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rder – Get Ready – Warner Bros., 2001 공존의 가능성 그러나 너무 긴 공백 관심과 사랑이라는 양분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쇼 비즈니스의 세계, 거기다 경쟁 관계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음악 시장의 경우, 대중들의 관심도란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의 주문보다 더 재빠르게 변한다. 이미 소비 대상이 되어버린 현재의 음악계에서 대중의 조그마한 관심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행여나 관심을 얻더라도 그걸 유지하는 일은 더 어렵다. 결국 유지/보수라는 측면에서 ‘저를 절대로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굳이 국내 음악계의 ‘스테레오타입’화된 관행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잊혀질 때쯤 한번쯤 등장해 주고 식상할 때쯤 잠시 물러나 주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 행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소위 ‘스타’라는 무소불위의 존재는 변하기 쉬운 트렌드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자신이 직접 트렌드를 만든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대중들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조종할 수 있다. 쉽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한 번 ‘복종’하면 끈끈한 충성도를 보이는 대중의 이중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스타 되는 것이 ‘하늘에 별 따는 것’보다 힘든 게 현실인 이상 스타는 스타인 셈이다. 3-4년도 아니고 8년만에 새로운 앨범 [Get Ready]를 발표한 뉴 오더(New Order)는 누가 뭐래도 이 방면에서는 스타 중의 스타다. 1980년 대 신쓰 팝 세대에는 영원한 ‘큰 형님’인 뉴 오더의 행보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소멸되지 않는 그들의 명성을 재확인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이런 관심은 우리와는 무관한 먼 나라 얘기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앨범 크레딧에 명명된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건(Billy Corgan),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의 바비 길레스피(Bobby Gillespie) 등 쟁쟁한 후배 뮤지션의 참여는 뉴 오더라는 타이틀의 무게에 기인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PK로 붙는 ‘카메오’ 전략은 이미 많은 밴드가 자주 했던 것이지만, ‘신-구의 만남’은 언제라도 이슈거리이기는 하다. 앨범의 수록곡은 총 10곡. 전체적으로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과거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록 밴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로킹한 기타 톤이 주조를 이루는 ‘브릿팝’적인 냄새가 진한 트랙이 많다는 점이다(“Crystal”, “60 Miles An Hour”, “Rock The Shack”). 거기에 최근의 테크노/일렉트로니카 씬의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신서사이저 모듈레이션이 하울링되는 일렉트로니카 트랙들(“Close Range”, “Vicious Streak”)이 첨부되는 등 최신 조류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인다. 결국 좋게 보면 다양하다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일관성이 없다는 뜻인데, 문제는 후자의 측면이 더욱 강하다는 점이다. 수록곡들은 각각 싱글 커트되어도 좋을 정도로 대중적 소구성을 강하게 내뿜지만, 뉴 오더라는 타이틀 아래에 배치되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뉴 오더가 실험적 메커니즘의 심각한 정체성만을 가진 밴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앨범 [Get Ready]는 누군가 이미 했던 다양한 장치의 엑기스만 골라서 짬뽕해 놓은 ‘평범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터 훅 특유의 베이스 훅이 살아있고 버나드의 말랑거리는 보이스 톤은 여전해도 이런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면 뉴 오더의 트리뷰트 앨범에 뉴 오더 멤버가 참여한 것 같다.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그렇지만 8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넘어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라는 것은 뉴 오더라는 ‘대스타’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뉴 오더란 타이틀은 시대를 앞서가는 ‘뭔가’가 담겨야 한다는 기대심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단지 다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이젠 활기찬 걸음을 내딛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뉴 오더의 몫이겠지만, 더 이상의 정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말끔해 어색한 현기증까지 유발되는 [Get Ready]의 성격은 분명 앞으로의 뉴 오더 스타일, 즉 시대의 조류와 공존하겠다는 ‘인감증명’과도 같은 확실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서프라이징 컴백’이 아닌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싶은 점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20011014 | 이은석 miles@hanmail.net 5/10 수록곡 1. Crystal 2. 60 Miles An Hour 3. Turn My Way 4. Vicious Streak 5. Primitive Notion 6. Slow Jam 7. Rock The Shack 8. Someone Like You 9. Close Range 10. Run Wild 관련 글 Joy Division, [Unknown Pleasures]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Closer]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Substanc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Movement]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Low Lif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Brotherhood]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Techniqu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Republic]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영상 “Crystal” 관련 사이트 New Order 공식 사이트 http://www.neworderweb.com New Order 팬 사이트 “New Order Substance Abuse” http://www.geocities.com/substanceabuse2001 New Order 팬 사이트 “Temptation” http://www.neworderonline.com/intro.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