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coats – Odyshape – Rough Trade/Geffen(재발매), 1981/1993 펑크와 레게로 실현한 여성적 돌연변이 펑크는 영국 각지의 수많은 소녀들이 기타를 들고 클럽으로 뛰어든 폭발적인 계기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에서 ‘펑크 인민주의’ 밴드 엑스 레이 스펙스(X-Ray Spex)가 슬리츠(Slits)를 통해 레게라는 다리를 건너 ‘펑크 뱅가드’에 도달한다면? 아마 레인코츠(Raincoats) 같은 밴드가 아닐까. 레인코츠의 음악을 지금 들을 수 있게 된 건 실은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덕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커트 코베인이 너바나(Nirvana)의 [In Utero] 앨범 라이너 노트에 레인코츠를 언급함으로써, 게펜 레코드사에서 1993∼5년경에 CD로 재발매되었던 것이다. [Odyshape]의 CD 앨범 속지에 소닉 유쓰(Sonic Youth)의 킴 고든(Kim Gordon)이 어린 시절 레인코츠의 공연을 봤던 얘기와 함께 존경의 글을 써놓은 점도 눈길을 끈다. 레인코츠는 멤버 전원이 예술 학교 출신의 여자들로서, 다른 소녀 펑크 밴드들과 달리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20대에 밴드를 시작했다. 첫 앨범 [Raincoats](1979)에서 거칠고 조야하지만 (서툴러 보이는) 바이올린을 도입하고 변화무쌍한 리듬을 실험함으로써 여느 펑크 밴드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특히 첫 곡 “Fairytale In The Supermarket”). 두 번째 앨범 [Odyshape]는 실험이 본격화한 앨범으로서, 세 장의 스튜디오 앨범 중에서 [Raincoats]보다는 더 레게적, 실험적이고 [Moving]보다는 더 펑크적이다. 세 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Odyshape]를 선택하겠다. [Odyshape]의 실험은 ‘여성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앨범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우선 가사와 주제는 ‘여성적 감정’이나 가정이라는 ‘여성의 영역’을 다루었다. ‘전형적인 여성성’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들에 대한 상념을 보여주는 “Family Treet”, 어머니가 된 경험을 묘사하고 있는 “Baby Song”이 그렇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여성적 리듬’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록 음악보다 레게, 아프리카 음악, 포크 음악 등이 ‘여성적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두 겹 세 겹의 보컬, 퍼커션과 바이올린, 레게 풍의 베이스는 한 군데 모여있지 않고 성기게 짜여서 끊임없이 물결치는 리듬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Family Treet” 같은 곡을 들어보면 백비트 중심의 직선적인 록 음악의 리듬을 배제하면서 보다 ‘완만한’ 레게의 리듬의 실험을 통해 마치 ‘여성적 쾌락’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같다. 레인코츠의 리듬 실험은 갱 오브 포(Gang Of Four), 스크리티 폴리티(Scritti Politti), 팝 그룹(The Pop Group) 등 이른 바 ‘펑크 뱅가드’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면서도 좀더 완만한 리듬을 통해 따뜻한 (그리고 묘하게도 아름다운) 분위기로 감싼다. 같은 뿌리를 둔 리듬을 통해 갱 오브 포가 훵키한 그루브감에 치중하고, 팝 그룹이 기기묘묘한 발작적 묘사에 치중한 데 비해, 레인코츠는 자매적, 모성적 분위기를 실현해냈다. 킴 고든의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음악”이다. 20011010 | 이정엽 evol21@weppy.com 9/10 * 이 글은 [얼트 문화와 록 음악 2](한나래, 1997)에 수록된 내용을 고쳐쓴 것입니다. 수록곡 1. Shouting Out Loud 2. Family Treet 3. Only Loved At Night 4. Dancing In My Head 5. Odyshape 6. Then It’s OK, And 7. Baby Song 8. Red Shoes 9. Go Away 관련 글 왜 지금 펑크인가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2) – vol.3/no.20 [20011016]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Various Artists [No New York] 리뷰 – vol.3/no.20 [20011016] Pop Group [Y] 리뷰 – vol.3/no.20 [20011016] Public Image Ltd. [Second Edition] 리뷰 – vol.3/no.20 [20011016] Black Flag [Damaged] 리뷰 – vol.3/no.20 [20011016] Crass [Penis Envy] 리뷰 – vol.3/no.20 [20011016] Husker Du [Zen Arcade] 리뷰 – vol.3/no.20 [20011016]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 리뷰 – vol.3/no.20 [20011016] Dead Kennedys [Frankenchrist] 리뷰 – vol.3/no.20 [20011016] Big Black [Songs About Fucking]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사이트 iMusic에 있는 Raincoats 쇼케이스 페이지 http://imusic.artistdirect.com/showcase/indie/raincoats.html ‘Women of 1970’s Punk’ 중에서 Raincoats 페이지 http://www.comnet.ca/~rina/raincoa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