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Group – Y – Radarscope, 1979 실험적 노이즈와 원초적 혼돈의 불경한 굿판 갱 오브 포(Gang Of Four)와 언제나 함께 붙어서 소개되는, 그래서 내심 기대를 했던 이 밴드의 음악은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빌려서 구해들은 게 1997년. 이 앨범은 1996년에 CD로 재발매된 것이라고 하니 그 전에는 구할 수 없었던 게 당연했다. 갱 오브 포, 스크리티 폴리티(Scritti Politti)와 더불어 ‘펑크 뱅가드’로 분류되었던 밴드. 록 사회학자 사이먼 프리스(Simon Frith)는 이들의 리듬 실험이 펑크의 자연발생성(으로의 고착 혹은 매너리즘화)을 넘어서서 의식적으로 탈신비화 전략을 이어나간 것으로 평가했다. 훵크, 레게 등 새로운 리듬을 통해 색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전략. 특히 팝 그룹은 훵크, 레게, 덥, 프리 재즈 등을 도입하여 ‘아방가르드 아마추어’라는, 다분히 말장난 같지만 의미심장한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한동안 음반을 구하기도 힘들다가 재발매가 된 배경은 무얼까. 인터넷을 돌아 다니다보니 ‘팝 그룹의 음악은 이미 20년 전에 트립합을 예견했다’는 평가까지 있다. 그러고 보니 보컬리스트인 마크 스튜어트(Mark Stewart)가 트리키(Tricky)와 친하다는 얘기도 들은 듯하다. 게다가 결성된 도시도 브리스톨, 훵크와 레게… 무언가 아귀가 맞아간다는 생각이다. 뉴기니 원시인의 의식이 담겨있는 앨범 표지는 슬리츠(Slits)의 [Cut]을 연상시킨다 했더니, 프로듀서 역시 데니스 보벨(Dennis Bovell)이다. [Y]는 다양한 악기들이 빚어내는 야생적 리듬, 레게와 훵크에 기반을 두고 에코와 리버브 등으로 처리된 기기묘묘한 실험적인 사운드/노이즈의 향연이다. “She Is Beyond Good And Evil”은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외침’이다. 리버브와 에코가 걸린 오싹하고 불길한 사운드, 기타 사운드/노이즈, 외침이나 중얼거림에 가까운 정치 선동 같은 보컬, 훵키하면서도 앙상한 베이스 등이 이들의 사운드의 낙인을 찍는다. 그루브감이 뛰어난 “Thief Of Fire”이나 6분이 넘는 ‘대곡’ “We Are Time”은 특히 갱 오브 포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지만, 갱 오브 포가 깔끔하게 정제된 사운드라면 팝 그룹은 거칠고 생생한 힘이 넘친다. ‘그나마’ 이런 곡들이 ‘곡’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데에 반해 다른 수록곡들은 보통 말하는 ‘팝송’과 비슷한 구석이 거의 없다(‘팝 그룹’이라는 이름도 물론 이런 아이러니를 노린 것이다). 원초적이고 변칙적인 리듬이 둥둥거리는 가운데 갖가지 노이즈가 끽끽거리며 밀려갔다 밀려오는, 듬성듬성 그려진 추상화 같은 사운드 콜라주들이다. 곡마다 종종 등장하는 에스닉한 악기들, 프리 재즈의 영향을 받은 듯한 관악기와 현악기, 피아노 소리 등도 선명한 듯하지만 듣다 보면 어느새 하나 같이 노이즈와 혼돈의 불경한 ‘굿판’으로 빠져 들어간다. 당시 펑크 사운드가 앙상한 골격을 가진 사운드를 통해 강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팝 그룹이 내세웠던 정치적인 메시지(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대처리즘에 대한 반대 등)를 위해서는 이런 음악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실제로 반핵 운동 등 정치적 활동에도 많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거리의 집회장에서 팝 그룹의 음악이 연주되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들의 음악은 ‘불협화적 아지프로 록(agitpro rock)’이라고도 불리며 푸가지(Fugazi), 펀다멘털(Fun^da^Mental), RATM 등에게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실제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건 펑크 밴드는 그리 드물지 않았지만, 이런 사운드를 내놓은 밴드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20011009 | 이정엽 evol21@weppy.com 9/10 * 이 글은 1997년 9월 3일에 쓴 글을 다시 손본 것입니다. 수록곡 1. She Is Beyond Good And Evil 2. Thief Of Fire 3. Snow Girl 4. Blood Money 5. We Are Time 6. Savage Sea 7. Words Disobey Me 8. Don’t Call Me Pain 9. The Boys From Brazil 10. Don’t Sell Your Dreams 관련 글 왜 지금 펑크인가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2) – vol.3/no.20 [20011016]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Various Artists [No New York] 리뷰 – vol.3/no.20 [20011016] Public Image Ltd. [Second Edition] 리뷰 – vol.3/no.20 [20011016] Black Flag [Damaged] 리뷰 – vol.3/no.20 [20011016] Raincoats [Odyshape] 리뷰 – vol.3/no.20 [20011016] Crass [Penis Envy] 리뷰 – vol.3/no.20 [20011016] Husker Du [Zen Arcade] 리뷰 – vol.3/no.20 [20011016]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 리뷰 – vol.3/no.20 [20011016] Dead Kennedys [Frankenchrist] 리뷰 – vol.3/no.20 [20011016] Big Black [Songs About Fucking]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사이트 Pop Group 팬 사이트 http://go.to/popgroup Dave Lang의 [Y] 리뷰 페이지 http://www.furious.com/perfect/popgroup.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