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귀향 – 대영에이브이, 2001 잘 만들어진 ‘고급’ 가요 앨범 1994년 전람회를 시작으로 카니발과 같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김동률은 한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솔로앨범을 발표한 1998년부터 눈에 띄는 점인데, 2001년 10월에 발매된 3집 [귀향]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과 새로 시작하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앨범이라는 느낌을 준다. 전람회 시절부터 김동률의 음악은 주로 클래식 기타와 관현악 등의 악기 편성으로 구성되었는데 3집에서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다. 나른하게 진행되는 피아노와 현악으로 시작하는 첫 곡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역시 비슷한 형식의 “하소연”, “망각”, “귀향” 등의 곡들은 그의 재능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곡이고, 클래식 기타가 리드하는 “낙엽”, 슬로 템포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서 키보드, 전기 기타, 클래식 기타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진행되어 의외의 대곡스타일로 변하는 “Requiem”은 색다른 느낌의 곡들이다. 하지만 3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재즈와 국악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는 곡들인데, 이적이 가사를 쓰고 코러스로도 참여한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는 실제 풍물(장현진 연주) 소리와 장단으로 진행되고, “구애가”는 아리랑의 가사가 스윙 재즈 리듬에 실린 곡이다. “자장가”는 구전되는 민요 가사에 재즈 형식의 편곡을 외형상으로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묘하게 굿거리 장단이 포함된 곡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작업들은 “염원”(2집 [희망])에서 시도된 형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김동률의 앨범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국악처럼 ‘낯선’ 음악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런 느낌은 (개인의)취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산업적인)전략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주관 있는 아티스트’라는 개념도 뮤지션 개인과 음악산업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단지 기업 전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물론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한국 대중음악’계’의 문제는 이런 전략마저 부재하다는 것이지만). 물론 둘 다 이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쨌든, 김동률의 3집 [귀향]은 잘 만들어진 (일반적인 의미로 ‘고급’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다면)’고급’ 가요 앨범이다. 한국에서 이만큼 공들인 가요 앨범을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만날 수 있는 현실은 비극일까 다행일까. 20011125 | 차우진 djcat@orgio.net 6/10 수록곡 1 사랑한다는 말 2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3 하소연 4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 5 낙엽 6 Requiem 7 구애가 8 자장가 9 망각 10 귀향 관련 글 이적 [막다른 길] 리뷰 – vol.1/no.2 [19990901] 관련 사이트 김동률 공식 사이트 http://www.kimdongry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