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alie Merchant – Tigerlily – Elektra/WEA, 1995 매혹을 넘어서는 깊은 공감의 목소리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무심한 듯 내면적이지만 언제나 시대를 관통했던, 고루하고 옛스럽지만 쉼 없이 흐르며 변화를 감지하는 포크(folk)는 참 ‘질긴’ 음악이다. 굳이 벡(Beck)과 R.E.M.의 뿌리를, 밥 딜런(Bob Dylan)과 닐 영(Neil Young)의 생명력을 들추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를 이야기하려면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10,000 Maniacs)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R.E.M.과의 비교가 결코 과장이 아닌 1980년대 컬리지 록의 상징 같은 그룹이 바로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이며, 바로 그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의 주인공이었던 나탈리 머천트가 그룹 탈퇴 이후 5년여의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내놓은 앨범이 바로 [Tigerlily]이다. 자신의 진지함과 대비되는 다른 멤버들의 소박함, 빡빡해지는 밴드일정 등을 벗어나 나탈리 머천트가 선택한 독립은 더욱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만든 것 같다.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 시절과는 달리 대부분의 곡에서 보여주는 시선은 자신을 향하고 있으며, 그 시선을 감싸고 있는 연주도 유난히 고풍스럽고 단촐하다. 하지만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은 내향적으로 변해서 더 애조 띤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의 보컬이다. 그녀의 보컬은 단순한 여성성 이상의 매력과 의미를 내포한 채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끄는 ‘힘’이 있다. 첫 곡 “San Andreas Fault”의 밝은 리듬을 타고 들려주는 천상의 위로 같은 어루만짐이나, 산뜻한 멜로디의 라디오 히트곡 “Wonder”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나(I)’로부터 시작한다. 처연하게까지 들리는 “Beloved Wife”나 단촐한 연주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River”, “I May Know The Word”의 정서적 설득력은 단순한 매혹을 넘어서는 공감을 이끌어 낸다. 컬리지 록의 영향을 느끼게 하는 “Carnival”이나 “Jealousy”의 반가움과 “Where I Go”의 부드러운 컨트리 리듬에 실린 한층 밝고 여유로워진 그녀의 시선을 지나면, 블루스 필의 일렉트릭 기타와 함께 어우러지는 마지막 곡 “Seven Years”의 내밀한 절규를 만나게 된다. 포크(록)의 시대와 오랜 밴드생활을 거치며 나름의 변화를 경험한 그녀가 안착한 곳은 포크나 포크 록의 구분도 사회적 발언도 아닌 더 내밀해진 자신의 이야기와 목소리인 듯하며, 그 선택은 듣는 이에게 충분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텐 싸우전드 매니액스 시절 그녀가 나타내주었던 의식 있는 모습에 비해 너무나 개인화된 그녀의 모습은 ‘가부장제 하에서의 여성성’을 벗어나는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이 앨범을 뒤로 다시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지만 그 노력이 이 앨범만큼의 평가는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 앨범에 온통 맘을 뺏기는 까닭은 무얼까. 그건 아마도 그녀의 음악처럼 ‘내향적이고 개인적(introspective and personal)’인 이유 때문인 듯하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야기하려는 순간 그녀가 놓쳐버린 ‘사려 깊고 순수한 매력’과 ‘단순함의 미학’이 이 앨범엔 가득하다. 20011127 | 박정용 bluetonic@lycos.co.kr 9/10 수록곡 1. San Andreas Fault 2. Wonder 3. Beloved Wife 4. River 5. Carnival 6. I May Know The Word 7. The Letter 8. Cowboy Romance 9. Jealousy 10. Where I Go 11. Seven Years 관련 글 나탈리 머천트와 10,000명의 미치광이들에 관한 짧은 소개 – vol.3/no.23 [20011201] 10,000 Maniacs [In My Tribe] 리뷰 – vol.3/no.23 [20011201] 10,000 Maniacs [Our Time In Eden] 리뷰 – vol.3/no.23 [20011201] Natalie Merchant [Ophelia] 리뷰 – vol.3/no.23 [20011201] Natalie Merchant [Motherland]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10,000 Maniacs 공식 사이트 http://www.maniacs.com Natalie Merchant 공식 사이트 http://www.nataliemerchant.com Elektra 레이블의 Natalie Merchant 사이트 http://www.natalie-mercha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