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펑크 이후의 공간 : 포스트펑크, 뉴웨이브, 노웨이브, 하드코어… * 펑크 폭발 이후의 복잡무쌍한 상황을 요약하는 일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너절하게 나열할 수밖에… 양해와 아량을! 포스트펑크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 펑크 이후의 ‘씬’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그렇지만 좁은 의미로는 펑크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펑크를 ‘넘어서는’ 음악적 시도를 말하기도 한다. 펑크 전위주의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음악이 현실을 직접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구성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훵크, 레게, 재즈 등 흑인 음악의 리듬을 가지고 실험에 물두했기 때문에, 아방가르드 훵크(avant-funk)라고도 불린다. 조니 로튼(존 라이든)이 결성한 PIL(Public Image Ltd.)은 펑크와 아방가르드 사이의 곡예를 보여주었다. 리즈 출신의 갱 오브 포(Gang Of Four)는 펑크의 공격적 사운드, 도발적 가사, 훵크의 리듬을 결합하였고, 브리스톨 출신의 팝 그룹(The Pop Group)은 펑크에 훵크, 더브(레게) 등을 도입하여 거칠고 황량한 사운드의 풍경을 만들었다. 프레텐더스(The Pretenders) 뉴 웨이브라는 용어 역시도 ‘시기적 장르’ 이상은 아니다. 뉴웨이브 청중과 거리감을 좁히려 했다는 점에서는 펑크와 공통적이다. 그렇지만 펑크처럼 노골적으로 공격적.반사회적이라기보다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동반한 비판을 앞세웠던 경향이다. 퍼브 록의 전통을 이어받은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절충주의적 사운드나, ‘모드 그룹’ 감성을 펑크 시대에 맞게 조율했던 여걸 크리시 하인드의 프레텐더스(The Pretenders)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펑크와 뉴웨이브는 1980년대 이후 각지의 로컬 씬의 ‘인디 팝(혹은 인디 록)’으로 흡수되고 풍부화된다. 이는 조금 다른 스토리다. 단 1993년 경 일래스티카(Elastica), 에코벨리(Echobelly) 등의 음악을 ‘뉴웨이브 오브 뉴웨이브’라고 부른 일이 있다. ‘펑크 팝’의 영향은 요즘의 브릿팝 밴드들에게서도 쉽게 감지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뉴 웨이브가 등장했다. 카스(Cars), 데보(Devo), 블론디(Blondie)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단조로운 보컬과 반복적 리듬을 통해 탈감정적이고 냉소적인 정서를 표현했다. 그를 위해 한편으로는 댄스 성향의 일렉트로닉 음악, 다른 한편으로는 제3세계 음악이나 흑인 음악 등을 융통성있게 수용했다. 소닉 유쓰(Sonic Youth) 특기할 것은 영국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펑크와 뉴 웨이브가 뚜렷이 구별되었다는 점이다(예컨대 토킹 헤즈는 뉴 웨이브, 레이먼즈는 펑크). 그 이유는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펑크는 마케팅 개념에 적합하지 않았던 반면, 뉴웨이브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또한 미국 펑크는 영국에서와는 달리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러 있었고 다분히 개인주의적이고 지식인 문화와 결합되었던 점도 작용했다. 따라서 미국 뉴 웨이브에 속하는 흐름 중에는 노 웨이브(No Wave)라고 불리는, 영국의 펑크 전위주의자들과 유사한 초인텔리적인 흐름도 존재했다. 이들 중 토킹 헤즈(Talking Heads)와 필리스(The Feelies) 등은 어느 정도 대중화된 경우이고, ‘얼터너티브’ 밴드의 선구자 중 하나인 소닉 유쓰(Sonic Youth)도 이곳 출신이다. 한편 보다 런던 펑크를 ‘충실하게’ 계승한 흐름은 1970년대 말에 형성된 이른바 ‘하드코어 씬’이었다. 섹스 피스톨즈와 댐드의 미국 순회 공연 등을 통해 미국 서해안과 동해안에 상륙한 펑크는 ‘하드코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미국 하드코어는 노동계급이 아니라 중산층 대학생을 중심으로 했다. 메시지 또한 사회 체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히피 부모’들의 고루한 가치를 비꼬고 레이건 정부의 대외 정책을 공격하는 것이었으며, 사운드는 보다 공격적이었다. 이들은 사운드에 걸맞게 비타협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를 형성했다. 