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zy Osbourne – Down To Earth – Epic/Sony, 2001 노장이 시대의 풍랑에서 살아남는 법 자타공인 ‘어둠의 왕자’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돌아왔다. 1970년대는 헤비 메탈의 모든 것을 확립시킨 블랙 사바쓰(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로, 1980년대는 이른바 ‘악마주의 메탈’의 원조이자 대부로 열광적인 갈채와 거센 비난을 동시에 받아야 했던 오지 오스본. 1980년대 대중 음악계를 수놓았던 거물들 대부분의 행보가 그러하듯, 오지 오스본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음악적 활력을 잃어갔다. 그가 1990년대 내놓은 몇 안 되는 정규 앨범들 – [No More Tears](1991), [Ozzmosis](1995) – 은 비록 그의 굳건한 고정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상업적으로는 평균 이상의 실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음악적으로는 별다른 특징없이 1980년대 전성기 때 그의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다시 말해 ‘재탕’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오지 오스본의 창작력 고갈에서 비롯된 바가 결정적 이유였겠지만, 시대의 흐름 탓도 이에 못지 않았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의 광풍은 록 음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피해를 입은 장르는 다름 아닌 헤비 메탈이었다. 1980년대 내내 빌보드 앨범 차트 상위권을 벗어날 줄 모르던 메탈은, 삽시간에 한물 간 장르로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록 음악을 좀 듣는다 하는 이들 사이에서 십중팔구 너바나(Nirvana)나 스매슁 펌킨스(Smashing Pumpkins) 같은 밴드들이 즐겨 거론되는 현실에서, 헤비 메탈 뮤지션을 입밖에 꺼낼라 치면 단숨에 조롱거리가 되던 1990년대였다. 때마침 전개되던 메탈의 서브 장르 분화(데스, 블랙, 고딕, 그라인드 코어 등)까지 겹쳐, 헤비 메탈은 완전히 ‘언더그라운드’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오지 오스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헤비 메탈에 불어닥친 총체적 시련기를 맞아, 그는 때를 기다리며 두문불출 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내놓은 오지의 정규 앨범이 고작 두 장 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동안 그는 이따금씩 투어를 돌거나 공연 실황 앨범을 내놓던가 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은퇴 소식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으며, 은퇴 기념 투어까지 해놓고 별다른 해명 없이 컴백 선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블랙 사바쓰의 오리지널 멤버들과 다시 뭉쳐 재결합 공연과 라이브 앨범을 내놓기도 하는 등, 오지의 1990년대 행보는 ‘두문불출’ 사이사이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오지 오스본의 좌충우돌은 그에게 있어 항상 피곤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잊을 만하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건수를 들고 나타나는 오지 오스본을, 대중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항상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그의 아내이자 매니저인 섀론 오스본(Sharon Osbourne)의 주도면밀한 마케팅의 산물일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여하튼 오지는 1990년대 객관적으로 보면 슬럼프에 빠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절대 망각되지 않는 확고한 ‘명사(celebrity)’였다. 이렇게 유명 인사의 위치를 굳히던 오지가 그보다 윗 단계인 ‘아이콘’의 경지로 도약하게 된 계기가 1990년대 후반부터 마련되었다. 그것은 1996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되는 헤비 메탈 밴드들의 페스티벌 오즈페스트(Ozzfest)였다. 현재는 메탈 관련 공연 중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하는 행사로서, 오지는 무대에 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올해에는 재결합한 블랙 사바쓰에 참여하여 스테이지에 등장했다), ‘오즈페스트’라는 공연 명칭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뢰감에 힘입어, 그의 이름은 ‘메탈’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일종의 고유 명사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지시키며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이 든 순간, 오지는 회심의 카드를 던지게 된다. 그것은 [Ozzmosis] 이후 6년만에 내놓는 스튜디오 앨범 [Down To Earth]이다. 그리고 결과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 4위로 데뷔하는 명쾌한 성공이었다. [Down To Earth]는 음악적으로 볼 때, 새롭다거나 참신한 구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하지만 그러한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구관이 명관’인 음반이다. 앨범 곳곳에 오지 오스본 특유의 사운드, 즉 육중한 기타 리프가 깔렸으나 묘하게 멜로디 친화적인 미디엄 템포의 헤비 록 넘버들이 포진해 있다. “Gets Me Through”, “Facing Hell”, “No Easy Way Out”, “That I Never Had”, “Junkie” 등이 그 전형적인 예다(오지의 변함없는 동반자인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Zakk Wylde)의 보다 원숙해진 연주 기량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이런 헤비한 곡들 사이사이, 과거 “Goodbye To Romance”와 “So Tired”의 전통을 잇는 발라드들이 자리잡고 있다. 존 레논(John Lennon)의 에센스와 오아시스(Oasis)의 표현 방식을 참고한 흔적이 역력한 “Dreamer”, “You Know…(Part 1)”, “Running Out Of Time” 등이 바로 오지 오스본 식 발라드를 표방하는 노래들이다. [Down To Earth]는 이렇듯 오지 오스본의 전형적인 사운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이러한 점을 셀링 포인트로 부각시킨, 실로 주도면밀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차트 상위권까지 랭크되도록 구매해 간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오지의 충성스런 골수팬들? 1980년대 헤비 메탈의 세례 속에 성장했으나 어른이 되어 생활에 쫓겨 잠시 망각했다가 불현듯 향수에 젖어 지갑을 열게 된 장년층들? 아니면 오즈페스트를 계기로 ‘살아있는 전설’ 오지의 명성의 실체를 궁금해하던 젊은이들? 정답은 이들 가운데 있거나 아니면 이들 모두 다일 것이다. 분명한 건 오지는 이 모든 상황을 미리 간파해냈다는 점이고, [Down To Earth]를 과거의 노장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할 성공 사례로 일구어 냈다는 사실이다. 내년 초 발매될, 릭 루빈(Rick Rubin)이 프로듀스한 블랙 사바쓰의 스튜디오 앨범에는 과연 어떤 모습을 가진 오지 오스본의 계략이 숨겨져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이것부터가 오지의 교활한 술책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20011112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6/10 수록곡 1. Gets Me Through 2. Facing Hell 3. Dreamer 4. No Easy Way Out 5. That I Never Had 6. You Know… (Part 1) 7. Junkie 8. Running Out Of Time 9. Black Illusion 10. Alive 11. Can You Hear Them? 관련 사이트 Ozzy Osbourne 공식 사이트 http://www.ozzy.com Epic 레코드의 Ozzy Osbourne 사이트 http://www.ozzynet.com Ozzfest 공식 사이트 http://www.ozzfe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