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garden | Badmotorfinger (1991)

Soundgarden – Badmotorfinger – A&M, 1991

시애틀에서 재정의된 ‘얼터너티브’ 하드 록

킴 테일(Kim Thayil)의 느리고 묵직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는 블랙 사바쓰(Black Sabbath)를 추억하게 하고, 꽉 짜여진 곡 구성과 끈적한 분위기와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은 ‘시애틀 그런지’의 음악적 뿌리 중 하나가 1970년대의 하드 록임을, 아니 어쩌면 ‘시애틀 그런지’가 상이한 성분의 단순 조합물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상이다. 만약 ‘시애틀 그런지’에 동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의 정서가 있다면, 그래서 이를테면 너바나가 ‘지저분한’ 기타 톤을 가진 경쾌한 ‘그런지 팝’을 통해 모순되고 불편한 심사를 표현했다면, 사운드가든은 어둡고 무거우며 복잡하고 난해한 하드 록 싸이키델리아를 통해 그 뒤틀리고 심난한 심정을 표현했다. 따라서 ‘소리의 정원’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하드 록은 하드 록이되 1970년대의 재판이거나 그저 또 하나의 하드 록이 아니라 ‘그때 그곳’의 시대 정신을 포착한 하드 록이다.

너바나의 [Nevermind]와 거의 같은 시기에 발매된, 세 번째 정규 앨범이자 메이저 레코드사에서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인 [Badmotorfinger]야말로 사운드가든의 앨범 중에서뿐만 아니라 당대 하드 록 앨범 중에서 미학적으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 만하다. 지난 앨범이 지나치게 블랙 사바쓰 혹은 레드 제플린 풍이거나 혹은 단지 무거울대로 무겁기만 할뿐이지 사운드적으로는 산만했다면, 이 앨범에서는 곡 구성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드 록 기타 리프가 안정감있게 착착 감겨오고 절정의 마력을 뽐내는 보컬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첫 세 곡, “Rusty Cage”, “Outshined”, “Slaves And Bulldozer”에서 뿜어내는 리프는 한번만 듣더라도 쉽사리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며, 특히 세 번째 곡 – 앨범에서 조금 이질적인 곡이기는 하지만 – 에서 절규하는 크리스 코넬의 보컬은 1970년대 하드 록 거장들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마력을 전해준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사운드가든의 이 앨범은 빼어낸 리프와 보컬을 통해서, 즉 하드 록에서 계승한 전통을 통해서, 시애틀 선배 밴드들인 그린 리버(Green River)와 멜빈스(Melvins)에게서 물려받은 무정부적으로 분출하는 정돈되지 않은(굳이 정리하려고 하지 않은) 에너지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했다. 다른 한편 사운드가든의 하드 록은 이전의 하드 록 사운드에 비해 복잡미묘하면서도 강렬한 동시대적 정서적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하드 록 사운드는 바로 이런 식으로 재정의되었고 시애틀 사운드는 또한 이런 식으로(도) ‘완성’되었다. 20011030 | 이정엽 evol21@weppy.com

9/10

수록곡
1. Rusty Cage
2. Outshined
3. Slaves And Bulldozers
4. Jesus Christ Pose
5. Face Pollution
6. Somewhere
7. Searching With My Good Eye Closed
8. Room A Thousand Years Wide
9. Mind Riot
10. Drawing Flies
11. Holy Water
12. New Damage

관련 영상

“Outshined”

관련 사이트
Soundgarden 비공식 사이트
http://web.stargate.net/sound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