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6121214-0320jobimAntonio Carlos Jobim – Antonio Carlos Jobim And Friends – Verve, 1993/2001(라이선스)

 

 

태양의 열정과 따스함을 담은 조빔의 유작

‘새로운 물결(new wave)’이라는 의미를 지닌 보사 노바(Bossa Nova)는 어느새 재즈의 가장 큰 줄기로 자리잡았다. 삼바와 재즈가 조합된 보사 노바는 브라질리안 기타리스트 로린도 알메이다(Laurindo Almeida)와 색서포니스트 버드 생크(Bud Shank)가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삼바의 리드믹컬한 선율과 남미 특유의 열정이 숨쉬고 있는 보사 노바의 대중화는 아마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1958년 작 [Chega de Saudade]과 이듬해 1959년 조빔과 루이즈 본파(Luis Bonfa)가 영화 [흑인 올페(Orfeu Negro)]에 넣은 “Manha de Carnaval”이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데로 호아오/아스트루드 질베르투(Joao, Astrud Gilberto) 부부와 스탄 게츠(Stan Getz)의 [Getz/Gilberto]는 보사 노바를 하나의 음악적 양식으로 인식케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역할은 보사 노바 열풍의 발화점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한, 재즈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제 3세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리안 재즈’라는 좀더 확장된 영역에서의 여러 고전적인 작품들을 남겨 ‘브라질의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조빔의 영향력은 보사 노바뿐만 아니라 ‘재즈’에 있어서도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1927년 1월 25일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태어나 1994년 뉴욕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조빔은 재즈사에 시대를 초월하는 업적을 남긴 것이다.

다수 음반들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각 앨범마다 충실한 완성도를 지닌 점은 그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며, 그 중에서 지금 소개할 [Antonio Carlos Jobim And Friends] 앨범은 조빔의 ‘생전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993년 9월 27일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로에서 가진 ‘프리 재즈 페스티발(Free Jazz Festival)’의 실황을 담고있는 이 앨범은 (조빔의 독집으로서 [Wave](1967)를 대표작으로 거론할 수 있다면) 데뷔 30년 주년을 기념으로 조빔의 음악인생에 대한 후배/동료 뮤지션들의 교감이 담긴 ‘회고와 정리’의 차원에서 기획된 음반이다.

사실 그동안 트리뷰트 형식이나 여러 명인들이 다수 참여한 앨범들은 기대 이하의 내용물을 담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단순히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인데, [Antonio Carlos Jobim And Friends] 앨범은 그러한 행사성보다는 공연의 ‘연출, 진행, 녹음’ 전반에 걸친 세심한 배려로 시디를 플레이시켜 듣는 동안 왠지 모를 만감이 교차됨을 느낄 수 있다. 론 카터(Ron Carter, bass), 조 헨더슨(Joe Henderson, tenor sax), 셜리 혼(Shirley Horn, piano), 오스카 카스트로-네브스(Oscar Castro-Neves, guitars), 하비 메이슨(Harvey Mason, drums), 허비 행콕(Herbie Hancock, piano), 곤잘로 루발카바(Gonzaol Rubalcaba, piano) 등 조빔의 영향을 받은 후배, 동료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그들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는 서로간의 유연한 호흡을 이뤄냈다. 또한 13곡의 선곡이 탁월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긴장과 이완’의 묘미를 이루고 있어, 73분 동안 흐르는 보사 노바의 물결은 마치 태양의 ‘열정과 따스함’을 간직한 듯 고통스럽고 부드럽게 다가온다.

앨범의 시작은 공연의 디렉팅을 맡은 허비 행콕이 고적한 기품 있는 분위기로 연주한 “Prelud: Medley(Inutil Paisagem/Triste/Esperanca Perdida)”이다. 이어서 허비 행콕, 론 카터, 하비 메이슨 트리오는 조빔의 중반기 역작이기도한 [E. Convidados](1985) 앨범에 수록된 “Ela E Carioca”를 감미롭게 연주하며, 셜리 혼은 1962년 [Wave: Antonio Carlos Jobim Songbook] 앨범에서 사라 본(Sarah Vaughan)이 불렀던 “Boy From Ipanema”과 “Once I Loved(O Amor en Paz)”를 보컬과 피아노로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계속해서 조 헨더슨, 곤잘로 루발카바가 등장하여 “O Grande Amor”를 연주하고, 존 헨드릭스의 휘파람과 저음의 보이스로 흥겨움과 중후함을 선사하는 “No More Blue”로 공연의 분위기는 상승한다. 공연을 감상하는 동안 (조빔 연주의 특성상) 피아노가 리드하는 가운데 귀에 달게 감겨오는 특유의 넘치지 않는 리듬감이 은은한 매력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계속해서 곤잘로 루발카바와 허비 행콕의 경쟁적인 피아노 연주가 일품인 “Ague de Beber”에서는 차분한 인트로에서 현란한 건반 터치로 이어지는 순간 조빔과 연주자의 스타일간의 미묘한 절충미가 돋보이며, 브라질의 국민 여가수인 갈 코스타(Gal Costa)가 보컬을 맡은 “A Felicidade”, “Se Todos Fossem Iguais A Voce”에서는 브라질어 특유의 투박한 감촉과 적당히 느긋하고 우아한 정통 보사 노바의 질감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조빔의 연주를 후반부 몇 곡에서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오히려 “Luiza”에서 고독한 음성으로 힘없이 부르는 모습이나 “Wave”에서 넘실대는 물결과 같은 연주를 접한다면 어느새 그의 노쇠한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가 따스한 연륜의 깊이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순간이 공연의 정점이일 것이다. 본작은 여느 라이브 혹은 트리뷰트 음반들에서는 접하기 힘든 낭만적 감성과 인상적인 순간을 내뿜고 있다.

갈 코스타와 함께 한 미묘한 여운을 주는 “Caminhos Cruzados”와 출연진 전원이 무대에 올라 호흡을 맞춘 “The Girl From Ipanema”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 앨범의 진정한 의미는 아마도 시디 뒷면에 인쇄된 허비 행콕의 다음과 같은 문구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재즈 스타들은 모두 진정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상파울로 공연에 참여한 거라는 걸 내게 표현했다. 바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이유.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20011014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8/10

수록곡
1. Prelude: [medley] Inutil Paisagem/Triste/Esperanca Perdida
2. Ela E Carioca
3. The Boy from Ipanema
4. Once I Loved
5. O Grande Amore
6. No More Blues
7. Agua de Beber
8. A Felicidade
9. Se Todos Fossem Iguais A Voce
10. Luiza
11. Wave
12. Caminhos Cruzados
13. Finale; The Girl from Ipa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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