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sailor – Love Is Here – Capitol, 2001 포크의 옷을 입은 브릿팝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구절처럼 요즘 등장하는 밴드들의 음악에서 새로운 면을 점점 더 찾기가 힘들어졌다. 아비 없는 자식이 없듯 뿌리가 없이 새로운 장르가 나올 수 없긴 하지만, 최근의 신인 밴드들은 더 이상 새로운 장르에 대한 화학실험을 멈춘 듯하다. 스타세일러(Starsailor) 역시 반 모리슨(Van Morrison)이나 팀 버클리(Tim Buckkely), 닐 영(Neil Young) 스타일의 올드 포크를 음악의 주된 색채로 사용하고 있다. 별의 항해자(혹은 별을 탄 항해자)라는 이름은 팀 버클리의 [Starsailor]란 앨범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밴드 리더가 선택한 장르가 포크였다니 약간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이 포크를 해석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 그들의 나이를 다시 보게 된다. 팀의 리더인 제임스 월쉬(James Walsh)는 기타, 보컬, 작사, 작곡 등 곡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래의 느낌도 비슷할 뿐더러 카리스마와 독선의 느낌도 들어서인지, 리처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앨범의 첫 곡 “Tie Up My Hands”부터 끝 곡 “Coming Down”까지 전체적으로 포크가 가득 채워져 있다. 대체로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처럼 노래가 건조하지 않고, 엘리엇 스미쓰(Elliot Smith)처럼 비참하지도 않고,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다. 우울함 쪽에 약간 더 기울었다는 게 좀더 상세한 표현인데, 앨범 중간중간에 왈츠 풍의 “Lullaby”나 모던 록 느낌이 강한 “Good Souls” 등이 처지는 분위기를 조금씩 상쇄해 준다. 일차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 조율에 성공한 이 앨범의 가장 강점이라면 어느 곡 하나 버릴게 없는 뛰어난 멜로디 감각과 오버하지 않고 감성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데 성공한 노랫말이다. 스미쓰(The Smiths)나 진(Gene), 벨 앤 세바스찬으로 이어져 오는 영국 특유의 리리시즘(lyricism)은 곡을 결코 비어 보이게 하지 않는다. 단, 아름다운 가사 뒤에 숨겨진 메시지나 이야기 속의 설정이 결코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긴 있지만. 그러나 이 앨범에서 가장 강한 훅을 가진 싱글이자 앨범 수록 순서상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Talk Her Down”에서 불쑥 불안함이 고개를 든다. 이 곡은 디스토션을 거치지 않은 기타와 피아노, 오르간이 주된 악기로 사용되어 듣는 이에 따라서 얼마든지 포크로 들을 수도 있으나, 곡의 진행이나 창법과 분위기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브릿팝 밴드의 형식적 감성적 코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부터 ‘이 앨범은 잘 만든 포크 앨범’이라는 생각이 서서히 바뀐다. 전형적인 포크로만 들렸던 “Tie Up My Hands”나 “Poor Misguided Fool”, “Lullaby” 등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지 않은 곡은 거의 없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불릴만한 “Fever”, “Talk Her Down”, “Good Souls” 같은 곡은 결코 포크가 아니다. 이 앨범의 배치도는 현재의 브릿팝 감성과 음악적 코드를 중심으로 포크가 하부에 배치된 것처럼 그리면 맞을 듯하다. 밴드의 다음 앨범에서 컨셉이 일렉트로니카로 확 바뀐다고 해도 별로 놀라울 것 같지 않다. 이 앨범이 포크 앨범이 아니라는 것은 결코 단점은 아니지만 첫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일말의 당혹감을 준다. 여기에 치명적인 한가지 흠을 비유해서 덧붙이자면, 들릴 듯 말 듯한 리처드 애쉬크로프트와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목소리 사이에 유투(U2) 보노(Bono)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온다는 것이다(근거: “Poor Misguided Fool” “She Just Wept” “Good Souls”). 이 앨범을 다섯 번쯤 반복해서 듣고 나면 콜드플레이(Coldplay)가 등장했을 때의 영국 평단의 찬사가 다시 한번 떠올라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친숙함 속에서 뽑아낸 특유의 멜로디 감각은 콜드플레이만의 강점이 아닌가. 게다가 스타세일러에게는 멜로디 감각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여 다른 신인밴드의 데뷔 앨범보다는 ‘뭔가 있어 보인다.’ 그것이 단지 ‘있어 보임’인지 정말로 ‘있음’인지는 다음 앨범에 확실히 알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리뷰어에게는 지루함을, 감상자에게는 축복을 주는 앨범이다. 20011114 | 이정남 yaaah@dreamwiz.com 7/10 수록곡 1. Tie Up My Hands 2. Poor Misguided Fool 3. Alcoholic 4. Lullaby 5. Way To Fall 6. Fever 7. She Just Wept 8. Talk Her Down 9. Love Is Here 10. Good Souls 11. Coming Down 관련 사이트 Starsailor 공식 사이트 http://www.starsailor.net Starsailor 팬 페이지 http://www.verve.f2s.com/starsailor/starsailo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