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 Diamond Dogs – EMI, 1974 폐기 처분된 로큰롤 록 스타들에게 상존하는 위험 중 하나는 그들이 지닌 거대한 자의식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일이다. 실제로 데이빗 보위는 [Ziggy Stardust]의 광풍이 한창일 무렵 ‘내가 진짜 메시아가 아닐까?’라는 착각에 여러 번 빠져들었다고 실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기 스타더스트를 죽여버림으로써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그는 유감스럽게도 나르시시즘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그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 믹 론슨(Mick Ronson)과의 결별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의 하나다. [The Man Who Sold The World] 이래로 그의 전성기 음악에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던 믹 론슨을 해고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예술적 자유와 독립성을 바탕으로 그는 이 앨범에서 작곡과 편곡은 물론 리듬 섹션을 제외한 대부분 악기의 연주 그리고 프로듀싱과 믹싱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앨범은 그의 전성기 앨범 중에서도 드물게 그의 음악적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데이빗 보위가 새롭게 누리게 된 예술적 자유와 독립성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과시하기 위한 거대하고 야심찬 프로젝트의 수립으로 이어졌다. 그가 기획한 것은 파시즘과 디스토피아에 관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고전 [1984]를 무대공연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1974년의 도래를 맞아 정확히 10년 후에 펼쳐질 암울한 미래에 관한 묵시록적 예언을 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이 주제는 그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그의 초기작 [The Man Who Sold The World]로부터 전작 [Aladdin Sane]에 이르기까지 그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라는 테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여기서 그가 새삼스럽게 이 주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시각예술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비전을 보다 심도 있고 본격적으로 추구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이 거창한 프로젝트는 출발 단계에서부터 이미 좌초하고 말았다. 조지 오웰 재단이 그에게 원작의 각색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소설에 느슨하게 기초한 음반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 앨범은 기승전결의 극적 서사방식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컨셉트 앨범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Ziggy Stardust], [Aladdin Sane] 그리고 [Station To Station] 등의 앨범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컨셉트 앨범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 앨범만큼 컨셉트 앨범의 의미에 충실한 작품은 없다. 애당초 이 앨범이 무대공연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인 만큼 이는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그 내용에 있어서 전체주의 하에서의 금지된 성과 사랑 그리고 그것의 비극적 종말이라는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되살리고 있다. 미래사회의 비참한 생활환경과 살벌한 감시체제를 묘사한 첫 두 트랙으로부터, 짜릿하고 뜨거운 사랑과 그에 따르는 불안감이 서술된 중반부, 그리고 끝내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충복으로 되돌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 결말부까지 이 앨범은 [1984]의 윈스턴 스미쓰(Winston Smith)를 연상케 하는 한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조지 오웰 재단의 반대는 이 앨범이 지닌 원작과의 형식적 연관성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앨범의 타이틀은 1984에서 [Diamond Dogs]로 바뀌었고 윈스턴 스미스와 줄리아(Julia) 그리고 오세아니아(Oceania) 등과 같은 주요 명칭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원작에 대한 연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오직 “1984”와 “Big Brother”라는 두 개의 트랙에 한정되어야만 했다. 이 앨범의 서두에서 데이빗 보위는 “이것은 로큰롤이 아니다. 이것은 학살이다!(This ain’t Rock & Roll, This is Genocide!)”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물론 이 앨범이 다루고 있는 파시스트 체제 하에서의 위협과 공포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다 중요한 음악적 의미가 숨어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로큰롤에 대한 그의 사형 선고이다. 이 앨범은 겉보기에 [Ziggy Stardust] 이래로 지속되어 온 로큰롤 노선을 다시 채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의 로큰롤은 그것의 통상적인 화려함이나 재기발랄함과는 동떨어진 음산하고 어둡고 추한 음악이다. 