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31112426-0321systemofadawnSystem Of A Down – Toxicity – Sony Music, 2001

 

 

메인스트림 하드코어의 진지하고 세련된 성찰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을 접했을 때 이들의 음악은 당시 하드코어(랩 코어) 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창성을 갖고 있었다. RATM의 그루브한 정치성과 슬레이어(Slayer)의 단호한 스피드, 아르메니아 혈통이라는 배경에서 발산되는 이국적 질감, 무엇보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유니크한 곡 구조는 이들의 음악을 또 하나의 하드코어로 치부하기엔 개운치 않은 무엇으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3년만에 발매된 2집 [Toxicity]는 데뷔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장점을 무난히 발전시켜 나간 수작 앨범이다. 전작의 대표곡 “Sugar”에서 들려주었던 복합적이면서 창조적인 곡 구조는 “Chop Suey!”에서 더 섬세하게(더 예측할 수 없게) 완성되며, ” P.L.U.C.K.” 같은 곡에서 나타나던 사회성은 “Atwa”나 “Psycho” 같은 곡에서 더 내밀해진 채 지속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이 갖는 장점은 다양한 음악 스타일의 포식이라는 1990년대 하드코어 음악의 특성을 더욱 유니크하게 표현해내면서도 그 속에 원초적인 분노와 슬픔, 진지한 절규, 냉소와 유머라는 다층적인 감정을 놀랍도록 느껴(!)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Chop Suey!”의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보컬 세르이 탄키안의 표정을 접한 사람은 좀 더 쉽게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쓰래쉬 메탈의 원초적이면서 단호한 사운드에 1990년대 이후 하드코어가 보여주던 혼합과 절충의 음악적 요소를 더한 후 이질감 없이 더해지는 에쓰닉한 사운드의 감각, 정돈되지 않은 혼란함과 섬세하게 계산된 치밀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작곡 능력을 보여준다. 그 모든 것을 충분히 정서적으로(또는 사회적으로) 전달해내는 표현력은 동시대 수많은 하드코어 밴드 중에서 그들을 구별시켜 세우는 분명한 지점이다.

하드코어의 뿌리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와 블랙 플랙(Black Flag)이 열었던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펑크)의 생명력을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어법으로 표현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상업화한 핌프 록의 대세론에 좌초된 하드코어 음악의 본질적 가치를 일깨워 줄만한 매력적인 앨범이다. 어느 한 곡이 쉽게 귀에 채이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지만, 솔직히 이렇게 한 곡도 빠짐없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하드코어 음악을 얼마 만에 만났는가를 떠올리는 순간! 어느새 앨범은 한번 더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20011026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수록곡
1. Prison Song
2. Needles
3. Deer Dance
4. Jet Pilot
5. X
6. Chop Suey!
7. Bounce
8. Forest
9. Atwa
10. Science
11. Shimmy
12. Toxicity
13. Psycho
14. Aerials

관련 사이트
System Of A Down 공식 사이트
http://www.systemofadow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