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5115857-0320joydivisionunknownJoy Division – Unknown Pleasures – Factory, 1979

 

 

음울한 목소리, 창조적인 연주로 빚은 전설의 시작

“짧은 경력 동안 고작 두 장의 앨범을 냈을 뿐 미국 투어도 갖지 않았고, 차트에서 명성을 얻기도 전에 비극적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밴드를 접어야 했지만, 영국 포스트펑크 그룹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갈채를 받은, 그리고 영향력이 큰 그룹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은 조이 디비전 소개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들에 대한 열광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영국 잡지들이 선정한 역대 록 명반 순위에 이들 앨범은 언제나 상위를 차지해왔으며(극단적인 예로, 1988년 [NME]의 독자가 선정한 역대 록 명반 순위는 1집 [Unknown Pleasures]가 3위, 2집 [Closer]가 8위였다), 영국 인디 록의 배후 실력자인 BBC 라디오 DJ 존 필(John Peel)이 2000년에 청취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All Time Festive 50’을 보면 1위를 차지한 “Atmosphere”를 비롯하여 무려 네 곡이 20위권 안에 선정되었다.

자국 밴드에 대한 편애를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조이 디비전과 스미쓰(The Smiths), 뉴 오더(New Order) 등 몇몇 특정 밴드에 보여진 영국인들의 넘치는 사랑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1980년대 청춘을 보낸 한국인이 들국화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게,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엇이다. 그래서 지구 정반대편에서 그것도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이들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음반과 자료들을 통해 그 이유를 추측해볼 뿐이다. 추측은 추측인 채로 내버려두자. 어쨌든 조이 디비전은 언더그라운드 팬들을 중심으로 (특히 해체 이후)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 이후 포스트펑크를 말할 때 제일 먼저 어둡고 황량한 사운드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상당 부분 조이 디비전의 영향이다. 물론 이들 영향의 일부는 고딕 록 운동으로 흘러 들어갔다.

밴드의 프론트맨 이언 커티스(Ian Curtis, 보컬)는 그 자체로 이들 전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간질 발작과 약물 중독으로 얼룩진 그의 개인사적 비극이나 수수께끼 같은 퍼스낼러티는 그를 시드 바렛(Syd Barrett)과 더불어 록계의 대표적인 천재 미스터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짐 모리슨(Jim Morrison) 이후 가장 시적이고 루 리드(Lou Reed) 이후 개인의 상실감을 가장 잘 포착한 작사가라는 평에 걸맞게 그의 섬세한 가사와 음울한 목소리만으로도 매력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의 때 이른 죽음 때문인지 어느 곡 하나 의미심장하지 않은 가사가 없는데, “내게 다가와 나의 손을 잡고 인도해줄 사람을 기다려왔어 / 이런 감정으로 인해 나도 정상적인 사람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Disorder”), 혹은 “그림자놀이에서 죽음을 연기해봐, 더 이상 알려하지 말고 / 암살자들이 네 줄로 늘어서 마루 위를 춤출 때”(“Shadowplay”) 등 상실감, 죽음과 관련된 단어가 곳곳에 나온다. “She’s Lost Control”은 간질 발작에 대한 경험을 노래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 그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더불어 크루닝(crooning) 창법을 록계에 다시 불러들인 인물이다. 감상적으로 들리기 쉬운 목소리지만 감정을 잘 통제하고 있는데, 가령 “Day Of The Lords”나 “New Dawn Fades” 등 낮은 음역에서 높은 음역으로 올라가면서 감정의 처리 방식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조적인 것은 조이 디비전 사운드라 불러도 좋을 독특한 사운드이다. 이언 커티스의 목소리 톤에 조응하듯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의 기타는 언제나 낮은 음역을 맴돌고, 피터 훅(Peter Hook)의 베이스는 한음씩 하강하며 둥둥거리며,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의 드럼은 늘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 앨범에서 이런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은 “Day Of The Lords”와 “New Dawn Fades”다. “New Dawn Fades”의 도입부의 장엄한 기타 솔로는 예외적이면서 인상적이다. 더불어 “속도의 변화, 스타일의 변화, 씬의 변화, 아무런 후회도 없어”라고 노래하는 가사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펑크와의 관계를 은연중에 내비치지 않나 싶다. 이어지는 곡 “She’s Lost Control”은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독특한 스타일을 담고 있는데, 통통 튀는 베이스와 스네어 드럼, 여기에 칙칙 소리나는 퍼커션과 고딕 풍의 효과음이 불길하게 떠다니는 곡이다. 인상적인 기타 리프가 추동하는 이 곡은 박진감이 넘치며, 특히 곡 말미에 오버더빙된 기타 사운드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다.

조이 디비전의 데뷔 앨범 [Unknown Pleasures]는 분명 포스트펑크 시대의 서막을 알린 기념비적 앨범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신서사이저 사용과 관련된 것이다. 이미 1978년 5월에 데뷔 앨범 녹음을 마치고도 최종 믹싱에 삽입된 신서사이저 때문에 의견이 엇갈려 그 결과물이 폐기된 적이 있는데, 만약 이때 신서사이저 없이 믹싱을 마쳤다면 이들의 데뷔 앨범은 지금과 다른 모양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Unknown Pleasures]에 삽입된 신서사이저 음색은 저음 일색인 밴드의 무거운 사운드를 보완해주는 긍정적인 역할 못지 않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부정적인 면도 갖는다. “Day Of The Lords”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전자음을 흡수했다면, “Disorder”와 특히 “Insight”는 다소 경박한 인상마저 풍긴다. 신서사이저와 밴드의 좀더 완벽한 하모니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했다. 20011010 | 장호연 bubbler@naver.com

9/10

수록곡
1. Disorder
2. Day Of The Lords
3. Candidate
4. Insight
5. New Dawn Fades
6. She’s Lost Control
7. Shadowplay
8. Wilderness
9. Interzone
10. I Remember Nothing

관련 글
Joy Division, [Closer]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Substanc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Movement]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Low Lif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Brotherhood]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Techniqu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Republic]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Get Ready]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영상

“She’s Lost Control” (Live)

관련 사이트
Shadowplay
http://www.warren.org.uk/music/joyd.html
밴드에 관한 기본 정보가 충실하며, 특히 자세한 바이오그래피와 가사 모음이 인상적이다.
존 필(John Peel)의 All Time Festive 50
http://www.rocklist.net/festive5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