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iroquai – A Funk Odyssey – Sony, 2001 재미로콰이의 훵크에 대한 ‘필 소 굿’ 오디세이 아티스트 소개부터 시작하는 관례를 따른다면 재미로콰이(Jamiroquai)는 제이슨 케이(Jason Kay)가 이끄는 영국 출신의 밴드다. 물론 이런 말에는 아무 정보도 없다. 그저, 프런트맨인 제이슨 케이(Jason Kay)가 ‘영국 백인’이지만 ‘미국 흑인’의 음악을 (짝)사랑한다는 말로 이들의 음악 스타일을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1993년 [Emergency On Planet Earth]로 데뷔할 무렵에는 ‘애시드 재즈’라고 불리는 클럽 댄스 음악의 한 흐름을 구사했고, 그래서 ‘하우스 리듬에 1970년대 소울과 훵크를 섞은…’ 등의 평을 받았다. 그러니까 훵키한 리듬과 관악기 연주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나른하고 이완된 느낌의 음악이었다. 또한 애시드 재즈로 분류되는 음악들이 ‘인스트루멘틀’했던 반면, 재미로콰이의 음악은 ‘노래’가 중심이 된 음악이라는 점도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1995년의 [The Return Of The Space Cowboy]로 ‘평단의 찬사’를, 1996년 [Travelling Without Moving]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는 등 순탄한 행보를 계속했다. 특히 [Travelling Without Moving ]에 수록된 “Virtual Insanity”는 흥미로운 뮤직 비디오와 더불어 팝 차트에서 ‘크로스오버 히트’를 기록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 국제적 시장에도 진출한 이들의 대표곡이 되었다(주의: 크로스오버 히트라는 용어는 ‘클래식과 팝의 크로스오버’ 어쩌구 할 때 사용되는 뜻이 아니다). 처음에는 ‘스티비 원더의 국화빵이다’라는 식의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비판적 메시지, 자칭 ‘우주의 카우보이’라는 페르소나, 뿔달린 귀여운 동물(?)의 이미지(앨범 표지들을 보시길)에 힘입어 독자적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상으로 앨범 해설지 같은, 그리고 이들의 팬이라면 다 알고 있을 이야기를 마치자. 다섯 번째 앨범의 제목이 ‘훵크 오디세이’라는 사실을 듣고 처음 예상한 것은 ‘이 앨범이 훵크라는 범주로 묶이는 음악 장르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훵크의 간단치 않은 역사에 등장한 다양한 스타일들을 순례하고 섭렵하는 음반 어쩌구’라는 평에 어울릴 음반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전작 [Synkronized](1999)가 ‘다소 산만하다’는 평을 들었던 만큼 이런 뿌리찾기는 ‘언젠가는 한번 필수적으로 밟을 코스’라는 섣부른 예상이 한몫 거들었다. 애시드 재즈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일각에서의 예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리라. 더구나 마지막 트랙의 제목이 “Do It Like We Used To Do”라는 점도 의미심장해 보였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첫 트랙 “Feels So Good”과 마지막 트랙 “Do It Like We Used To Do”는 디스코다. 이 트랙들이 감상용으로는 길고 복잡하다고 느꼈다면, 더욱 쉬운 트랙도 있다. 첫 싱글 “Little L”을 비롯하여 “Love Foolosophy”, “Main Vein” 등이다. 이 트랙들은 댄스지향적이면서도 깔끔한 팝을 만들어내는 ‘1996년 이후의 재미로콰이’의 공식에 충실하다. 어쨌든 이런 음악은 훵크라기보다는 디스코에 가깝게 들린다. 물론 ‘훵크와 디스코가 같으냐, 다르냐’는 질문은 무의미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훵크는 ‘In-Your-Face’의 태도를, 디스코는 ‘Move-Your-Body’의 태도를 각각 기본으로 한다”라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에게는 아직 이런 분류가 의미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재미로콰이의 디스코는 올드 스쿨 디스코라기보다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한 발을 담근 ‘뉴 스쿨’ 디스코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트랙들에서는 “Deeper Underground”(영화 [고질라] 삽입곡)와 “Supersonic”([Synkronized] 수록) 등에서 잠시 선보였던 전자음악의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트랙이 다소 절충적이라면, 지글거리는 신서사이저가 주도하는 “2001”은 드럼&베이스로 분류해도 괜찮을 트랙이다. 테크노/일렉트로니카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이런 트랙들을 다프트 펑크(Daft Punk), 캐시어스(Cassius), 디미트리 프롬 파리(Dimitri from Paris) 등의 음악과 비교하느라도 분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이들의 오디세이가 과거에 대한 순례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탐사에 더 많은 비중이 두고 있다는 생각도 스친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다. ‘훵키한 록 음악’의 팬이라면 “Stop Don’t Panic”에서의 기타의 톤과 리프와 주법에 만족할 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코러스는 역시나 디스코 풍이니 항의하지 말길). 게다가 아랍의 선율이 들어간 “Corner Of The Earth”, 라운지 재즈 스타일의 “Picture Of My Life”, 거트 기타(gut guitar)가 주도하는 발라드곡 “Black Crow” 등은 아주 색다른 오디세이다. 이런 곡들에서는 몸을 움직이기 바쁜 다른 트랙들을 들을 때와는 달리 우주, 사랑, 자연, 환경 등의 테마를 노래하는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경청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듣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흥미로왔음에도 불구하고 다 듣고 나면 무언지 좀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름대로 잘 제작한 음반에 대해 ‘새로운 것이 없다’는 식의 평은 그저 하기 좋은 소리겠지만 [Synkronized]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재미로콰이와 더불어 성장한 사람에게는 당시의 투박하고 나른한 분위기에 비해 최근의 깔끔하게 정제된 사운드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고, 멤버 면면까지 파악하고 있는 팬이라면 베이스 주자 스튜어트 젠더(Stuart Zender)가 탈퇴한 뒤 음악적 아이디어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혹시 ‘댄스 음악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번지수가 틀린 셈이다. 댄스 음악은 지금도 충분히 품격있고 예술적이니까. 혹시 20년 전처럼 “Fuck Art, Let’s Dance”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트’와 ‘댄스’의 관계가 요즘처럼 궁합이 좋을 때엔 그것도 역시 해답은 아니다. 아티스트는 단순하지도 교활하지도 않으니 소비자들끼리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마무리하자. 질문은 첫 트랙의 제목을 변형하여 “Do You ‘Feel So Good’ in These Crazy Days?” 정도로 해볼까. 20010925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 이 글은 문화웹진 컬티즌에 실린 글의 수정본입니다. 수록곡 1. Feel So Good 2. Little L 3. You Give Me Something 4. Corner Of The Earth 5. Love Foolosophy 6. Stop Don’t Panic 7. Black Crow 8. Main Vein 9. 2001 10. Picture Of My Life 관련 글 Jamiroquai [Synkronized] 리뷰 – vol.1/no.2 [19990901] 관련 사이트 Jamiroquai 공식 사이트 http://www.jamiroquai.co.uk Jamiroquai 팬 사이트 http://funkin.net http://www.jamiroqu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