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vins – Stoner Witch – Atlantic, 1994 그런지 ‘원조’의 대중화와 실험의 양동 전술 어쩌다가 멜빈스의 [Prick](1994)이라는 앨범을 구매해서 들어본 사람은 당장 ‘돈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심오한 뜻을 찾아보려다가 ‘노이즈 실험’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991년의 셀프 타이틀의 앨범(a.k.a [Lysol])도 트랙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불안했을 수도 있다. ‘커트 코베인이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라는 소문을 믿고 메이저 데뷔작 [Houdini](1993)을 구한 사람은 이 정도로 실망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겠지만 “커트 코베인이 이런 음악을 정말 좋아했을까”라는 의문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앨범은 멜빈스가 메이저 시절(1994-1996)에 발표한 세 종의 앨범들 중 두 번째 앨범이다. 커트 코베인이 죽은 다음이므로 커트 코베인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그의 사망이 ‘일반인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만큼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앨범의 컨텐츠도 [Prick]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비교적 말끔하게 프로듀싱되었고 수록곡들도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물론 ‘블랙 사바쓰 이래로 가장 무거운 사운드’라는 세간의 평가는 변함이 없지만. ‘비교적 다양함’을 분류해 본다면 대략 멜빈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트랙들, 그리고 극히 짧은 기간에 후려대는 트랙들, 그리고 예의 그 ‘실험적’ 트랙들 세 가지일 것이다. 멜빈스의 전형이란 “Queen”, “Revolve”, “Roadbull” 같은 트랙들이다. 비교적 느린 템포, 퍽퍽거리는 둔탁한 드럼, 금속성의 헤비하고 ‘퍼지’한 기타(그리고 약간의 ‘솔로’), 중저음의 보컬 하울링 등의 ‘전형적’ 표현들로 대략 설명할 수 있다. 또한 “Skweetis”, “June Bug”, “Sweet Willy Rollbar”처럼 빠른 템포로 후려대는(thrash!) 트랙들은 ‘쓰래쉬’와 ‘하드코어’와 ‘그런지’가 각기 별도의 장르가 되기 이전에 활동한 뮤지션이 아니면 만들어내기 힘든 곡들로 들린다. 문제는 이런 곡들을 ‘히트곡’으로 만들 방법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Sweet Willy Rollbar”나 “Revolve”의 경우 ‘메탈리카처럼’ 프로듀싱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지만, 메탈리카 같은 ‘스피드’나 ‘훅’이 없는 멜빈스로서는 음반사의 요구에 ‘성의만 보인’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이들이 주력한 것은 나머지의 실험적 트랙들이다. 드럼 비트가 거의 없이 전개되는 “Goose Freight Train”은 마치 톰 웨이츠의 노래를 듣는 듯하고, ‘앰비언트’한 음향 속에서 베이스 기타가 주도하는 “Shevil”이나 이것보다 더 숨막히는 분위기에서 기타가 주도하는 “Lividity”는 ‘인내를 요구하는’ 트랙들이다. 물론 인내 뒤에는 묘한(혹은 멍한) 느낌이 다가온다. “우리 음악의 동기는 권태와 공포(Boredom and fear are what motivates us)”라는 버즈 오스본(Buzz Osborne)의 말의 진의도 알 수 있다. “Magic Pig Detective”처럼 음향실험과 멜빈스표(票) 사운드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 곡이 앨범에서 최상의 트랙으로 들린다. 이런 스타일의 밴드가 메이저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1990년대 전반기가 ‘호시절’이었음을 반증하는 것 같다. 멜빈스는 1996년 메이저 레이블로부터 ‘드롭 아웃’되어 다시 인디 레이블로 내려왔고, 자신들과 어울리는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뒤에도 키드 록이나 림프 비즈킷이 나오지 않았냐고? 멜빈스의 공식 사이트의 대문에는 “키드 록! 나는 걔들을 싫어한다. 그건 백치짓이다(Kid Rock! I Hate It. It’s Idiocy)”라는 버즈 오스본의 말이 적혀 있다. 20011030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Skweetis 2. Queen 3. Sweet Willy Rollbar 4. Revolve 5. Goose Freight Train 6. Roadbull 7. At The Stake 8. Magic Pig Detective 9. Shevil 10. June Bug 11. Lividity 관련 글 그런지 폭발 10주년에 부치는 초라한 정리 – vol.3/no.21 [20011101] Mudhoney [Every Good Boy Deserves Fudge] 리뷰 – vol.3/no.21 [20011101] Nirvana [Nevermind] 리뷰 – vol.3/no.21 [20011101] Nirvana [In Utero] 리뷰 – vol.3/no.21 [20011101] Soundgarden [Badmotorfinger] 리뷰 – vol.3/no.21 [20011101] Soundgarden [Superunknown] 리뷰 – vol.3/no.21 [20011101] Pearl Jam [Ten] 리뷰 – vol.3/no.21 Pearl Jam [Vs.] 리뷰 – vol.3/no.21 [20011101] Pearl Jam [Vitalogy] 리뷰 – vol.3/no.21 [20011101] Alice in Chains [Dirt] 리뷰 – vol.3/no.21 [20011101] 관련 영상 “Revolve” 관련 사이트 Melvins 공식 사이트 http://www.themelvins.net Melvins 비공식 사이트 http://www.amphetaminereptile.com/melvi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