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ksandr Bashlachev – Vechnyi Post(Eternal Fest) – Moroz, 1987 시베리아에서 온 죽은 시인의 낭송 에까쩨린부르그(구 스베들로프스끄)는 우랄 산맥을 넘어 시베리아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도시다. ‘그런 곳에도 무슨 음악이 있냐?’라고 말하겠지만 차이코프스끼도 우랄 산맥 부근 어딘가에서 출생했다는 정보를 들으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진다. 이곳 출신의 뮤지션들 중 알렉산드르 바슐라체프는 ‘모든 러시아의 록 뮤지션의 영감의 원천’이라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물론 이미 망자(亡者)가 된 인물에 대한 찬사의 성격이 강하겠지만, 그가 뻬쩨르부르그의 록 커뮤니티에 남긴 영향은 많은 이들의 증언으로 미루어보아 틀림없는 것 같다. 아끄바리움(Akvarium)과 D.D.T.의 테이프를 듣고 지역의 로컬 밴드에 작사와 작곡을 해주던 바슐라체프는 1984년부터 스베들로프스끄와 뻬쩨르부르그를 왔다갔다 하면서 록 커뮤니티에 가담했다. 한번은 끼노(Kino), 한번은 알리사(Alisa)의 도움으로 뻬쩨르부르그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일도 있다(참고로 끼노의 [Nachalnik Kamchatki(The Chief of Kamchatka)]의 재발매 CD에 수록된 새 개의 보너스 트랙에서 빅또르 쪼이와 함께 기타를 연주한 인물이 알렉산드르 바슐라체프다). 1988년 27살의 나이로 자살했기 때문에 그는 정규 레코딩을 남긴 것은 없다. 콘서트 실황을 레코딩한 것을 제외하면 야마하제(製) 4트랙 카세트 레코더로 녹음된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유작일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그의 음악을 느껴보려는 용기에도 불구하고 그건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르페지오가 나오다가 가끔씩 스트러밍을 해대는 어쿠스틱 기타 위에서 중얼거리는 그의 음성은 ‘노래의 가창’이라기보다는 ‘시의 낭송’에 가깝다. 게다가 악곡의 형식도 불명확할 때가 많고 코드 진행도 변화가 많지 않아서 이래저래 ‘음악 리뷰’도 곤란하다. 센티멘털한 라디오 방송용 멘트를 제외하고는 시 낭송에 대한 최소한의 경험조차 없는 평자로서는 난감할 뿐이다. 게다가 바슐라체프의 가사는 러시아어를 조금 공부한 이방인이 이해하기에는 극악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난해하다. 아마 본국인이라도 사정이 조금 나은 정도일 것이다. 두 세 어절 정도로 조합된, 단절된 의미의 배열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단순히 그 안에 선택된 단어들이 그의 내면세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밖에 추측할 수 없다. 아주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그건 매우 섬세하면서 절망적이다. ‘기형도가 음악을 했다면 이랬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은 시와 음악 사이의 연계가 끊어진 한국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낳는다. 더 엉뚱한 생각인가. 20011115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 박일경 nikcuf@hanmail.net의 도움으로 씀. 수록곡 1. Pososhok(Road) 2. Vce Ot Vinta!(All pulled Out!) 3. Siadem Riadom 4. Kogda My Vmeste(When We Are Together) 5. Vechnyi Post(Eternal Fest) 6. Vce Budet Khorosho(Everything Will Be Fine) 7. Imya imyon(Name Of Names) 8. Na Zhizn` Poetov(In Life As Poets) 9. Kak Vetra Ocennie(Like Autumn Wind)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6): 1990년대의 카오스… 그리고 록 커뮤니티의 와해 – vol.3/no.22 [20011116] 관련 사이트 Aleksandr Bashlacjev 사이트들 http://bashlachev.boom.ru http://www.adelaida.net:8205/music/baslac1.html Aleksandr Bashlachev [Vechnyi Post(Eternal Fest)] 전곡 mp3 다운로드 페이지 http://members.tripod.com/Dimka_2/ab.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