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Image Ltd. – Second Edition – Warner Brothers, 1980 포스트펑크는 지금 실험 중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은 베이스 리프와 기계적으로 두들겨대는 드럼, 여기저기 긁어대는 기타, 그 위로 나른하게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가 노래한다. “슬로우 모션, 슬로우 모션, 알바트로스를 없애자, 불만의 씨앗을 퍼뜨리며…” 첫 곡 “Albatross”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뚜렷한 변화도 없이 무표정하게 10여분 동안이나 이어진다. “Socialist”는 전형적인 크라우트록 넘버다. 수학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듯한 무거운 베이스와 모노틱한 드럼 연주는 훵키하면서도 차갑고 낯설다. 그 위로 떠다니는 무그 신서사이저 소리는 크라프트베르크와 흡사하다. 트랙들을 뛰어넘어 마지막 곡 “Radio 4″에 이르면 특이하게도 뉴 에이지 풍의 연주곡이 기다린다. 반복적인 화음 위로 신서사이저가 스트링 사운드를 채색하면 그 위로 베이스 기타 연주가 파도치듯 출렁이는 특이한 곡인데, BBC에 대한 따분함을 패러디한 것이라 한다. 1978년 1월, 샌프란시스코 공연 도중 섹스 피스톨스 탈퇴를 선언한 조니 로튼은 존 라이든이란 본명으로 자신의 음악 인생 2막을 올렸다. 한 배를 탄 인물들은 클래쉬의 초기 멤버였던 키쓰 레빈(기타/키보드)과 자 워블(베이스), 짐 워커(드럼)였다. 새로운 부대에는 새로운 술을 담는 법.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이름처럼 존은 PiL이 밴드가 아니라 ‘회사’라고 선언했다)에서 존 라이든이 기대했던 것은 섹스 피스톨스와는 사뭇 달랐다. 위에서 보듯 이들은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면서 펑크의 정치성을 사운드로 구현하는 데 몰두했고, 이를 위해 무대에 오르는 시간보다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특히 키쓰 레빈의 전자음에 대한 관심과 자 워블의 레게/덥, 동양 음악에 대한 관심은 밴드의 음악적 방향에 크게 작용했다. 1978년 말에 발매된 데뷔 앨범 [Public Image]가 기대만큼 호의적인 평을 받지 못했다면, 2집 [Metal Box](1979)는 이들의 혁신적인 면이 유감없이 발휘된 앨범이었다. 원래 영국에서는 45회전 12인치 디스크 3장이 영화 필름 통에 담겨져 나왔는데, 10분마다 한번씩 판을 뒤집거나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슬리브 없이 얇은 종이로 구획되어 꺼낼 때마다 조금씩 마모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워너 브라더스가 2장의 비닐로 미국에 발매하자 이에 대해 존 라이든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앨범에서 드럼 연주는 짐 워커 대신 리차드 듀던스키가 거의 맡았는데,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그 역시 밴드를 떠났다. “Albatross”와 더불어 [Second Edition]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곡은 “백조의 호수” 선율을 기이하게 변형시킨 디스코 넘버 “Swan Lake”다. 자해적으로 뒤틀린 존 라이든의 목소리와 피가 떨어지듯 날을 바짝 세운 기타 소리가 귀를 자극하며 “당신의 눈으로 볼 것을” 요청하는데, 왜곡되고 병적인 연주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은 댄서블한 그루브의 베이스다. 화려하고 안정감 있는 베이스 연주는 “No Birds”에서도 빛을 발하며, “The Suit”에서는 덥 스타일의 영향을 확연히 느끼게 해 준다. 한편, 존 라이든의 목소리는 여전히 성의없이 지껄이는 식이지만, 섹스 피스톨스 시절의 불손함은 때로는 무덤덤한 독백으로(“Poptones”), 때로는 악마적인 속삭임으로(“The Suit”) 확장된다. 그와 더불어 가사 또한 좀더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심화되었다. 여러 스타일과 음색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앨범으로 포스트펑크 실험주의의 정점을 기록했다. 특히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권에 있으면서 이렇게 대중적인 면을 배격한 앨범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 앨범이(나아가 이 밴드가) 결코 존 라이든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 PiL의 음악 세계를 규정한 인물은 바로 키쓰 레빈이었고, 특히 “PiL 이전에는 그 누구도 록 음악에서 베이스를 듣지 못했다”고 존이 말했을 정도로 자 워블의 베이스 연주는 탁월했다. 물론 존의 독재에 이 같은 멤버십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앨범 [The Flowers Of Romance](1981) 이후 PiL은 1993년 해체할 때까지 사실상 존 라이든의 프로젝트 밴드로 남아있었다. 20011007 | 장호연 bubbler@naver.com 10/10 수록곡 1. Albatross 2. Memories 3. Swan Lake 4. Poptones 5. Careering 6. Socialist 7. Graveyard 8. The Suit 9. Bad Baby 10. No Birds 11. Chant 12. Radio 4 관련 글 왜 지금 펑크인가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2) – vol.3/no.20 [20011016]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Various Artists [No New York] 리뷰 – vol.3/no.20 [20011016] Pop Group [Y] 리뷰 – vol.3/no.20 [20011016] Black Flag [Damaged] 리뷰 – vol.3/no.20 [20011016] Raincoats [Odyshape] 리뷰 – vol.3/no.20 [20011016] Crass [Penis Envy] 리뷰 – vol.3/no.20 [20011016] Husker Du [Zen Arcade] 리뷰 – vol.3/no.20 [20011016]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 리뷰 – vol.3/no.20 [20011016] Dead Kennedys [Frankenchrist] 리뷰 – vol.3/no.20 [20011016] Big Black [Songs About Fucking]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사이트 Public Image Ltd. 동시 사이트 http://www.publicimagelimited.co.uk Fodderstompf – This is not a PIL site http://www.fodderstomp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