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참사 이후 주위의 조언과 충고 혹은 협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특히 라이브 공연장들은 괜히 의식적으로 기피해왔던 게 사실이다. 물론 9월 중순 이후, 뉴욕 맨해튼에서 예정되었던 대중음악 공연들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도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감안하면 내가 괜한 공포에 사로잡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으로 이곳 젊은이들의 의연함을 가장한 무심함에 새삼 놀라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10월 23일에 있었던 디제이 섀도(DJ Shadow)와 컷 케미스트(Cut Chemist)의 2년만의 뉴욕 공연은, 그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곳의 젊은이들처럼 의연하게 라이브 공연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끔 나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게다가 2년 전 그다지 중요치 않은 이유로 그들의 공연과 [Brainfreeze] 시디를 놓쳤던 아픈 기억 때문에 이번 공연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고 말겠다고 한달 전부터 전의를 불태워왔으니 무엇이 두려웠으랴…

‘Brainfreeze’ 그 이후

물론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의 팬들 혹은 턴테이블리즘 매니아들에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1999년 가을에서 2000년 봄에 걸친 이 듀오의 ‘브레인프리즈(Brainfreeze)’ 투어와 [Brainfreeze] 음반이 몰고 온 화제와 열풍은 급기야 미국과 영국, 일본에 걸쳐 ‘브레인프리즈 컬트’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자세한 것은 “DJ Shadow와 Cut Chemist의 [Brainfreeze] 이야기” 참조)

20011031114811-brainfreezebreaks사진설명: [Brainfreezebreaks] 앨범의 표지
팬들의 성화와 압력에 못 이기는 척, 이 듀오는 자신들의 공연에서만 판매가 이루어졌던 [Brainfreeze] 시디를 결국 다시 찍어서 지난 5월 하순에 베이 에리어의 라스퓨틴(Rasputine’s)과 아메바(Amoeba) 같은 레코드가게에 풀어놓았다. 물론 아직도 다른 지역에서는 구입이 쉽지 않은지라 여전히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이베이(eBay) 등에서 비싼 가격에 이 음반을 구입하고 있지만, 이제 [Brainfreeze]때문에 난리를 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듯하다. 게다가 [Brainfreeze]에서 사용된 훵크, 소울 고전의 오리지널 버전들을 모두 모아서 만든 [Brainfreezebreaks]라는 음반까지 지난 여름에 같은 레이블을 통해 발매가 되었다.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의 “Funky DJ”부터 플레져 웹(Pleasure Web)의 “Music Man”까지 [Brainfreeze]에서 음원으로 사용된 총 26곡을 차례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Brainfreezebreaks]는 이 듀오의 팬들과 훵크, 소울 믹스에 관심이 있는 디제이들에게 또 다른 소중한 선물이 된 셈이다. 한편 10월에 이 듀오는 [Freeze]라는 제목으로 브레인프리즈 투어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제작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이 비디오는 주로 작년 1월 LA에서 있었던 공연 장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마 브레인프리즈 투어를 놓쳤던 팬들에게 뒤늦게나마 공연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이쯤 되면 브레인프리즈를 둘러싼 온갖 가십과 화제들은 지난 5월 이후 이 듀오가 직접 나서서 정리를 재촉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 이 듀오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10월 하순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마당에, 팬들이 계속 브레인프리즈에 집착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스스로 판단이 선 모양이다. 이제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는 ‘브레인프리즈’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제거하고, 자신들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이른바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Product Placement)’만을 위해 당분간 전력투구할 듯하다.

‘Product Placement’

이번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프로젝트는 사실 2년 전의 브레인프레이즈 프로젝트 때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첫째, 이 듀오의 투어는 10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10여일 동안 불과 7차례의 공연만이 예정되어 있다. LA에서 두 차례, 뉴욕에서 한 차례의 공연이 끝나면 이들은 곧바로 영국으로 갈 것이다. 맨체스터, 글래스고우, 런던에서 한차례 씩 공연을 치르고 나면 이들은 다시 일본으로 가게 되는데, 동경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일단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투어는 끝이 난다. 그리고 모든 공연에 애리조나 출신의 실력파 디제이이자 밤 힙합(Bomb HipHop) 레이블의 간판스타인 지 트립(Z-Trip)이 동행할 것이고, 다른 게스트 뮤지션들은 상황에 따라 충원된다.

