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ntr(Center) – Smutnoe Pyatno Neivestno Chego (Somewhat Faint Unknown Blot)- Moroz, 1996 러시아를 등진 거라지 로커의 흔적 쩬뜨르라는 단어는 영어의 ‘center’에 해당된다. 이 밴드의 프론트 맨인 바실리 슈모프(Vasily Shumov)는 ‘러시안 록의 대중음악 센터로의 진출’을 넘어 아예 스스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버렸다. 1983년 비보르그(Vyborg)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서 파란을 일으킨 뒤 모스끄바의 언더그라운드의 ‘2세대’의 대표적 밴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러시아에서도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에드가 앨런 포(Edgar Alan Poe)의 산문, 아르뛰르 랭보(Arturd Rimbaud)의 시, 19세기말 러시아 데까당스 그리고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을 좋아했다는 취향답게 가사의 내용이 ‘컨셉추얼’하고 ‘쉬르레알’한 이미지로 가득하다거나, 기타리스트를 “우리 밴드에서 연주하기에는 너무 잘 한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는 일화 등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슈모프와 쩬뜨르에 관한 자료는 러시아 음악 사이트에서 발견하기 힘들고, 그의 음반들을 구하기는 힘들다. 미국 시장에서 발매했다는 슈모프의 솔로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로즈 레코드에서 미발표곡들을 모아 발표한 이 음반의 디지털 음원들 뿐이다(모로즈는 블라지미르 비소쯔끼, 끼노, 알리사 등 러시아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들의 음반을 전문적으로 발매하는 레이블이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음반을 들으면서 미국으로 가버린 ‘모스끄바의 기생충’의 예술 세계를 어렴풋이 추측하는 일밖에 없다. . 이들의 음악의 ‘성분’을 추출해 보면, 블루스, 거라지, 메탈, 펑크/뉴웨이브 등등이다. 그러니까 ‘영미 음악으로부터의 영향’을 꽤 다채롭게 받은 셈인데, 다행히도 이들 여러 장르가 잘 혼합되어 있지는 않고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끄바리움이나 끼노의 음악처럼 ‘절충적(eclectic)’이라는 평가는 이들에는 해당사항 없다. 가끔은 “Smutnoe Pyatno Neizvestno Chego(어째서인지 알려지지 않은 어렴풋한 오점)”이나 “Paseka(양봉)”처럼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민속음악 스타일의 곡도 있고, “Tsivilizatsya Lar’kov(노점의 현대화)”나 “Devushka(소녀)”처럼 유럽 대중음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곡도 있다. 이들의 색깔이 분명히 들어나는 것은 음악적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이들의 물리적 사운드다. 싸구려 악기와 음향장비로부터 나오는 ‘자연발생적’ 음향과 입 벌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투의 다듬어지지 않은 보컬이 그것이다. 그래서 “Topot Dikikh Konei(야생마의 발소리)”같은 블루스 넘버도 ‘마구리’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느 거라지 록처럼 묘한 매력이 있다. 그건 고전적인 기타 리프나 와와 이펙트를 입힌 솔로가 주는 어떤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 때문일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노스탤지어 자체가 묘한 일이다. 나라와 국적을 막론하고 거라지 뮤지션들 본인은 달리 표현할 길 없는 환멸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일텐데 말이다. 그에게 ‘미국 시장에서의 음반 발매’도 성공을 목표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표현의 수단 이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려고 보니 이런 음악까지 찾아들으면서 한국의 1970년대 ‘그룹 사운드’에 대한 논의는 차일피일 미루는 일도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2001103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 위 사진은 바실리 슈모프의 솔로 앨범 [My District](Gold Castle, 1989 – 러시아판은 1986)의 커버입니다. 수록곡 1. Nataskibanie(Citation) 2. Smutnoe Pyatno Neizvestno Chevo(Somewhat Faint Unknown Blot) 3. Imet'(Having) 4. Tsivilizatsya Lar’kov(Civilation Of Stand) 5. Urok Fiziki(Physics Lesson) 6. Vizitzishen(Visitation) 7. Gimi Drake(Hymn Of Fight) 8. Topot Sikikh Konei 9. Protess 10. Paseka 11. Na Svoikh Dvoikh 12. Krasnaya Feya 13. Autotrening 14. Devushka 관련 글 Tsentr(Vasily Shmov) 관련 정보(디스코그래피와 가사)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5): 1980년대 말 소비에트 록의 영광과 좌절 – vol.3/no.21 [20011101] Alisa, [Blok Ada(Blockade)] 리뷰 – vol.3/no.21 [20011101] Avia, [Vsem(For Everybody)] 리뷰 – vol.3/no.21 [20011101] Zvuki Mu, [Zvuki Mu] 리뷰 – vol.3/no.21 [20011101] Gorky Park, [Gorky Park] 리뷰 – vol.3/no.21 [20011101] D.D.T. [Aktrisa Vesna(Actress Of Spring)] 리뷰 – vol.3/no.21 [200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