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 EMI, 1972 볼륨을 최고로 올려라! “1970년에 이르기까지 루크 라인하르트(Luke Rhinehart)의 [주사위 인간(The Dice Man)], 워홀(Warhol)의 팝 아트, 데리다(Derrida)와 푸코(Foucault)의 저작들은 현실과 절대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역사에 관한 언론과 교육체계의 설교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은 그릇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문화를 새롭게 발명했다.” 글램 록의 생성기를 회상하며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한 말이다. 데리다와 푸코의 저작이 처음 영어로 번역된 것이 각각 1971년과 1973년인 만큼 그의 말에는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위의 진술로부터 글램 록의 선구자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를 추론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싶은 것을 한다. 세상은 우리의 거대한 놀이터다. 우리는 여기서 신나게 놀 것이다.’ 신나게 놀기 위해서 이들은 다섯 살 먹은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곳에는 환상과 현실의 구분도 없고 명확한 성 정체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처럼 누나의 화장대에서 립스틱과 마스카라를 훔쳐 바르고 만화에나 나옴직한 우스꽝스럽고 현란한 옷을 차려 입음으로써 스스로를 환상 속의 인물로 재창조한다. 글램 록을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립스틱을 바른 남자들이 하는 록’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말부터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뮤지션들 중 일부는 자신의 몸을 갖가지 이미지를 그려 넣는 캔버스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초현실적 이미지를 즐겨 다뤘던 제네시스(Genesis)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나 기괴함과 광기를 강조한 아더 브라운(Arthur Brown) 등이 있었지만, 이러한 경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것은 1970년대 초의 글램 로커들이었다. 글램 로커들이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양성적 이미지였다. 그들은 남성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으면서도 동시에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했던 여성적 아름다움이란 결국 글래머 여배우의 이미지였다. 이 점에서 립스틱은 글램 록을 지칭하는 핵심적 알레고리로 등장한다. 글램 록의 선구자들인 마크 볼란(Marc Bolan), 데이빗 보위 그리고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등은 립스틱을 찍어 바름으로써 자신들의 모호한 성 정체성을 드러냈고 동시에 지배적인 것과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립스틱이란 자기 표현의 방식임과 동시에 문화적 싸움의 무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단순한 정의는 글램 록의 내적 다양성을 고려할 때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록계의 소수 엘리트들이 립스틱을 매개로 한 의미전달에 열중하고 있던 1970년대 초, 영국의 록계에는 이들과 다른 방향에서 립스틱으로 치장한 노동계급 포퓰리스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슬레이드(Slade), 스위트(Sweet), 게리 글리터(Gary Glitter), 앨빈 스타더스트(Alvin Stardust), 그리고 머드(Mud) 등을 대표로 하는 이들은 1970년대 초 영국의 히트 차트를 석권하면서 글램 록 열풍을 몰고 왔다. 이들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던 나머지 영국에서는 아직도 글램 록이라는 이름이 이들에 의해 거의 독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50년대 풍 로커빌리로부터 강력한 하드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분포를 나타냈지만 이들의 음악은 축구경기장에서 응원가로 불리면 딱 알맞을 정도로 지극히 대중적이고 남성적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의 립스틱 착용은 짓궂은 장난이나 해프닝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으며 이들이 아무리 짙은 화장을 한다고 해도 이들의 성 정체성이 의심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이 점에서 이들의 글램 록은 데이빗 보위, 마크 볼란 그리고 브라이언 이노 등이 주창했던 글램 록과는 태생을 달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이 두 글램 록을 하이 글램과 로우 글램(또는 Art-school Glam과 Cod Gla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구별하기도 하는데, 매우 적절한 구분으로 생각된다. 하이 글램은 이후 1970년대 중반의 브리티쉬 펑크와 1980년대 뉴 로맨틱스 운동을 촉발했고, 로우 글램은 1980년대 헤어 메탈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이 글램과 로우 글램의 문제에 더하여 글램 록의 개념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아메리칸 글램 록의 존재이다. 글램 록은 기본적으로 영국적인 현상이었으나 미국에도 글램 록이라 불리는 음악이 존재하기는 했다. 