둘째, 이미 제작된 [Product Placement]라는 동명의 시디를 공연장에서만 판매를 하게 된다. 공연이 총 7차례이니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가 이번에도 얼마나 적은 양의 시디를 제작하여 판매를 하게 될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참고로 [Brainfreeze]의 경우, 애초에 2500장의 시디만 찍었었다고 한다). 사실 공연에 앞서 호기심 때문에 이베이를 체크해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10월 20일과 21일에 있었던 LA 공연에서 판매가 되었던 [Product Placement] 시디가 벌써 경매 품목으로 20여장 올라와 있었고 이들 시디는 경매마감까지 며칠의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00불 가까이 가격이 치솟아 있는 상태였다.

셋째,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프로젝트의 기본 컨셉은 브레인프리즈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45회전 훵크와 소울 고전 믹스’이다. 따라서 시디의 내용은 물론이고 공연 역시 주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발매되었던 45회전 7인치 훵크, 소울 음반들의 논스톱 믹스를 내용으로 한다. 물론 뒤에 언급하겠지만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프로젝트는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음악 자체만 놓고 본다면 브레인프리즈와 분명한 차이 또한 존재함을 공연과 음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DJ Shadow and Cut Chemist in NYC

20011031114811-productplacement사진설명: [Product Placement] 앨범의 표지
역시 최강의 턴테이블리스트 듀오답게,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의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뉴욕 공연’은 3주전에 완전 매진되었다. 사실 LA에서의 2회 공연을 제외하면 10월 23일의 뉴욕 공연이 미국에서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이니 뉴욕의 팬들 뿐 아니라 아마도 동부 지역의 여기저기서 많은 팬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공연은 밤 11시 입장 예정이었는데, 공연장인 맨해튼 미드 타운의 어빙 플라자(Irving Plaza) 앞은 밤 10시쯤부터 이미 디제이 섀도 스타일의 차림을 한 젊은 백인들로 우글거렸다. 입장하자마자 시디를 바로 사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일찌감치 줄을 서서 1시간 여를 기다리니, 11시 정각에 삼엄한 몸수색과 함께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물론 나름대로 최첨단장비로 몸수색을 하긴 했지만 역시 뭔가 허술했다. 별 문제없이 카메라와 레코더를 갖고 입장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본 공연장 입구에는 [Product Placement] 시디 외에도, 투어 포스터와 티셔츠, 지 트립의 시디, 그리고 희귀 45회전 음반들도 팔고 있었다. 하지만 [Product Placement] 시디의 가격이 무려 20불이나 하는 바람에 이 시디만 달랑 2장 사는데 만족해야 했다(물론 이베이에서 100불의 가격에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비싼 게 아니지만…).

