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y Kravitz – Lenny – Virgin, 2001 더욱 ‘낡고 녹슨’ 레니 크래비츠식 하드 록 지난 팝 음악사를 들춰보면, 1960년대 이후 록 음악에서 흑인들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이후, 록 음악은 백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1970년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1980년대 프린스(Prince)가 그 명맥을 이어갔다지만 록보다는 훵크, 디스코, R&B의 비중이 컸던 것이 사실인 만큼, 1990년대 들어 블루스와 소울을 바탕으로 그루브한 록 음악을 들려줬던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존재는 특별했다. 무엇보다 연주와 녹음에 있어 변칙적이고 감각적인 복고적인 성향을 추구했던 그의 음악 세계는 신세대뿐만 아니라, 1960-1970년대 러프함을 그리워하는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Let Love Rule](1989)은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경이로운 데뷔작이었고, 2집 [Mama Said](1991)는 좀 더 대중적으로 잘 다듬어진 앨범이었으며, 3집 [Are You Gonna Go My Way](1993)는 이제까지의 농축된 음악성을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Circle](1995), [5](1998)에서는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훵크, R&B, 테크노와의 조합을 이뤄냈고, 2000년 들어서는 베스트 음반 [Greatest Hits]까지 내놓았다. 3년만의 신작이자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인 [Lenny]에서 레니 크래비츠는 복고 취향의 거침이 자신의 본질임을 인식이라도 시키듯, 그 간결한 앨범 명만큼이나 소박한, 이전보다 더욱 ‘낡고 녹슨’ 레니 크래비츠식 하드 록을 들고 돌아왔다. 이전의 소울의 기름기와 훵크의 그루브는 상당 부분 걸러진 채 말이다. 또한 몇몇 스트링 효과나 신서사이저 연주를 제외하고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작/편곡, 프로듀서까지 모두 레니 크래비츠 자신이 전담하고 있어 [5]와 달리 일관된 고집스러움이 전체적인 톤에 있어 가벼움과 탁함의 정도를 배가시킨다. [Lenny]에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 지글거리는 퍼즈(fuzz) 톤으로 뒤덮여있다. 특히 몇몇 곡의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진행 양식은 1970년대 아메리칸 하드 록의 기운이 직접적으로 느껴질 정도인데, 첫 싱글 커트된 “Dig In”과 “Stillness Of Heart”의 도입부는 마치 게스 후(Guess Who)의 음악을 듣는 듯하고, 사이렌 효과음과 함께 난폭한 질주감을 주는 “Bank Robber Man”은 1970년대 후반 ‘디트로이트 록’을 대표했던 테드 뉴전트(Ted Nugent)를 연상시킨다. 또한 “God Save Us All”의 단순 간결한 기타 리프는 1970년대 글램 록 그룹 티 렉스(T. Rex) 풍이며, 중반부 토크 박스 기타 연주는 조 월시(Joe Walsh)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클래식 록’의 맛깔스러움을 선사하는 곡들에서 레니 크래비츠는 라이브 잼(jam) 세션과 같은 릴랙스한 연주로 자연스럽게 복고풍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그밖에 ‘시간의 흐름으로 변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한다’는 “Yesterday Is Gone(My Dear Kay)”, ‘떠나간 사랑에 대한 허무함’을 그린 “A Million Miles Away”는 레니 크래비츠식 록 발라드이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곧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Believe In Me”는 탄력 넘치는 비트 박스와 낮게 드리워진 서정적인 신서사이저 연주가 도회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혹자들은 끈끈함이 사라진 앨범 [Lenny]의 메마른 질감에 적잖이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레니 크래비츠는 자신의 본령 중 하나인 아메리칸 하드 록에 충실하여 모든 장신구들을 벗어 던진 ‘의도적인 단아함’으로 정감 어린 강렬함을 선사한다. 옷을 벗겨낸 그의 맨 살을 보듯, 모든 근원이 되었던 본질로의 접근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이 앨범은 레니 크래비츠의 촌스러운 선글라스, 심플한 가죽 재킷, 빈티지 청바지, 매끈한 빨간 부츠와 같은 일상적인 모습의 과장 없는 반영이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태세인. 20011113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7/10 수록곡 1. Battlefield Of Love 2. If I Could Fall In Love 3. Yesterday Is Gone 4. Stillness Of Heart 5. Believe In Me 6. Pay To Play 7. A Million Miles Away 8. God Save Us All 9. Dig In 10. You Were In My Heart 11. Bank Robber Man 12. Let’s Get High 관련 글 Lenny Kravitz [Greatest Hits] 리뷰 – vol.2/no.22 [20001116] 관련 사이트 Lenny Kravitz 공식 사이트 http://www.lennykravit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