을 느꼈다면 이런 사실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앨범은 무미 뜨롤을 ‘러시아 대중음악계의 1997년의 발견’으로 만들었고, 이제까지 러시아에 존재해 왔던 팝과 록 사이의 경계,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 사이의 경계를 허물게 되었다. 기타 밴드에게 소녀 팬들이 열광하는 현상은 이런 ‘경계 허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록 스타가 ‘섹시한 심볼’이 되는 부수적 효과도 가져왔다. 한마디로 이들은 이 앨범을 통해 ‘러시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밴드’가 되었다.

첫 트랙 “Vdrug Ushli Poezd(Suddenly Train Left)”는 앰프에 전원을 넣었을 때 나는 소리로 시작해서 ‘스트레이트한 록’을 예상하게 하지만 그 뒤로는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느끼한 보컬이 나온다. “오오오 오어”라든가 “랄랄라 랄라”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닭살’까지 돋을 수도 있다. ‘빅또르 쪼이 작곡’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두 번째 곡 “Devochka(걸)”은 선원이 되어 바다로 떠난 남자 친구를 그리는 소녀에 대해 노래하고 있고, “Roza Lyusemburg(Rosa Luxemburg)”도 떠나간 여자인 로자에게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사에 바다에 연관된 내용이 많은 점은 출신 지역의 지리적 특징과 개인적인 해군 복무 경력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낭만적 무드’라는 보편적 코드로 다가온다. 상큼하고 발랄한 듯하면서도 무언가 애조 띤 무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밴드의 연주가 특출할 것은 없지만 꽤 탄탄하고 오밀조밀하게 짜여져 있다고 느끼게 된다. 기타 연주는 ‘한번 알면 연주하기는 쉽지만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과(科)에 속하고, 베이스와 드럼도 ‘다른 음악 스타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스타일에는 딱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준다. 일리야 라구쩬꼬의 보컬도 처음 들을 때는 거슬리더라도 ‘한번 좋아지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유형에 속한다. 가끔씩 삽입되는 ‘걸 코러스(girl chorus)’도 아름답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라면, 순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음반이다.

이렇게 섬약한 소년들도 마음 속에는 분노를 머금고 있었던 모양이다. 중얼중얼거리다가 코러스에서 “과거의 것들은 잊고 다가오는 깨끗한 시대로 떠나자”고 외치는 “Vlasdivostok 2000(블라지보스똑 2000년)”의 코러스도 그렇고, “Vremya Tepla(시간은 따뜻하다)” –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마지막 트랙이다 -을 마무리하는 노이지한 기타 솔로 등이 그렇다. 물론 다음과 같은 가사도. “그는 날 죽여서(썰어서) 모피코트를 만들지 / 그리고 국경은 통제를 상실했어 / 말뚝처럼 팔을 엉덩이에 내리고 서서 커튼 틈 사이로 부대를 바라보네 / 평범한 젊은이들에게는 비통함만이 남아있을 뿐 / 도망쳐”(“Utekai (Rush)”) 20011130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 박일경 nikcuf@hanmal.net 의 도움으로 씀.

수록곡
1. Vdrug Ushli Poezd(Suddenly Train Left)
2. Devochka(Girl)
3. Utekai (Rush)
4. Morskaya Bolezn'(Sea Disease)
5. Vladivostok 2000(Vladivostok 2000)
6. Roza Lyusemburg(Rosa Luxemburg)
7. Kot Kota(Cat Of Cats)
8. Zabavy(Joy)
9. Skorost’ (Velocity)
10. Vremya Tepla(Time Is Warm)
11. Delai Menya Tochno(Do Me Exactly)
12. Vsetselo Vsem(To All Entirely)
13. Vospitannik upavshei zvezdy(Student Who Dropped Stars)
14. Novaya Luna Aprelya (New Moon Of April)
* 11-14는 2001년에 재발매된 앨범의 보너스 트랙임.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7): 글로벌 시대의 로컬 록을 향하여 – vol.3/no.23 [20011201]
Mumiy Troll’, [Tochno Rtut Aloe(Exactly Like Mercury’s Aloe]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Mumiy Troll’ 공식 사이트 (러시아어)
http://www.mumiytroll.com
Mumiy Troll’ 국제 팬 사이트
http://uk.geocities.com/mumiytrolluk (영국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mumiytrollbelgium (벨기에 팬 사이트)
http://www.mumiytroll.subnet.dk (덴마크 팬 사이트)
Mumiy Troll’, [Morskaya] 전곡 mp3 다운로드 사이트
http://txt.zvuki.ru/M/P/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