본 공연장에 들어가니 이미 한 명의 디제이가 무대에서 열심히 디제잉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컷 케미스트의 또 다른 단짝인 주래식 파이브(Jurassic 5)의 디제이 누 마크(Nu Mark)가 아닌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았고 분위기 또한 굉장히 썰렁했다. 다행히 11시 30분쯤에 [Product Placement] 시디 표지의 사진과 똑같은 요리사 옷차림의 컷 케미스트가 무대에 나와서 그가 누 마크라고 소개를 했고, 비로소 많은 이들이 그의 연주에 관심을 갖는 듯 했다.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 자신들의 연주 뿐 아니라 이날 공연의 전체 컨셉이 ’45회전 훵크-소울 믹스 쇼’라는 컷 케미스트의 멘트에 이어, 누 마크가 30여분에 이르는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하였다. 두 대의 턴테이블 옆에는 수백 여장의 45회전 7인치 음반들이 빼곡이 쌓여 있었고 그는 수시로 판을 바꿔가면서 훵크-소울 고전 믹스 디제잉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디거블 플래닛스(Digable Planets)의 “Rebirth Of Slick(Cool Like Dat)” 같은 익숙한 재즈 랩 샘플이 나올 때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관객들은 흥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누 마크가 무대 뒤로 들어간 후, 또 다른 톱 클래스 턴테이블리스트인 디제이 스피나(DJ Spinna)가 무대 위에 올라왔다. 이 흑인 디제이는 오로지 고전 소울과 훵크 45회전 음반들만 이용해서 30여분 동안 믹스 디제잉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고 몸을 흔들법한 그루브의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누 마크 때보다 관객석의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이런 침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마지막 게스트 뮤지션인 지 트립이었다. 10월에 막 발매된 [Return Of The DJ] 4집에 또 다시 참여하면서 밥 힙합 레이블의 여전한 간판스타임을 과시한, 이 애리조나 출신의 백인 디제이는 공연의 전체 컨셉을 고려해서인지 평소와 달리 훵크-소울 믹스 디제잉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자 특유의 백인 록 음악 컷 앤 믹스의 진수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면서 공연장에 모인 백인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Whole Lotta Love”, AC/DC의 “Back In Black”, 조안 제트(Joan Jett)의 “I Love Rock’n’roll”,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Walk This Way”,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메들리로 믹스된 후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에 이르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마지막에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의 “New York, New York”을 스크래치와 함께 변조하면서 지 트립의 믹스 쇼는 열광적인 환호 속에 끝이 났다.

지 트립은 자신의 쇼가 끝나자마자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를 소개했고, 드디어 새벽 1시부터 1시간 여에 이르는 이날의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4대의 턴테이블을 중심으로 각종 장비들과 45회전 음반들이 곳곳에 배치되고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가 무대 좌우에 자리를 잡은 후 각자의 어눌한 멘트와 함께 본격적인 연주가 진행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Product Placement] 시디를 들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이들은 시디에 수록된 음악들을 무대에서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연주하였다. 시디는 각기 30여분 정도 길이의 2개의 믹스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는 공연에서 그 2개의 곡을 그대로 재생한 것이다.

20011031114811-ShadowChemist03사진설명: 디제이 섀도(좌)와 컷 케미스트의 공연장면
그렇다면, 훵크, 소울 고전들을 논스톱으로 믹스한 2개의 트랙이 그 음악적 내용과 형식이라는 점에서,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는 기본적으로 브레인프리즈를 그대로 답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와 브레인프레이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 또한 분명 존재한다. 사실 브레인프리즈 라이브와 음반은 오리지널 훵크와 소울 고전 자체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믹스가 그 사운드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곡의 길이에 비해 사용된 음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 아니며, 게다가 시종일관 보컬 샘플들이 강력한 훅으로 줄기차게 이어진다. 또한 기존의 턴테이블리즘 사운드에서 들을 수 있는 스크래치와 같은 잔기교도 가능한 최소화되며, 훵크와 소울 고전 이외의 음원들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즉 브레인프리즈는 말 그대로 순수하게 훵크, 소울 음원만의 믹스를 통해 차가운 세븐 일레븐 슬러프(slurp)를 마실 때의 머리가 깨질 듯한 상쾌한 괴로움을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rainfreeze] 앨범 표지에서 그들이 세븐 일레븐 직원 복장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물론 ‘세븐’은 7인치 음반에 대한 상징이다).

