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6122742-muse_originMuse – Origin Of Symmetry – Mushroom/Sony, 2001

 

 

잘 팔리는 인디 록의 미덕

처음에는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룹 중의 하나가 될 줄만 알았다. 데뷔 앨범 [Showbiz]를 두고 메이저 잡지들이 라디오헤드의 서자라고 비아냥거릴 때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심지어 새 앨범 [Origin Of Symmetry]를 사고도 ‘뭐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에 상당히 오랫동안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적어도 첫 번째 곡 “New Born”까지는 그랬다. 예전보다 더 시끄러워진 데다가 도입부의 약간은 유치한 단음계의 반주까지만 해도 ‘저번이랑 똑같네’라고 말할 뻔했다. 게다가 요즘 추세에 어울리지 않게 디스토션이 강하게 걸린 기타와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일부 사람들에게 위대했던 음악을 생각나게 하는 키보드가 상당히 거슬렸다. 보컬도 톰 요크(Thom Yorke)를 저번보다 더하면 더했지 거의 똑같은 톤으로 가져가는 것도 걸렸다. 그런데 곡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비애를 쥐어짜지만 속은 텅 빈 가벼움이 아니라 거의 교향악에 가까운 장중함과 진정으로 심각한 비장감이다.

두 번째 곡 “Bliss”부터는 확실히 다르다. 코러스의 몰아치는 사운드는 두텁고 웅장한 반면 간주의 아르페지오는 조용하고 신비하다. 세 번째 곡 “Space Dementia” 도입부의 피아노는 옛날 1970년대 아트 록 그룹 르네상스(Renaissance)를 생각나게 하더니, 네 번째 곡 “Hyper Music”에서는 D 단조 음계를 따라 올라가는 베이스가 놀랍다. 음계로 반주를 한다는 것은 화성적으로 다소 불안해지고 록에는 잘 쓰이지 않는 방법인데 뮤즈는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낼뿐만 아니라 보컬의 멜로디와도 절묘하게 어울리도록 하는데 성공한다. 이 정도의 편곡이면(물론 라디오헤드의 프로듀서였던 존 레키(Jon Leckie)가 도와주었겠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을 넘어 ‘올해의 편곡'(그런 게 있다면)도 노려봄직하다.

데뷔 앨범에서처럼 이번에도 ‘민속음악'(어느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는 ‘플라멩꼬’라고 지적했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뽕짝 선율’로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Darkshines”, “Feeling Good”도 한국적 정서에 잘 맞는다. 마지막 곡 “Megalomania”는 처음에 유랑 극단 밴드의 분위기를 내더니 갑자기 바하의 푸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오르간이 등장하여 매우 비극적으로 끝맺는다.

그런데 쉴새없이 몰아치는 사운드의 폭풍과 지나친 비장함은 듣는 사람을 좀 부담스럽게 만든다. 매튜 벨라미(Mathew Bellamy)의 보컬은 아직도 라디오헤드 같지만 좋게 보면 원래 그런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겠고 더 좋게 말하면 극적인 분위기에 제격이다. 굳이 이들의 음악에 장르명을 쓰자면 초기 라디오헤드 비슷한 ‘브리티쉬 그런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지 특유의 ‘자폐적’ 정서보다는 드라마틱하고 몰아치는 느낌이 강하다. 사운드는 현대적인데 그 느낌은 셰익스피어 비극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고전주의’니, 최근의 유행이나 ‘쿨’하게 여겨지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으면서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음악은 아니다. 잘 팔리는 인디 록(영국식 메인스트림 록)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을 잘 갖추고 있다.

뮤즈를 비롯하여 트래비스나 콜드플레이가 데뷔는 “브릿팝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고 선언된 뒤에 했지만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곧 대형 밴드가 되어 그 이후 놀랄 만큼 성숙하고 다양한 사운드로 이끌고 나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곧바로 ‘영국의 록의 현재는 밝다’고 말하는 건 경솔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음악과 상업적으로도 대중에게 어필하는 ‘선진국의 록’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0011112 | 이정엽 fsol1@hananet.net

7/10

수록곡
1. New Born
2. Bliss
3. Space Dementia
4. Hyper Music
5. Plug In Baby
6. Citizen Erased
7. Micro Cuts
8. Screenager
9. Dark Shines
10. Feeling Good
11. Megalo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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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Showbiz] 리뷰 – vol.3/no.12 [20010616]

관련 사이트
Muse 공식 사이트
http://www.muse-official.com
앨범 [Origin Of Symmetry] 사이트
http://www.originofsymmetry.com/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