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Division – Substance – Centre Date, 1988 ‘예술’에 다다른 중독성 컴필레이션 [Substance]는 ‘편집 앨범’이다(뉴 오더(New Order)도 똑같은 제목의 컴필레이션이 있음에 유의). 다시 말해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히트곡’들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흔해 빠진 ‘히트곡 모음집’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Substance]는 단순한 편집 음반의 범주를 뛰어넘는, 유기적인 통일상을 갖춘 하나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Substance]를 돋보이게 하는 두드러진 특징은 단연 그들의 대표곡으로 꼽히지만 정규 앨범인 [Unknown Pleasures](1979)와 [Closer](1980)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Love Will Tear Us Apart”나 “Digital”, “Transmission”, “Dead Souls” 등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데 있다. 조이 디비전처럼 마약에 육박하는 ‘중독성’을 지닌 밴드의 음악은, 엄청나게 강력한 중독 상태에 함몰되기까지, 또한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른바 ‘희대의 명반’이라는 월계관에 혹해 대뜸 [Unknown Pleasures]나 [Closer]부터 덤벼든다면, “이게 음악이야?”라는 무지로부터 솟아오르는 분노 때문에, 너무도 쉽사리 조이 디비전의 진면목을 거부하게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초심자’들을 위해, 고맙게도 우리 곁엔 [Substance]가 있다. 그렇지만 이 앨범 또한 그렇게 말랑말랑한 편은 아니다. 꾸준한 반복 청취와 자꾸만 이들의 음악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탐구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렇게 십 수 번을 듣다 보면, 처음엔 너무나 생경하여 마치 낯선 외계의 문물을 접하듯 거부감으로 충만했던 마음이 점차 허물어져 감을 느낄 수 있다. 허무와 환멸에 가득차 있으면서도 남성미 넘치는 박력 또한 풍부한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보컬, 때로는 자그마하게 들려오지만 극도로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당하는 듯한 통렬한 아픔을 선사하는 버나드 얼브레히트(Bernard Albrecht =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의 기타, 노래 전체를 주도할 만큼 리듬감으로 넘치지만 때로는 비정한 기계음을 연출하기도 하는 피터 훅(Peter Hook)의 베이스, 가끔은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살벌한 필 인을 구성해 나가는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의 드럼. 처음 들었을 때 각각 상이한 요소로 다가오던 조이 디비전의 연주는 어느새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덩어리로 엉겨들어, 듣는 이의 머리 안을 둔탁하나 예리한 칼집을 남기며 마구 헤집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헤집음에, 처음엔 지끈거림을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닌 도무지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황홀경이 오감에 짝짝 달라붙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즉 “Digital” “Autosuggestion” “Transmission” “She’s Lost Control” “Incubation” “Dead Soul”로 이어지는, 도저히 사그러들 줄 모르는 예술로 승화된 혼돈과 소음의 일대 향연은, 음악으로부터 맛볼 수 있는 정신적 오르가즘의 최대치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명백하게 일깨워 준다. 조이 디비전이 당신의 성감대를 어루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조이 디비전으로 인해 완전히 폐인이 된 거다. [Substance]에는 이렇듯 환각 상태에 이르게 하는 알약들 말고도, 진귀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노래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즉 이들 최초의 공식 레코딩이라 할 수 있는 EP [An Ideal For Living](1978)의 수록곡 전부(“Warsaw”(조이 디비전의 전신 밴드 이름이기도 함), “Leaders Of Men”, “No Love Lost”, “Failures”)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펑크 사운드가 전개되는 이들 곡을 통해, 오늘날 ‘포스트 펑크(post punk)의 대부’로 추앙받는 조이 디비전도, 처음에는 펑크라는 질풍노도와도 같은 물결에 휩쓸렸던 격동의 세월 속에서 빛나는 미래를 위해 담금질을 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어렴풋이 나마 깨달을 수 있다. [Substance]가 지닌 평범한 컴필레이션 이상의 가치란, 처음 조이 디비전을 제대로 접하기에 훌륭한 가이드라는 점 뿐만이 아니다. 어느덧 이들의 골수 팬이 되어 정규 앨범을, 부틀랙 수준의 음질을 자랑하는 라이브 앨범을, 다양한 종류의 편집 음반을, 심지어는 이 모든 트랙들이 포함된 박스 세트까지 구비해 놓고도, 잠들기 힘든 밤, 체내에 잠복해 있던 조이 디비전이라는 마약이 주입되기를 원하는 세포들의 아우성이 들끓을 때, 무의식 중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른 모든 앨범을 제치고 대뜸 꺼내들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마력이 [Substance]에 명백히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마력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상상력 빈곤한 필자의 처지로서는 그저 아연하여 할 말을 잊은 채, 조이 디비전이 펼쳐내는 주술에 빨려 들어가기만 할 뿐이다. [Substance]가 지닌 마성은 다시 말한다면, 조이 디비전 그 자체인 것이다. 20011012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 여담 : 조이 디비전의 보다 거칠고 박력 있는 라이브 연주를 맛보고 싶다면, 단연 [Les Bains Douches 18 December 1979](2001)을 추천하고 싶다. 수록곡 1. Warsaw 2. Leaders Of Men 3. Digital 4. Autosuggestion 5. Transmission 6. She’s Lost Control 7. Incubation 8. Dead Souls 9. Atmosphere 10. Love Will Tear Us Apart 11. No Love Lost 12. Failures 13. Glass 14. From Safety To Where…? 15. Novelty 16. Komakino 17. These Days 관련 글 Joy Division, [Unknown Pleasures]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Closer]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Movement]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Low Lif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Brotherhood]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Techniqu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Republic]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Get Ready]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영상 “Love Will Tear Us Apart” 관련 사이트 New Order 공식 사이트 http://www.neworderweb.com New Order 팬 사이트 “New Order Substance Abuse” http://www.geocities.com/substanceabuse2001 New Order 팬 사이트 “Temptation” http://www.neworderonline.com/intro.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