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T) – As Time Goes By – 월드뮤직, 2001 이제서야 꽃 피운 R&B 디바의 의지 티(T)는 업 타운과 타샤니의 멤버였던 윤미래의 솔로 프로젝트 명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윤미래에 대한 기억은 ‘실력은 있지만 상업적으로 불운한’이나 ‘솔로로 데뷔하면 가능성 있는’ 정도가 아닐까. 아니면 ‘비주얼만 괜찮았어도 성공했을 가수…?’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을 단숨에 듣고 난 느낌은 어떤 ‘오기’ 같은 것이었다. 물론 다양한 음악요소들이 완숙하게 담겨져 있지만, 그보다는 ‘불운’을 딛고 나서겠다는 어떤 ‘의지’ 같은 것이었다. 의지는 자연스럽게 앨범에 녹아들어 ‘남성적인 랩과 중성적인 보컬’이라는 과거의 특징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첫 곡 “바보”와 타이틀 곡 “시간이 흐른 뒤(As Time Goes By)”는 그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발라드 곡이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듣고 난 후에도 오래 남는 여운은 분명 더 성숙해진 감정표현 덕인 것 같다. 애잔한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감정표현은 발라드 가수의 그것보다 능숙하며, 힙합과 소울에서 익힌 탁월한 감각은 애잔한 멜로디 안에서도 ‘내적 리듬’의 매력을 발휘한다. 이는 “행복한 나를”(에코의 리메이크곡)이나 “슬픔에 기대어” 같은 곡에서도 드러난다. 고음의 보컬이나 기교보다는 색깔과 필(feel)로 승부 하던 그녀의 중성적인 보컬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인 “Old School Love”나 “She” 같은 미들 템포의 곡은 그녀의 매력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하루하루”의 반가움도 물론 놓치기 아까운 순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녀의 변화는 성공적인 듯하다.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은 채 한 곡 한 곡이 일정수준의 퀄리티와 대중성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달려가는 리듬을 타는 남성적인 랩과 그 사이를 흐르는 리드미컬한 보컬의 매력이다. 그 매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더 훌륭해진 선물들인 “I Miss You”와 (Tiger J.K의 랩이 돋보이는) “La Musique”, (CB Mass의 참여와 스펜다우 발레(Spandau Ballet)의 “True”를 샘플링한) “삶의 향기”는 유연해지면서도 깊어진 그녀의 음악적 성숙이 느껴지는 앨범의 백미들이다. 한바퀴를 다 돌고 나니, 침이 마르게 칭찬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든다. 물론 애써 찾지 않아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강박이 되어 앨범 전체의 중심이 흩어진 채 조금은 산만해진 구성이나, 좀 더 나아간 무엇인가를 찾아보기 힘든 채 너무 평범해진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 이제 중견급임에도 불구하고 보컬을 제외하곤 전무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참여 등… 한 발짝만 더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녀의 첫 걸음이라는 점, 고만고만한 여가수들의 홍수 속에서 R&B, 힙합, 소울을 온전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여가수의 등장이라는 점, 언제나 아쉬웠던 그녀의 ‘불운’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고려한다면 어느새 아쉬움은 기대로 바뀐다. 20010927 | 박정용 jypark@email.lycos.co.kr 8/10 수록곡 1. 바보 2. 시간이 흐른 뒤 3. I Miss You 4. 슬픔에 기대어 5. 행복한 나를 6. 그대 없는 사랑 7. La Musique 8. As Time Goes By (English Ver.) 9. She (…could never be me) 10. 삶의 향기 (Soul Flower) 11. Old School Love 12. 친구가 아닌 연인 13. La Musique (English Ver.) 14. 시간이 흐른 뒤 (Remix Ver.) 15. 하루하루 관련 글 타샤니 [타샤니 1집] 리뷰 – [weiv] vol.1/no.3 [19990916] 관련 사이트 기획사 월드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world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