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miy Troll’ – Tochno Rtut Aloe(Exactly Mercury Aloe) – Real Records, 2000 구(舊) 아이돌 그룹의 실패한 걸작 만들기 밝은 수채화로 채색된 뭉크의 그림을 연상하면 이 앨범의 어색한 부조화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주목받는 러시아 록 밴드인 무미 뜨롤(Mumiy Troll’)의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한 근작 앨범이다. 그들을 아이돌의 지위에 올려준 데뷔 앨범 [Morskaya]의 투박하면서도 편한 멜로디나 [Shamora]에 나타난 패기(혹은 치기)를 벗어 던지고 진정한 뮤지션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무미 뜨랄식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시도한 앨범이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해 보인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커버 디자인처럼 말이다. [Morskaya]과 그 후속 앨범 [Ikra]의 놀라운 성공 이후로 무미 뜨롤, 특히 리드 보컬 일리야 라구쩬꼬는 일약 쇼비즈니스계의 주목받는 인사가 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 스타일과 묘한 창법 덕에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수많은 인터뷰를 가지고, TV에 출연하고, 잡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싱글 음반의 발매와 뮤직 비디오 촬영이 그리 흔치 않은 러시아에서 무미 뜨롤은 거의 유일하게 그것들을 ‘일삼는’ 특권을 누리는 존재가 되었다. 리믹스 버전이 다수 포함된 싱글 음반, 그리고 영미의 유명 밴드에게서나 일반적인 뮤직비디오의 제작은 그들의 인기를 다져주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게다가 이들은 젬피라(Zemfira)라는 걸출한 후진을 발굴하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둔 바도 있다. 무림강호의 지존이 사라지고 사파의 무공만이 주름잡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며,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나 빅또르 쪼이의 계보를 이을 후계자가 되고라도 싶었던 걸까. 이제는 진정한 거물이 되기 위해 나름의 음악적 성숙을 표출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 듯한 기색이 앨범 곳곳에 남아 있다. 원래 이 전까지 이들의 전작 음반들은 ‘그저 그런’ 비슷한 곡들이 반복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감상할 만한, 진정한 의미의 ‘앨범’은 아니었다. 이 앨범은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하여 이런 평가를 불식하고 있다. 문제는 몇몇 곡의 경우 개별 트랙도 끝까지 듣기 버거운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트랙인 “Karnavala. Net(No Carnival)”은 스트레이트한 8비트의 리듬감과 청량감 있는 기타 연주 그리고 일리야 라구쩬꼬 특유의 이죽거리는 보컬이 “더 이상 축제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트랙이다. 네 번째와 여섯 번째 트랙인 “Moya Pevitsa(나의 여가수)”와 “Nevesta?(신부?)”는 블루스의 분위기가 풍기는 이색적인 곡들이다. “Moya Pevitsa”의 클래시컬한 향취도 나쁘지는 않고 “Nevesta?”에 가미된 블루 노트의 조화도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물론 소녀 팬들을 겨냥한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 보이는 가사는 여전하다(“내 여가수는 내일이면 죽네,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숨쉬었으면 좋으련만”, “네게 행운이 따른다면 내 신부가 되어 내일 하루만에 우리가 가진 모든 돈을 죄다 탕진하러 가자구”). “Klubnihnaya(Strawberry One)”는 비틀스(The Beatle)의 “Getting Better”([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수록)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트랙들은 무언가 작위적이고 어색하게 들린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앨범에 대한 반응이 예전보다 신통치 못해서인지, 아니면 별도의 싱글로 발매된 “Karnavala.Net”과 “Nevesta?”의 판매에 주력하기로 마음먹은 때문인지 1년에 꼬박 두 장 이상의 ‘대박 음반’을 발매했던 무미 뜨롤의 최근 행보는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러시아의 경우도 성공을 잘 관리하면서 음악인으로서도 존중받는 일이 어렵다는 진리는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20011130 | 박일경 nikcuf@hanmail.net 6/10 수록곡 1. Karnavala. Net(No Carnival) 2. Ne Ochen(Not Much) 3. Skoree I Bystro(Sooner And Faster) 4. Moya Pevitsa(My Singer Woman) 5. Severnii Polyus(North Pole) 6. Nevesta?(Bride?) 7. Zhabry(Branchia) 8. Klubnihnaya(Strawberry One) 9. Sny(Dreams) 10. Bez Obmana(No Cheating) 11. Emu Ne Vzyat’ Tebya(He Doesn`t Need To Take You) 12. Tishe(Be Quiet) 13. Sluchainosti(Accident)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7): 글로벌 시대의 로컬 록을 향하여 – vol.3/no.23 [20011201] Mumiy Troll’, [Morskaya]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Mumiy Troll’ 공식 사이트 (러시아어) http://www.mumiytroll.com Mumiy Troll’ 국제 팬 사이트 http://uk.geocities.com/mumiytrolluk (영국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mumiytrollbelgium (벨기에 팬 사이트) http://www.mumiytroll.subnet.dk (덴마크 팬 사이트) Mumiy Troll’, [Tochno Rtut Aloe(Exactly Mercury Aloe)] 전곡 mp3 다운로드 사이트 http://txt.zvuki.ru/M/P/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