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alie Merchant – Motherland – Elektra/WEA, 2001 새로운 여정 속으로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겠지만,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은 모든 음악인들의 열망일 것이다.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가볍고 경쾌한 ‘쟁글 포크 록’ 속에 아동학대, 전쟁, 환경, 문맹 문제 등 다양한 ‘진지한 메시지’를 설파했던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10,000 Maniacs) 시절에서 다소 분위기를 바꿔, 솔로 시절에 피아노 반주에 맞춘 차분한 발라드에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분위기를 위주로 한 것은 그런 열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솔로 앨범 [Ophelia]에서는 신비로운 일곱 가지 캐릭터/페르소나로 분(扮)한 커버의 스펙트럼처럼 느슨한 컨셉트 앨범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관현악기를 도입한 것 이외에는 [Tigerlily](밴드에서 솔로 이력으로 넘어오는 과도기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와는 음악적으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에서 도달하면서 그녀는 솔로 여정에 또 다른 방향을 첨가하려는 것 같다. 한 평자의 말처럼 “하이힐을 신고 드레스를 입었던 시도처럼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려는 것이리라. 관현악기들의 배치는 이전 앨범에서도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강화되었다. 벤조, 만돌린, 색서폰, 플루트, 트럼본, 트럼펫, 다종의 타악기 등 수많은 악기의 연주를 위해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샘 필립스(Sam Phillips),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카운팅 크로우스(Counting Crows), 그리고 ‘딜런 패밀리'(밥 딜런 및 월플라워스)의 프로듀서 티 본 버넷(T-Bone Burnett)의 프로듀싱이 이 앨범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음은 분명하다. 전작들(특히 [Ophelia])의 ‘공기 같은’ 터치와는 아주 다르다. 1999년 투어에서 함께 호흡해온 이들도 백 밴드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첫 곡 “This House Is On Fire”는 “난 여기 앉아서 오랫동안 모든 경고와 위험을 읽고 있었지. 난 예언의 재능을 가지지는 않았어”라는 가사와 다르게(아니, 실은 그처럼) 예상이나 한 듯 폭동에 직면한 사람들을 그렸다는 선견지명(앨범은 미국에서 일어난 지난 9.11 테러 사건 이틀 전에 완성되었다)에 대한 놀라움보다도, 플루트와 현악기의 색채와 음계가 조성하는 아랍적 분위기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어느 샌가 살짝 입혀진 슬로 템포의 레게 리듬이야 이전에도 있던 일이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This House Is On Fire”를 통해 그녀가 “북부 아프리카 팝 음악, 특히 이집트 가수(chanteuse) 옴 칼소움(Om Kalsoum)의 팬”이라고 밝히면서 그녀의 취향을 공개했지만 그 적용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기이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밝고 경쾌한 록이나 느리고 서정적인 발라드를 불렀을 때에도 오묘하고 영적인 분위기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낯설게 하기’ 전략을 몇 가지 추가한 듯하다. 이러한 이국적인 취향은 아랍권인 북부 아프리카로부터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라틴 클래시컬 기타 톤을 포함하는 “The Worst Thing”을 두고 그녀는 인상적이었던 스페인 여행의 여파라고 설명하는데, 이 모두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도입된 것들이 아니겠는가. 뭐니뭐니해도 그녀가 이번 앨범에서 강조하는 것은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 같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음악 스타일”이었고 “은밀한 형태로 오랫동안 내 음악 속에 존재해 왔”지만 그 같은 열정은 “그간 작곡에 명시하기는 힘들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현시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저음역을 강조한 보컬이 두드러지게 들리는 것도 그 같은 소망의 구체화를 위한 한 가지 전술 같다. 무엇보다도 그 같은 소망의 실현은 다른 보컬을 영입함으로써 보다 강화되었다([Ophelia]에서는 티벳 가수를 비롯한 다수의 보컬이 포함되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질리지 않기 위한 배려였을까?). 