이를 통해 그는 로큰롤의 부패와 그것의 불가능한 미래를 표현한다. 이 앨범이 발표되었던 1974년은 로큰롤의 운명이 가장 위태로웠던 시기다.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 비대해진 프로그레시브 록과 하드 록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값싼 일회용 팝송이 차트를 주름잡고 있었다. 여기에 무서운 도전자 디스코가 서서히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큰롤의 존재는 날이 갈수록 유명무실해졌다. 이미 배드핑거(Badfinger)와 레스베리스(The Raspberries)는 존재가 미미해졌고 데이빗 보위와 함께 로큰롤의 마지막 보루로 활약했던 티 렉스(T. Rex)는 급속한 퇴조를 보이고 있었다. 비록 2년 후에 발표되는 레이먼즈(Ramones)의 데뷔 앨범과 그 이듬해 런던에서 폭발하는 펑크 록을 통해 무대의 전면에 다시 복귀하기는 하지만 이 시기에 로큰롤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직면한 그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로큰롤 여정에 종지부를 찍고 나아가 로큰롤이라는 장르 자체를 폐기 처분해 버린다. 이 앨범의 문제는 그것이 지닌 주제의식과 야심을 뒷받침하기에 음악적 아이디어가 크게 빈곤하다는 점이다. 이 앨범에서 음악은 철저히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보조적 역할에 국한되어 있다. 선율은 가사의 리듬에 억지로 짜 맞춰진 듯 어색하고 사운드에는 전혀 긴장감이 없으며 연주는 활기를 결여하고 있다. 작품의 틀은 거창한데 반해서 디테일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의 트랙에서 간혹 재치가 번뜩이는 부분도 발견되지만 그것은 힘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곧 맥이 끊기고 만다. 전작들에 넘쳐나던 강렬한 내적 에너지와 역동적 흐름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 연주시간은 실제 타이밍에 비해 훨씬 더 긴 것처럼 느껴진다.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활용한 영화적 수법은 의도와 달리 만화로 전락하고 만다. 이 점에서 가장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믹 론슨의 부재이다. 데이빗 보위의 비전에 음악적 생기를 불어넣어 왔던 그가 함께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이 앨범은 전작들과 달리 매우 맥빠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 앨범은 데이빗 보위의 작품 중 가장 극단적으로 평가를 양분하는 문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최악의 것으로 평가하는 반면 그 정반대의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입장차는 이 앨범을 [Ziggy Stardust]의 흉한 쌍둥이 동생으로 보느냐 아니면 한 천재 아티스트의 매력적으로 뒤틀린 도취의 기록으로 보느냐에 따라 판가름된다. 전자의 관점에서 이 앨범은 [Ziggy Stardust]의 위엄와 카리스마를 모두 결여한 졸작에 불과하다. 반면 후자의 관점에서 이것은 그의 작품 중 록의 본령에 가장 근접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다소 경량급이라는 인상을 풍겼던 전작들에 비해 이 앨범의 어둡고 중후한 사운드는 이것이 보다 진지하고 심오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록이라는 게 어차피 자기도취를 본질로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 앨범이 지닌 모든 외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히 작품 자체의 완성도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앨범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러한 판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수록곡의 완성도가 그야말로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거론할 가치가 있는 곡은 [Ziggy Stardust]와 [Aladdin Sane]의 연장선상에 있는 로큰롤 넘버 “Rebel Rebel”과 박진감 넘치는 디스코 트랙 “1984” 정도에 불과하다. 엉성한 듯하면서도 예술적 터치가 가미된 “Rebel Rebel”은 그의 글램 록 시기를 총결산하는 역작이며, 1980년대 초 KBS ‘100분쇼’에서 윤시내가 가끔 부르기도 했던 “1984”는 그의 이후 음악적 변신을 예견하는 명곡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앨범에서는 이 두 곡 외에 그다지 쓸만한 곡을 발견하기 어렵다. 20011105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4/10 수록곡 1. Future Legend 2. Diamond Dogs 3. Sweet Thing 4. Candidate 5. Sweet Thing (Reprise) 6. Rebel Rebel 7. Rock ‘N’ Roll With Me 8. We Are The Dead 9. 1984 10. Big Brother 11. Chant Of The Ever Circling Skeletal Family 관련 글 David Bowie [Hunky Dory]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Young American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ow]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Heroe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et’s Dance]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All Saints: Collected Instrumentals 1977-99] 리뷰 – vol.3/no.22 [20011116] 관련 영상 “Rebel Rebel”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