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31093120-0321sinykyung신이경 – Forest In The Rain – Musikdorf, 2001

 

 

내밀하지만 밝은, 경건하지만 따뜻한 ‘힐링’ 뮤직

신이경의 피아노 솔로 앨범 [Forest In The Rain]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정보가 될 수 있는 뮤직도프(Musikdorf; 이병우가 만든 레이블)의 사이트마저 ‘공사 중’ 팻말이 붙은 지 오래이니 유일한 단서라고는 이병우의 4집 [야간비행]과 캐롤집 [Merry Christmas]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사실뿐이다.

신이경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뉴 에이지라는 장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앨범이 ‘가요’보다도 ‘뉴 에이지’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는 뉴 에이지의 신 조류인 이른바 힐링 뮤직의 영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과 윈댐 힐(Windham Hill) 레이블로 대표된 1980년대의 뉴 에이지가 1990년대에는 에냐(Enya), 앙드레 가뇽(Andre Gagnon),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등이 사랑 받으면서 그 맥을 잇더니 최근에는 ‘기능성’을 더욱 강조한 힐링 뮤직이 대두하고 있다. 힐링 뮤직(Music Therapy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주로 인간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치유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음악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키 구라모토(Yuhki Kuramoto)나 이사오 사사키(Isao Sasaki) 같은 음악들이 좀 더 음악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본격적인 힐링뮤직 뮤지션인 미야시타 후미오(Fumio Miyashita)나 나카무라 유미코(Yuriko Nakamura)의 음악은 좀 더 ‘힐링’하는 목적에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음악의 분위기나 구성 뿐 아니라, 그녀가 갖고 있는 종교(기독교)적 배경으로 보아도 그녀의 음악은 또 다른 형태의 힐링 뮤직에 다가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오는 숲”을 테마로 “떠나는 길”, “숲의 눈물”, “물들은 산을 넘고”, “우리는 숲을 알 수 없다” 같이 자연을 테마로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성찰을 이끌려고 하는 그녀의 음악은 분명 (종교적) 힐링 뮤직이다(하덕규의 “숲”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음악이 음악적으로 평가하거나 받아들이기 난감한 종교적 텍스트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인 피아노 터치는 유키 구라모토나 앙드레 가뇽이 들려주는 ‘서정적이지만 미니멀한’ 클래식 톤에 가깝지만, 이사오 사사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다정다감한 표현이 녹아들어 있는 그녀의 음악은 다른 뉴 에이지(힐링 뮤직)와 구별되는, 뉴 에이지(힐링 뮤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이병우의 영향이겠지만, 시종일관 어떤 날과 이병우 음악의 풍경이 느껴지는 그녀의 연주는 내밀하지만 밝으며, 경건하지만 따뜻하다. 그녀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평안과 위로는 종교적 영역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감수성’과 닿아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한때 범신론(汎神論) 사상의 확산 등을 경계하며 ‘反 뉴 에이지’의 선봉에 섰던 기독교계의 논리란 얼마나 공허한가. ‘음악’은 영혼의 산물이기 때문에 뉴 에이지를 반대했다지만, 음악은 ‘영혼’의 산물이기에 이렇게 장르와 사상을 넘어서니 말이다. 20011030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7/10

(참, 궁금한 점 하나. 어떤 날의 음악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던 예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면서까지 이병우가 자신의 레이블의 첫 작품을 신이경의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 택했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수록곡
1. 떠나는 길 (As I Leave)
2. 햇빛이 내린다 (In The Shower Of Sunlight)
3. 숲의 눈물 (Tears Of The Forest)
4. 비오는 숲 (Forest In The Rain)
5. 날리는 잎, 잎… (Scattering Leaves)
6. 그 어둔 나무들 (Those Dark Trees)
7. 돌, 바람은 (The Stones And The Wind(They Are))
8. 보이지 않는 숲 (The Invisible Forest)
9. 눈 내리는 (The Snow Falls…)
10. 별 하나 지나간다 (A Star Passes By)
11. 물들은 산을 넘고 (The Waters Go Over The Mountain)
12. 우리는 숲을 알 수 없다 (We Can Never Know The Forest)

관련 사이트
Musikdorf 레이블 사이트
http://www.musicdor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