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리스펙트 포 뷰티(No Respect for Beauty) – Day of Departure | Why Perish (2012)

베이스. 이 곡에서 청자의 귀를 가장 먼저 두드리는 것은 묵직한 베이스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는 곡이 이어지는 내내 멈추지 않는다. 묵시록적인 기타 선율이 점차적으로 고조되고 심벌즈의 파도가 그 뒤를 따르지만, 그것들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선명한 저음을 완전히 덮진 못한다. 마치 홀연히 길을 나선 여행자의 묵묵한 발걸음처럼. 베이스 소리는 이어진다.

포스트록 밴드 노 리스펙트 포 뷰티(No Respect for Beauty)에 대한 나의 인상은, ‘3인조구나’라는 말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을 보면서도 느꼈었지만, 데뷔 앨범 [Why Perish]에서 느껴지는 건 기타, 베이스, 드럼의 어느 한 파트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게 만들겠다는 저마다의 강력한 존재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 없이 균일한 밀도로 앨범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그러한 각 파트의 존재감이 앨범 내에서 팽팽한 긴장감으로 서로를 엮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베이스의 깊은 울림이 인상 깊은 곡, “Day of Departure”다. | 글 정구원  lacel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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