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rder – Movement – Factory/Qwest, 1981 새로운 질서의 탄생의 숨김없는 백서 뉴 오더는 하나의 신화이자 대단한 성공담이다. 카리스마 가득한 프론트맨 이언 커티스(Ian Curtis)를 잃은 전설적 포스트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은 마치 짐 모리슨(Jim Morrison)을 잃은 도어스(The Doors)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바로 그 잔해 속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그들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새로이 키보디스트 질리언 길버트(Gillian Gilbert)를 영입하여 4인조 체제를 갖추면서 밴드 이름을 뉴 오더라고 고친 이들은 싱글 “Ceremony”와 첫 번째 앨범 [Movement]를 발매하면서 비로소 그 위대한 역사를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음반을 리뷰하기에 앞서 뉴 오더의 일반적 의의를 더듬어 보자. 뉴 오더는 후에 스미쓰(The Smiths)와 함께 1980년대 영국 팝 음악의 성지 맨체스터를 상징하는 거물로 성장하게 되는데, 두 밴드는 각기 일렉트로닉 댄스 그루브(뉴 오더)와 로맨틱한 팝 멜로디시즘(스미쓰)에 주력하면서, 포스트펑크 이후의 브리티시 팝/록/댄스 음악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뉴 오더의 여파는 동시대 인디 씬의 풍경에서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애시드 하우스 전야의 신스 팝(synth pop), 인디 댄스(indie dance), 얼터너티브 댄스(alternative dance) 등의 역사에서 이들은 언제나 첫머리를 차지하는 비중 있는 존재다. 역사적 의미를 따지자면, 로컬 인디 밴드로서 고고한 자긍심을 잃지 않으면서 순수 팝(pure pop)을 지향했던 뉴 오더의 궤적은 인디 팝(indie pop)의 꿈을 실체화한 것이었다. 또한 기술의 진보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인디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창출했으며, 록 밴드로서 댄스를 지향하는 독특한 경로를 개척했다. 댄스 음악을 연주하는 록 밴드라는 기묘한 이율배반. 영국 팝 음악에 절충주의의 전통을 확고히 뿌리내린 것 역시 뉴 오더였다. 이런 측면에서 1990년대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를 받는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도 뉴 오더에게 진 빚이 적지 않다. 물론 뉴 오더 멤버가 공동 소유했던 저 유명한 하시엔다 클럽이 배출해낸 해피 먼데이스(Happy Mondays) 등 ‘매드체스터(Madchester)’ 밴드들에게 끼친 영향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충된 요소가 빚어내는 끊임없는 충돌과 긴장의 미학. 돌출되는 스타를 내세우기보다 밴드라는 단위를 지켜갔던 뉴 오더는 진정 ‘록 밴드’였다. 그렇지만 뉴 오더 사운드에서 들려오는 다채로운 리듬감과 전자 비트는 전통적 록 밴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전자 그루브에 이처럼 탐닉했던 록 밴드는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상충되는 것은 태도뿐이 아니다. 진지한 성찰의 메시지와 흥겨운 사운드도 긴장 상태를 조성한다. 단정하면서도 깨끗한 사운드로 단장되어 있지만, 거기에 실려오는 곡조(tune)는 아련한 슬픔에 잠겨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제 앨범으로 돌아오자. [Movement]는 ‘뉴 오더 사운드’의 탄생 과정을 숨김없이 고백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사실 뉴 오더의 데뷔작인 이 앨범은 스스로 조이 디비전의 후예임을 자인하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멤버들이 이언 커티스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Doubts Even Here” 같은 트랙이 좋은 예인데, 보컬까지 떠맡게 된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는 마치 이언 커티스처럼 노래하며, 피터 훅(Peter Hook)이 연주하는 암울한 베이스 라인은 조이 디비전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Truth”와 “I.C.B.”를 통해 그들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암시했다. 조이 디비전 이름으로 발표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Dreams Never End”가 낯설지 않게 앨범을 시작하면, 이내 “Truth”의 생경한 인트로가 귀를 놀라게 한다(여담이지만, 2001년 발표된 에어(Air)의 앨범 [10,000Hz Legend]의 첫 트랙 “Electronic Performers”의 처음 10초와 퍽 닮은꼴이 아닌가). 이미 조이 디비전 시절부터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굳이 사양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던 이들은 뉴 오더의 이름으로 발매된 첫 앨범 속에서 여전히 전자친화적 지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조(主調)는 여전히 조이 디비전 식의 암울한 정서이지만, 이언 커티스의 카리스마적 보컬의 빈자리를 고동치는 비트(pulsating beat)가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어지는 “Senses”에서도 무디(moody)한 신서사이저 사운드와 신경증적인 퍼커션이 뒤섞이면서 불안하고 절망적인 무드를 지속해간다. 업비트의 “Chosen Time”을 지나 후반부에 가면, “Doubts Even Here” 식으로 숨막히는 무거운 베이스 라인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조이 디비전을 위한 레퀴엠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마지막 곡 “Denial”은 혹시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예언, 혹은 자기 최면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Movement] 이후 뉴 오더는 연이은 후속 싱글과 앨범을 통해 조이 디비전의 과거를 ‘부정’하며 스스로를 쉴 새 없이 일렉트로닉 댄스 유닛(electronic dance unit)으로 변모시켜 간다. 이 앨범은 그런 변모를 위한 출발점이었다. 20011014 | 이철웅 elektro911@hotmail.com 6/10 수록곡 1. Dreams Never End 2. Truth 3. Senses 4. Chosen Time 5. I.C.B. 6. The Him 7. Doubts Even Here 8. Denial 관련 글 Joy Division, [Unknown Pleasures]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Closer]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Substanc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Low Lif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Brotherhood]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Techniqu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Republic]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Get Ready]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영상 “Truth” (Live) 관련 사이트 New Order 공식 사이트 http://www.neworderweb.com New Order 팬 사이트 “New Order Substance Abuse” http://www.geocities.com/substanceabuse2001 New Order 팬 사이트 “Temptation” http://www.neworderonline.com/intro.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