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31093720-0321betabandBeta Band – Hot Shots II – Astralwerks, 2001

 

 

미래의 싸이키델릭, 22세기 우주 목장

농담 반 거짓말 반으로 말해서 ‘올해의 앨범’이 나왔다. 물론 영국과 미국의 메이저 잡지에서까지 1위에 오를 지는 모르겠지만 ‘웨이브 앨범 오브 더 이어’에서는 가능성이 보인다. 내친 김에 베타 밴드식 유머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티븐 메이슨(Stephen Mason, 기타, 보컬): “몇 신지 알고 싶지 않아? 여기 보면 말야, 이 둥근 다이아몬드가 네모난 다이아몬드에 바로 가까이 있어.” 로빈 존스(Robin Jones, 타악기): “그럼 다이아몬드시(時) 정각이군(It’s diamond o’clock).”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썰렁하다고 비웃을 말이지만 그들은 사뭇 진지하다. 마치 그들만의 “비누방울 속에서,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떠드는” 것처럼. 물론 한국의 많은 록 음악 애호가들이 대체로 아웃사이더 내지는 왕따임을 고려하면 – 왜냐하면 그들이 듣는 음악을 다른 일반인들과 전혀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 이들도 베타 밴드와 비슷한 상황이니 그렇게 유별나지도 않겠다. 어쨌든 “20세기 최악의 앨범”이었던 데뷔작처럼 그들의 두 번째 앨범 또한 매우 친숙하면서도 특이하다.

대체로 우리는 그러한 분위기를 ‘싸이키델릭’이나 조금 일반적으로는 ‘전원적’, ‘몽환적’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밴드 멤버들도 싸이키델릭 – 사실 1960년대의 전반적인 록 음악이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느슨한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곡 전체에 걸쳐 스티븐 메이슨의 목소리는 한 번 이상 더빙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더빙 효과와 거기에 어우러지는 다른 멤버들의 ‘합창’은 비치 보이스(Beach Boys)를 생각나게 한다. 그럼에도 보컬의 음색이나 선율은 비치 보이스처럼 너무 밝고 명랑하지는 않고 반대로 느리고 주술적으로 느껴진다. 만약 ‘합창’ 부분만을 들어낸다면 더빙한 리드 보컬은 마치 중세 교회 음악의 분위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앨범이 ‘록 음악의 미래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내놓았다고 하면 라디오헤드 멤버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화를 내겠고 ‘포스트록’ 그룹들 또한 비웃겠지만 분명히 관습적인 록 음악 형식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반주(악기)-노래의 이분법, 그리고 반주 안에서도 드럼과 베이스가 리듬 및 코드 진행의 기초를 담당하고(쉽게 말하자면 ‘쿵 딱 쿵쿵 딱’) 기타가 화성과 나머지 장식을 채워 넣는 것이 ‘공식’이라면, 베타 밴드의 연주 편성은 목소리까지 포함하여 악기 전체가 오케스트라적인 구성을 보이는 점이 다르다. 두 번째 곡 “Al Sharp” 시작 부분의 베이스와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같은 다양한 여러 소리는 여태까지 들어온 연주와는 매우 다르지만 전혀 낯설고 부담스럽지 않다. 코러스 부분까지 드럼다운 드럼 연주는 전혀 나오지 않다가 2절(?)이 시작할 때 비로소 리듬을 미세하게 분절하며 등장하는 전자 드럼 소리는 음악을 매우 ‘흥미롭게’ 만든다.

다섯 번째 곡 “Dragon”의 도입부에 나오는 기타는 낭만적인 중세상 – 어두운 느낌이지만 단조는 아니고 실제 ‘중세’와는 상관없이 신비하고 약간은 몽환적인 – 같은 분위기에 이어 ‘퉁’하고 내리꽂히는 특이한 드럼의 리듬 분할이 인상적이다. “Quiet”이나 “Alleged”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런 식이니 다 묘사하지는 않겠다. 마지막 곡 “Eclipse”에서는 반복되는 보컬의 멜로디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반주한다. 각종 이펙트가 걸린 기타와 피아노, 오르간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전자음들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드럼의 음색까지도 바뀌며, 이러한 것들이 차례차례 수평적으로 나열되면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보너스 트랙인 “Won”은 베타 밴드식 반주의 랩인데 비평적으로 보자면 감점요인이지만 팬의 입장으로는 (약간 어이가 없어서라도) 가장 재미있다.

정리하자면 한 가지로 정리가 안 되는 것이 베타 밴드다. 감성은 싸이키델릭이지만 형식은 거의 실험적인 록이며, 실험적인 음악이지만 화성과 선율은 매우 팝적이다(이 점은 스티븐 메이슨도 [CMJ]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전원적인데 과거지향은 아니어서, 아마 ’22세기 우주 목장’이라고 비유해 보면 절반은 맞을 것 같다. (디지털) 샘플링과 많은 전자적 ‘처리(treatment)’가 등장하지만 아날로그 LP를 들은 기분이다. ‘올해의 앨범’ 운운은 객관적으로 과장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인 애정과 그 매력을 숨기고 싶지는 않다. 20011028 | 이정엽 fsol1@hananet.net

7/10

수록곡
1. Squares
2. Al Sharp
3. Human Being
4. Gone
5. Dragon
6. Broke
7. Quiet
8. Alleged
9. Life
10. Eclipse
11. Won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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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a Band [The Beta Band] 리뷰 – vol.2/no.1 [20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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