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Bowie – Let\’s Dance – EMI, 1983 참여 뮤지션이 더욱 돋보이는 성공작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1983년도 앨범 [Let’s Dance]는 발매 당시 상당한 인기와 화제를 일으킨 음반이다. 우선 타이틀 트랙 “Let’s Dance”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이 노래 외에 보위의 차트 1위 곡으로는 존 레논(John Lennon)과의 합작 “Fame”이 있다). 후속타 “China Girl”은 노래 자체는 물론이려니와(한동안 재야에 파묻혀 있던 이기 팝(Iggy Pop)이 작곡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무엇보다도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버트 랭카스터와 데보라 카가 연출한 – 여전히 불후의 명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되곤 하는 – 해변에서의 러브 씬을 재현해낸(여기서 보위의 상대는 당연히 ‘중국 소녀’다) 다소 에로틱한 뮤직 비디오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Modern Love”는 프랑스의 누벨 이마주 신동 레오스 까락스(Leos Carax)의 대표작 [나쁜 피]에 삽입되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또한 [Let’s Dance]는 최초로 국내에서 라이센스 발매된 데이빗 보위 앨범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Let’s Dance]를 오늘날까지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로는,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호화찬란한 위용이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들은 단연 1980년대를 빛낸 두 거목,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과 나일 로저스(Nile Rodgers)다. 더구나 그들에게 있어서도, [Let’s Dance] 앨범은 그들 자신의 경력상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스티비 레이 본의 경우, 앨범 수록곡들 각각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초지일관 뿜어내는 그의 블루스 기타연주는 단연 이 앨범에서 가장 튀는 요소다. 그의 연주를 목격하고 홀딱 반해버린 데이빗 보위의 강력한 권유로 [Let’s Dance] 세션에 참여하기 전, 그는 매우 촉망받기는 했지만 아직 국제적인 주목은 받지 못한 로컬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Let’s Dance]의 성공 이후 그는 일약 자니 윈터(Johnny Winter)의 뒤를 이을 텍사스 화이트 블루스 록의 기린아로 떠올랐으며, 곧바로 에픽(Epic)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어 출세가도를 달릴 준비를 마치게 된다. 나일 로저스에게 있어서도, [Let’s Dance]는 그가 198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로 자리매김되는데 초석의 역할을 담당했다. ‘작가주의적 디스코’를 표방한 밴드 쉭(Chic)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쉭의 해산 이후 [Let’s Dance] 앨범을 데이빗 보위와 공동 프로듀싱함으로써 음반 제작자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이후 나일 로저스는 마돈나(Madonna)의 [Like A Virgin](1984)과 파워 스테이션(The Power Station)의 앨범 등을 통해 슈퍼 프로듀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Let’s Dance]는 데이빗 보위의 역량이 결코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비 레이 본과 나일 로저스의 일대 격돌이 더욱 부각되는 앨범으로 결과 지어진 감이 없지 않다. 즉 앞에서도 말했듯 뉴 웨이브와 신쓰 팝이 대세인 앨범 전체의 분위기엔 전혀 개의치 않고 꿋꿋하게 펜타토닉 스케일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스티비 레이 본의 자세라면, 직접 리듬 기타를 담당하기도 한 나일 로저스는 시종일관 리드미컬하면서도 날렵함과 세련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플레이는 그가 쉭 시절부터 줄곧 견지해온 것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세계를 결코 양보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신념 어린 연주는 “China Girl”과 “Without You”, “Criminal World” 등에서 정말 들을 만한 대결을 펼친다. 특히 “Without You”의 경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베이스 라인을 창조해냈’으며 ‘일렉트릭 베이스의 역사를 그루브 하나로 다시 쓴’ 쉭의 베이시스트 버나드 에드워즈(Bernard Edwards)까지 가세해 문자 그대로 ‘압권’을 자아내고 있다. 이렇게 세션 뮤지션들이 불꽃 튀기는 경합을 펼치다 보니, 1970년대만 해도 무소불위의 마력을 떨치던 데이빗 보위의 카리스마는 상대적으로 그 약효가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1970년대 데이빗 보위의 최대 강점이자 영향력은, 끊임없이 보는 이를 혼란시키는 변신 능력이었다. 그가 연출해 내는 이미지나 사운드 모두에 있어서, 당시 시대적 상황과 호흡하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거리를 두고, 또한 저만치 앞서나가는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재주가 보위의 최고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능력은 1980년대에 이르자, 돌연 예기치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그가 1970년대 선구적으로 탐험한 장르들은, 1980년대에 이르자 모조리 대중 음악의 최전선에 떠오르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의 주역을 서서히 ‘노털’의 상황에 접어 들어든 보위가 아니라, ‘새로운 피’들이 맡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어린 시절 예외 없이 데이빗 보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아먹고 기량을 연마한 애송이들이, 어느덧 음악적 스승을 밀어내고 대중의 갈채를 얻어내려 맹활약을 펼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MTV의 힘을 입어, 과거 보위의 독과점적 무기였던 ‘비주얼’까지 철저히 갖춘 채. 비록 회심의 역작 [Let’s Dance]로 상업적 성공과 비상한 주목을 얻어냈지만, 이제 보위 앞에 펼쳐진 길은 ‘원로’로 자리매김되어 가는 가파른 경사로였던 것이다. [Let’s Dance]는 이렇듯, 깊고 깊은 보위의 딜레마의 초입을 증명하는 앨범이다. 물론 데이빗 보위는 프랭크 자파(Frank Zappa)와 더불어, 참여 뮤지션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는 특이한 거장인 게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티비 레이 본과 나일 로저스 또한 믹 론슨(Mick Ronson) –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 로버트 프립 (Robert Fripp) – 카를로스 알로마(Carlos Aloma) – 에드리언 벨류(Adrian Belew) 등으로 이어지는 데이빗 보위 관련 기타리스트 계보도의 일부 요소로만 바라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확고한 자기 세계를 갖춘 뮤지션들을 자신의 음악 속에 녹여내던 보위의 비범한 능력을 [Let’s Dance]에서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이러한 보위의 딜레마는 자신의 내공이 떨어진데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어쩌면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앞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장난’ 때문인지도 모른다. 20011112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수록곡 1. Modern Love 2. China Girl 3. Let’s Dance 4. Without You 5. Ricochet 6. Criminal World 7. Cat People (Putting Out The Fire) 8. Shake It 관련 글 David Bowie [Hunky Dory]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Diamond Dog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Young American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Low]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Heroes] 리뷰 – vol.3/no.22 [20011116] David Bowie [All Saints: Collected Instrumentals 1977-99] 리뷰 – vol.3/no.22 [20011116] 관련 영상 “China Girl”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