전설적인 가스펠 싱어 메이비스 스테이플스(Mavis Staples)와의 이중창으로 어우러진 가스펠 블루스 “Saint Judas”, “Build A Levee”처럼. 보다 ‘진한’ 블루스는 색서폰과 오르간이 블루지한 기운을 북돋는 가운데 비감한 토치 싱어적 모드를 펼치는 슬로 템포의 “Put The Law On You”에서 맛볼 수 있다. 피아노 선율 위주로 페달 스틸 기타가 간간이 등장하는 “I’m Not Gonna Beg” 같은 곡에서도 리듬 앤 블루스적 풍취는 엿보인다. 그녀가 아레사 프랭클린을 언급했던 것도 이런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이와 같은 욕망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들릴 것인지 여부도 역시 듣는 사람에 따라 이견을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한편, 나탈리 머천트에게 붙여진 ‘팝계의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이란 칭호는 결혼을 비롯해 문학적 행위나 사회적 관습 모두를 거부하고 은폐되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여성 시인처럼 그녀가 고고하고 완고하며 금욕적인 인물이라는 의미에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탈리 머천트가 다양한 계기를 포섭해 자신만의 사색적이고 내면적인 가사로 분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이런 비교가 타당하지 않을 것 같다. “This House Is On Fire”는 1999년 시애틀에서 있던 WTO 협상의 결렬 과정과 2000년 플로리다에서의 대선 파동 동안에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간 사람들을 보고 만들었으며, “Saint Judas”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난해한 이미지들이 담긴… 그것은 린치의 역사였다”고 설명한 뉴욕 역사 협회(New York Historical Society)의 전시(회)에 대한 답가다. 소재가 사회의식적이라고 해서 그녀의 가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사색적이고 내면적’이라는 수식어가 그녀에게 부과되는 것은 이런 소재 역시 그녀의 개인의 내밀한 시선을 통해 체화했다는 뜻이리라. 각종 관악과 현악이 겹겹이 쌓고 약간 으시시한 가성을 강조한 “Ballad Of Henry Darger”는 비밀스런 가사를 보여주는데, 60년 동안이나 알려지지 않았다가 사후에야 장대한 작품이 발견된 실존 작가/일러스트레이터(Henry Darger: 1892-1973)의 작품을 접한 후 대규모의 그림(동양화식으로 표현하면 장권(長券)쯤 될 듯한)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다소 이해가 된다. 어쨌거나 나탈리 머천트 솔로 이정표에 항상 놓여있던 약간 처지는 템포의 발라드풍 노래들(편곡은 다르겠지만)도 많다. 아코디언의 고풍스러운 전주와 삼박자 반주에 맞춰 차분한 어조로 노래하는 “Motherland”나, 미드 템포 반주에 어린 소녀에게 말하는 어조의(예전의 “Life Is Sweet” 같은 노래처럼) “Tell Yourself”가 그렇다. 또한 첫 번째 싱글 “Just Can’t Last”와, 이에 이어지는 “Not In This Life”는 “These Are Days”나 “Candy Everyone Wants” “Kind And Generous” 같은 쟁글거리는 기타가 주도하는 밝은 팝/록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녀의 다른 새로운 시도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녀의 매력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 매력 포인트로만 점철된 노래들만 듣는다면 ‘그게 그거’라는 인상이 들 수도 있을 테지만. 20011127 | 최지선 fust@nownuri.net 6/10 수록곡 1. This House Is On Fire 2. Motherland 3. Saint Judas 4. Put The Law On You 5. Build A Levee 6. Golden Boy 7. Ballad Of Henry Darger 8. The Worst Thing 9. Tell Yourself 10. Just Can’t Last 11. Not In This Life 12. I’m Not Gonna Beg 관련 글 나탈리 머천트와 10,000명의 미치광이들에 관한 짧은 소개 – vol.3/no.23 [20011201] 10,000 Maniacs [In My Tribe] 리뷰 – vol.3/no.23 [20011201] 10,000 Maniacs [Our Time In Eden] 리뷰 – vol.3/no.23 [20011201] Natalie Merchant [Tigerlily] 리뷰 – vol.3/no.23 [20011201] Natalie Merchant [Ophelia]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10,000 Maniacs 공식 사이트 http://www.maniacs.com Natalie Merchant 공식 사이트 http://www.nataliemerchant.com Elektra 레이블의 Natalie Merchant 사이트 http://www.natalie-mercha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