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ury Rev – All Is Dream – V2/Rock(라이선스), 2001 칼날을 숨긴 보석상자 뉴욕 버팔로 출신 머큐리 레브(Mercury Rev)는 지난 1998년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앨범 [Deserter’s Songs]를 내놓으면서, 자신들의 음악 방향을 기존의 소음으로 뒤엉킨 실험적인 사운드에서 아기자기 하면서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른바 ‘드림 팝(dream pop)’이라 불릴 수 있는 노선으로 바꿨다. 즉, 이제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가 된 [Deserter’s Songs]는 고운 멜로디가 도드라지면서, 아름다움의 완성도를 강조하는 이들의 ‘전향적 자세’가 부각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실험 록 밴드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영화적’이라는 특성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 [Deserter’s Songs]는 마치 사운드 트랙처럼 35밀리 마그네틱 필름에 녹음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사운드로 비주얼의 효과를 강조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은,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식 구분인 이른바 ‘네오 싸이키델리아(neo-psychedelia)’ 분야의 두드러진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3년 만에 새로 발매된 머큐리 레브의 다섯 번째 앨범 [All Is Dream] 역시, 비록 영화 필름의 사운드 트랙 공간에 녹음을 하지는 않았지만, 앨범 [Deserter’s Songs]의 기본 컨셉트의 연장선에서 제작되었다. 즉, 시각적 효과의 강화, 예쁘고 아기자기한 멜로디, 다양한 현악 파트와 타악기의 사용 등이 그것이다. 노랫말이 몽환적이며 시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 또한 여전하다. 수록곡들이 각각 독립적이지만, 분위기 면에서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는 컨셉트 앨범의 특성도 변함없다. 하지만, 차별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어딘지 차갑고 황량한 무드가 앨범 전체를 지배했던 [Deserter’s Songs]에 비해, [All Is Dream]은 보다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또 다소 절망적인 색채가 눈에 띄었던 [Deserter’s Songs]와는 다르게, [All Is Dream]은 희망적이며 낙관적인 기운이 훨씬 강하다. 아마도 이것은 머큐리 레브 음악성 자체의 변화라기보다는, 앨범의 컨셉트 방향을 설정하고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록곡들 또한 ‘꿈이라는 대주제 아래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품고 있지만, 개개의 노래들은 나름대로 구분점과 개성을 갖추고 있다. [Deserter’s Songs]의 전반을 휘감았던 예의 ‘톱’ 연주는 여전하지만(“Tides Of The Moon”과 “Nite And Fog”의 인트로 부분), 유럽 영화의 엔딩 타이틀 곡 같은 “Chains”, 두드러지게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Lincoln’s Eyes”, U2를 연상시키는 모던 록 “You’re My Queen”, [Harvest] 시절의 닐 영(Neil Young)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을 “Spiders And Flies”, 섬세하면서 기품있는 현악 연주가 일품인 “A Drop In Time”, 그리고 이 모든 특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제히 분출하며 앨범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Hercules” 등이 바로 그 뚜렷한 예다. 여기서 또한 주목할 점은 곡에 따라 분위기와 음색을 바꿔 나가는 조나단 도나휴(Jonathan Donahue)의 보컬 역량이다. 때로는 애절하고 가녀린, 때로는 확신에 가득 찬 그의 변화무쌍한 목소리는 [All Is Dream] 앨범에 방점을 찍는 핵심 포인트다. 이렇듯,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취합하여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세계 (‘꿈’이라는 주제 아래)에 절묘하게 편입시키는 머큐리 레브의 탁월한 능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감탄을 동시에 안겨준다. ‘오마주’와 ‘참고’의 기법을 애용하면서도, 구태의연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 앨범처럼 신선한 걸작이 탄생되는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All Is Dream]은 평자를 무력감에 빠뜨리게 하는, 예뻐보이지만 사실은 무시무시한 칼날을 숨긴 보석상자와도 같은 작품이다. 20011012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 여담 : [All Is Dream]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일부 악기 연주는 티 렉스(T-Rex),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씬 리지(Thin Lizzy) 등과 함께 일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Tony Visconti)가 맡았다. 음악지 [모조(Mojo)]에 따르면, 원래 머큐리 레브는 이 앨범의 현악 파트를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오른팔이자 닐 영의 평생지기였던 잭 니체(Jack Nitzsche)에게 맡기려 했다. [Deserter’s Songs]를 좋아했던 잭 니체는 머큐리 레브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 작업에 들어갔으나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으로 인해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밴드의 측근이 토니 비스콘티 또한 [Deserter’s Songs]를 좋아한다고 알려줬고, 평소 그를 존경하던 밴드는 비스콘티에게 작업을 의뢰하게 되었다. 비스콘티의 말에 따르면, 데이빗 보위 또한 [Deserter’s Songs]를 즐겨 듣는다고. 수록곡 1. The Dark Is Rising 2. Tides of the Moon 3. Chains 4. Lincoln’s Eyes 5. Nite and Fog 6. Little Rhymes 7. A Drop in Time 8. You’re My Queen 9. Spiders and Flies 10. Hercules 관련 사이트 Mercury Rev 공식 사이트 http://www.mercuryre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