아메리칸 글램 록이야말로 ‘립스틱만 바르면 무조건 글램’이라는 도식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룹들의 면면을 보면 뉴욕 돌스(The New York Dolls),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그리고 키스(Kiss) 등이 손꼽히는데, 이 중 앨리스 쿠퍼와 키스는 기요틴과 불꽃놀이로 치장한 광대들일 뿐, 성 정체성의 문제와는 무관한 그룹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성적 확실성 때문에 보수적인 미국에서 이들의 립스틱 치장이 허용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에 비해 보다 도전적인 접근을 취했던 뉴욕 돌스는 이들과 달리 상업적 참패를 면치 못했으며 비록 화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가장 선구적이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는 그룹 해체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이름이 알려질 수 있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용법처럼 글램 록이라는 말을 통해 하이 글램 만을 의미한다면 미국에는 글램 록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글램 록과 관련한 모든 것의 출발점은 마크 볼란이다. 데이빗 보위가 인정하듯 “마크 볼란은 글램 1.0을 발명했다”. 그러나 보위와 이노가 “1.1, 1.2 버젼을 향해 나갈 때 볼란은 아직도 1.0에서 허덕였다.”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는 마크 볼란이 고안한 문화적, 시각적, 음악적 혁신을 그 논리적 극단에까지 밀어붙인 결과이다. 볼란에 있어서 암시에만 머물렀던 섹슈얼리티의 문제는 무대의 전면으로 등장했고,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 야마모토 간사이,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와 가부키 극 등의 이미지가 뒤엉켜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초현실적 인물을 탄생시켰다. 음악적으로는 볼란의 심플하고 선율적인 로큰롤 노선이 채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oaded] 시기의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스투지스(The Stooges)에 대한 적극적 참조를 통해 보다 강력하고 외향적인 아메리칸 록적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발전은 내성적인 볼란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으로, 오직 천부적인 쇼맨 보위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 앨범은 티 렉스(T. Rex)의 [Electric Warrior], 록시 뮤직(Roxy Music)의 [For Your Pleasure]와 함께 글램 록 최고의 명반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앨범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앨범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다. 앞서 장황하게 이 앨범의 문화적 의미와 맥락에 대해 나열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을 몰라도 이 음반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 앨범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그것이 지닌 역동적 흐름이다. 수록곡 각각의 우수성은 두 말할 나위 없거니와 개개의 트랙이 이어져 전체를 형성하는 힘은 이 앨범을 더욱 탁월한 것으로 만든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개별 작품으로서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잇는 구성 요소일 때 더욱 빛을 발하며, 바로 이 점이 특정한 몇몇 곡을 베스트 트랙으로 지목할 수 없는 이유다. 그야말로 구슬 서말을 꿰어 보배를 만든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옥의 티는 존재한다. 수록곡 중 유일하게 자작곡이 아닌 “It Ain’t Easy”가 전체의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가지고 시시콜콜 트집잡다가는 치사하다는 소리 밖에 못 듣는다. 이것 저것 생각할 것 없이 이 앨범을 들을 때는 데이빗 보위가 앨범 커버에서 주문한 요구사항만을 명심하면 된다; “To Be Played At Maximum Volume!” 20011105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10/10 수록곡 1. Five Years 2. Soul Love 3. Moonage Daydream 4. Starman 5. It Ain’t Easy 6. Lady Stardust 7. Star 8. Hang On To Yourself 9. Ziggy Stardust 10. Suffragette City 11. Rock & Roll Suicide 관련 글 David Bowie [Hunky Dory]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Diamond Dog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Young American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ow]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Heroe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et’s Dance]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All Saints: Collected Instrumentals 1977-99] 리뷰 – vol.3/no.22 [20011116] 관련 영상 “Starman” ([Ed Sullivan Show] 중)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