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영국의 한 클럽에서 온갖 펑크 밴드와 펑크족들이 모여 한바탕 난장판 공연을 벌어졌을 때, 그것이 펑크의 역사적인 원년을 기록하는 사건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로부터 꼭 25년, 벌써 4반세기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1970년대 후반 펑크가 주류 씬을 작파한 후 스스로도 급속히 와해되었고, 1980년대 지하에서 여러 변이로 흐르다, 1990년대에 얼터너티브와 뉴 펑크란 이름으로 다시 한번 주류 씬을 뒤집었습니다. 이번에는 변방 한국에도 영향을 끼쳐서, 1990년대 후반 이른바 홍대 앞 인디 씬이 개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펑크는 이제 ‘그때 거기’나 ‘지금 거기’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어제 일 같지만, ‘그때 여기’의 일과 관련해서 얘기하는 것도 섣부른 언급만은 아닐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 펑크의 나이도 만 5살이 넘었습니다. 흔히 펑크를 로큰롤 신화 가운데 하나, 혹은 음악 장르 중 하나로 규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지나치기엔 뒤통수가 아려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후일담이나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대중음악의 역사와 형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펑크는 세계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왜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weiv]에서는 펑크에 관한 특집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펑크 특집을 준비하던 중, 10월 중순에 홍대 앞에서 ‘펑크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영화제 주최측에서 펑크 관련 비디오에 관한 리뷰를 써달라는 요청을 했고, 물론 우리는 흔쾌히 응하기로 했습니다. [weiv]에서는 이번 호를 포함하여 세 차례에 걸쳐 펑크 특집 기사를 실을 예정입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몇 가지 기획했던 아이템은 포기했지만, 펑크에 관해 전반적인 검토한 특집 글, 펑크 앨범 리뷰, 펑크 영화 리뷰의 꼴은 유지할 것입니다. 그 중에는 몇 년 전 한반도 한쪽에서 펑크의 기운이 움틀 무렵 기고하였던 글을 수정, 보완한 원고도 있습니다. 이번 [weiv]의 펑크 특집은 단순히 펑크 신화의 재확인이나, 펑크에 대한 부고장이나 제문(祭文)이 아닙니다. 펑크가 현재진행형이듯, 펑크에 관한 어떤 관심도 ‘지금 여기’에 관한 현재진행형의 질문일 것입니다. 20010930 | 이용우 pink72@nownuri.net 관련 글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Ramones [Ramones] 리뷰 – vol.3/no.19 [20011001] Television [Marquee Moon] 리뷰 – vol.3/no.19 [20011001] Sex Pistols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리뷰 – vol.3/no.19 [20011001] Wire [Pink Flag] 리뷰 – vol.3/no.19 [20011001] The Clash [The Clash] 리뷰 – vol.3/no.19 [20011001] Gang Of Four [Entertainment!] 리뷰 – vol.3/no.19 [20011001] Buzzcocks [Singles Going Steady] 리뷰 – vol.3/no.19 [20011001] Slits [Cut] 리뷰 – vol.3/no.19 [200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