하드코어에 소속된 밴드들은 펑크의 ‘순수성’을 신조로, 음악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견고한 태도를 보였다(때로 음악적 혁신을 단행한 드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1980년대 중반의 하드코어 씬은 분열과 탄압을 겪어야 했다. 그들의 일부는 해산했고, 일부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는 ‘팔아먹기(selling-out)’를 단행했다). 이 공동체의 거점을 이루는 하드코어 레이블로는 LA의 SST, 샌프란시스코의 얼터너티브 덴터클(Alternative Tentacle), 워싱턴의 디스코드(Dischord) 등이 대표적이다. 블랙 플랙(Black Flag), 데드 케네디즈(Dead Kennedys, 마이너 쓰렛(Minor Threat)(뒤에 푸가지(Fugazi))는 각각 이 세 레이블을 이끈 대표적 하드코어 정치가(이자 경영자)들이다. 얼터너티브/뉴 펑크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시애틀의 서브 팝 레이블과 오렌지 카운티(LA 교외)의 에피탑 레이블도 하드코어 신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었다. 픽시즈(The Pixies) 1980년대 중반 이후 뉴웨이브의 절충주의적 성향과 하드코어의 비타협적 성향은 다양한 분기로 뻗어나갔다. 소닉 유쓰, 빅 블랙(Big Black), 버트홀 서퍼스(Butthole Surfers) 등은 한때 ‘포스트 하드코어’ 혹은 ‘아트 펑크’라고 불렸으며, 하드코어의 선동가와는 달리 ‘무뢰한’의 정서를 담았다. 허스커 두(Husker Du)(미니애폴리스), 픽시즈(The Pixies)(보스톤), 다이너소 주니어(Dinosaur Jr.)(앰허스트) 등도 거친 노이즈와 팝적 곡조의 공존이라는 ‘1990년대적 사운드’의 특징을 선구적으로 제시했다. 이들 모두는 1980년대의 ‘얼터너티브 음악’이라고 불린다. 시애틀 그런지와 뉴 펑크 팝은 그 중의 ‘하나’다. 너바나가 등장한 1991년은 다시 한번 “펑크 록이 분출한 해(The Year Punk Broke: 소닉 유쓰가 너바나를 지칭하면서 발표한 자신들의 다큐멘터리 타이틀 문구)”가 되었다. 그러나 커트 코베인이 사망한 1994년에 플래티넘을 기록한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의 ‘전통적(?)’ 펑크 음반은 펑크가 새로운 팝으로 완전히 정착했음을 보여주었다. 20011015 | [weiv] * 이 글은 1996년에 쓰여진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관련 글 왜 지금 펑크인가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Various Artists [No New York] 리뷰 – vol.3/no.20 [20011016] Pop Group [Y] 리뷰 – vol.3/no.20 [20011016] Public Image Ltd. [Second Edition] 리뷰 – vol.3/no.20 [20011016] Black Flag [Damaged] 리뷰 – vol.3/no.20 [20011016] Raincoats [Odyshape] 리뷰 – vol.3/no.20 [20011016] Crass [Penis Envy] 리뷰 – vol.3/no.20 [20011016] Husker Du [Zen Arcade] 리뷰 – vol.3/no.20 [20011016]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 리뷰 – vol.3/no.20 [20011016] Dead Kennedys [Frankenchrist] 리뷰 – vol.3/no.20 [20011016] Big Black [Songs About Fucking]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History of Rock ‘n’ Roll Vol. 9: Punk]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The Filth And The Fury: A Sex Pistols Film]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Sid And Nancy: Love Kills]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Rude Boy]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Lifestyles Of The Ramones]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The Decline Of Western Civilization] 리뷰 – vol.3/no.20 [20011016] 영화 [Our Nation: A Korean Punk Rock Community] 리뷰 – vol.3/no.20 [200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