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I’m Your Fan – Columbia/Sony, 1988 거장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얼터너티브 밴드들의 합창 아무 정보 없이 첫 트랙을 들었다면 “아니 R.E.M.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어디 있었지. [Document]인가?, [Green]인가?… 어, 이 앨범들에 없는데… 혹시 싱글로만 발표한 곡인가?”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연주 스타일이나 가사의 메시지가 마치 “World Leader Pretend”처럼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원곡이 레너드 코언(1934년생)의 것임을 안다면, ‘얼터너티브 세대’의 부모 세대에 속하는 인물에게 당시의 젊은 뮤지션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트리뷰트 앨범의 기획이 [I’m Your Man]의 예상 밖의 대박에 편승하여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I’m Your Man]에 실린 곡들 중 네 곡(“First We Take Manhattan”, “I Can’t Forget”, “I’m Your Man”, “Tower Of Song”)이 선택되었고 “Tower Of Song”은 두 트랙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이들 트랙이 앨범에서 가장 들을 만한 트랙들이다. 픽시스(The Pixies)가 징징거리는 기타 소리로 본래는 컨트리 스타일이었던 “I Can’t Forget”을 뒤바꿔 놓은 것이나,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Nick Cave & The Bad Seeds)가 거라지 록 스타일로 “Tower Of Song”을 뒤엎어 놓은 것은 흥미롭다. 오래된 곡들이라고 해서 (당시의) 젊은 밴드들이 연주한 것이 어색한 것만은 아니다.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에서 에코 앤 더 버니멘(Echo & The Bunnymen)의 프론트맨이었던 이언 맥컬로치(Ian McCulloch)의 칭얼거림이나 “So Long, Marianne”에서 제임스(James)의 팀 부쓰(Tim Booth)의 ‘요들’이 레너드 코언의 속삭이는 보컬을 대체하는 것도 재미있다. 음악도 이른바 ‘모던 록’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한 조프리 오레야마(Geoffrey Oreyama)가 부른 “Suzanne”은, 아프리카(우간다) 출신 뮤지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내향적 싱어송라이터인 오레야마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준다. 불행히도 8번 트랙부터 16번 트랙까지의 뮤지션들은 우리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들이 아니기 때문에(아니면 나의 과문함 때문에), 원곡과 재해석된 곡 사이의 비교가 힘들다. 물론 이들에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한에서는 ‘다채롭지만 일관성은 부족한’ 작품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트리뷰트 앨범이 그렇지 않을 수 있으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통해 젊은 록 팬들이 레너드 코언에 입문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물론 코언의 초기작에 고착된 나이든 팬이 이 앨범을 들으면 [I’m Your Man]을 접했을 때처럼 낯설어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도 마지막 트랙에서 존 케일(John Cale)이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Hallelujah”에서는 만족할 것이다. 나이든 거장과 (아직은) 젊고 대안적이었던 뮤지션들 사이의 가교(架橋)를 존 케일이 놓은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사족이지만 이 곡은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곡으로 유명해진 노래로서 원곡은 코언의 ‘졸작’으로 평가받는 [Various Positions](1985)에 수록되어 있다). 20011125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First We Take Manhattan – R.E.M. 2.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 Ian McCulloch 3. I Can’t Forget – Pixies 4. Stories Of The Street – That Petrol Emotion 5. Bird On A Wire – Lilac Time 6. Suzanne – Geoffrey Oryema 7. So Long, Marianne – James 8. Avalanche IV – Jean-Louis Murat 9. Don’t Go Home With Your Hard-On – David McComb 10. Who By Fire – House Of Love 11. Chelsea Hotel – Lloyd Cole 12. Tower Of Song – Robert Foster 13. Take This Longing – Peter Astor 14. True Love Leaves No Traces – Dead Famous People 15. I’m Your Man – Bill Pritchard 16. A Singer Must Die – Fatima Mansions 17. Tower Of Song – Nick Cave & The Bad Seeds 18. Hallelujah – John Cale 관련 글 Leonard Cohen, [The Songs Of Leonard Cohen] 리뷰 – vol.3/no.23 [20011201] Leonard Cohen, [Songs From A Room] 리뷰 – vol.3/no.23 [20011201] Leonard Cohen, [Various Positions] 리뷰 – vol.3/no.23 [20011201] Leonard Cohen, [I’m Your Man] 리뷰 – vol.3/no.23 [20011201] Leonard Cohen, [Ten New Songs]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Leonard Cohen 공식 사이트 http://www.leonardcohen.com Leonard Cohen 팬 사이트 http://www.serve.com/cpage/LCohen http://www.leonardcohenfiles.com Leonard Cohen Chord Archive http://cohenchords.sphosting.com 앨범 [Ten New Songs] 사이트 http://www.10newsong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