반면,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라이브와 음반의 사운드는 브레인프리즈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본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2개의 믹스 트랙에 무려 129개의 45회전 음반들이 사용되었다 한다. 훵크, 소울 고전 중심의 믹스가 디제이들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임무임을 감안하면, 브레인프리즈를 압도하는 엄청난 양의 음원들을 60여분동안 투여하여 효과적인 믹스를 완성해냈다는 것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또한 브레인프리즈와 달리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의 음원들은 훵크, 소울 고전들에만 국한되어 있지도 않다. 물론 아이볼 레이몬드 오케스트라(The Ivor Raymonde Orchestra)의 “It’s The Real Thing”, 제임스 앤 바비 퓨리파이(James and Bobby Purify)의 “I’m Your Puppet” 같은 고전 보컬들이 여전히 강력한 훅으로 짬짬이 사용되고 있지만, 록(가령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이나 여타 장르의 음원들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월드 뮤직의 원조 격인 마누 디방고(Manu Dibango)의 1972년 작품인 “Soul Makossa”의 일부분도 사용된다. 게다가 턴테이블리즘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송 멘트나 코믹한 대사들과 효과음들이 실린 45회전 옛 음반들도 많이 활용되었다. 한편으로 스크래치나 믹싱 등에서도 브레인프리즈 때보다 훨씬 많은 잔기교를 부린 듯하다.

결국 이 공연에서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는 보다 복잡하고 방대해진 재료들을 앞에 놓고, 브레인프리즈 때보다 훨씬 현란한 믹스 쇼를 벌인다. 이들은 이 음악적 재료들을 제대로 배치하여 효과적으로 믹스, 요리하는 일종의 요리사 혹은 요리 연구자인 것이다. 즉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product placement)’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교한 믹스를 진행하는 연구자로서 이들은 이 날의 라이브를 풀어나가고자 하였다. 이 듀오는 이날 공연에서 마치 결점 없이 제대로 배치된 제품을 완성해 나가듯 특유의 정교한 믹스 능력과 화려한 테크닉을 십분 발휘하였다. 물론 현란한 믹스 중간 중간에 미국의 ‘국영 연료가스 배급회사(National Fuel Gas Distribution Corporation)’에서 20여 년 전에 발표한 캠페인 음반 [Rappin’ With Gas]의 음원을 이용해, “가스로 요리하라(Cooking With Gas)”라고 충고하기도 하고, “미국인들의 식사에서 콜레스테롤의 위험(Cholesterol in the American Diet)”에 대해 얘기하는 방송 멘트나 각종 효과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재치와 유머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한편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 대부분은 이 듀오가 연주를 하는 동안 간혹 익숙한 음원들이 나올 때 간헐적으로 환호를 할 뿐, 시종일관 숨죽여 이들의 손동작과 사운드를 보고 듣는 데 몰두하였다. 상대적으로 두 번째 트랙에서 보다 직접적인 관객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 곡의 도입부에 [Brainfreeze]에서 사용되었던 “Funky DJ”와 일련의 귀에 익은 음원들이,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디제이 섀도의 “Dark Days” 주제가가 다시 활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곡을 끝으로 드디어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라이브는 끝이 났고, 앞서 나왔던 게스트들이 함께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한 후 앵콜 없이 공연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사실 브레인프리즈 신드롬 이후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는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앞서 언급한 정교한 믹스의 사운드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가령 시디 제작과 배급, 투어 일정까지 이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이 듀오의 상업적 욕심이 과하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제이 섀도와 컷 케미스트가 이미 턴테이블리즘 씬 부동의 슈퍼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인디적인 방식의 한도 내에서 그러한 상업적 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 듀오는 음악적으로도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턴테이블리즘 씬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브레인프리즈가 몰고 왔던 훵크-소울 고전 믹스 디제잉의 붐은 아마 새로운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신드롬’을 통해 보다 정교한 턴테이블리즘 사운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 진화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날 공연을 보러 왔던 젊은 관객들 몇 명이 자신들이 구입한 [Product Placement] 시디를 벌써 시디플레이어를 통해 듣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친구에게 마음에 드냐고 물었더니, 너무도 즐거워하며 자기는 이날 100불 주고 5장을 샀노라고 대답했다. 그는 1장은 자기가 갖고 나머지 4장은 집에 가서 당장 이베이에 올릴 예정이라며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추측컨대 이런 분위기라면, 공연에 오지 못한 팬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아마 [Brainfreeze]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쉽게 [Product Placement]를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20011027 | 양재영 cocto@hotmail.com

Product Placement in NY
2001년 10월 23일

Set List
1. Product Placement 01
2. Product Placemen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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