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킴(Puer Kim) – puer tea | Mom & Sex (2011) * 이 목소리의 주인에 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pure가 아닌 puer로 쓴다는 것 정도). 이 곡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알았다. 이미 한 장의 EP와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 첫 EP [Mom & Sex](2011)는 4곡 모두 영어로 되었고, 정규앨범 [이응](2012)은 “아”부터 “이”까지 10곡이 담겼다. 자음 ‘이응’을 제목으로 했지만 수록된 곡이 모두 모음이라는 게 재미있다(아닌가?). 동그랗게 굴러다니는 ‘이응’의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이 앨범은 EP와 달리 한국어 가사로 되어 있고 댄스곡도 있다. 그녀는 이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맡았다. * 이 음악은 모순적이다. 소울풀하면서도 미세한 호흡을 놓치지 않는 보컬이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비디오로 보이는 그녀의 외모와 표정(그리고 진한 키스 씬)이 관능적이고 야한 분위기를 만든다. 거기서 일종의 에너지가 파생되는데, 사실 노래 자체는 고전적 혹은 관습적이다. 반주를 최소화하면서 보컬리스트에 음악적 효과를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데, 멜로디 대신 화성 반주로서의 기능만 수행하는 피아노를 배경으로 보컬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짊어지고 가는 모양새다. 제작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아니라면 곡 자체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이 한 곡의 노래로부터 자의식 강하고 만만하지 않은 한 여자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2006년 미국에서 데뷔한 수지 서를 들었을 때의 익숙한 안정감과 2010년 사비나 앤 드론즈의 데뷔 EP를 들었을 때의 미세한 충격이 함께 전달된다. 평화롭지만 왠지 불안한, 영적(spiritualized)이면서 성적(sexual)인, 자칫하면 터져버릴 것 같은 긴장이 감지된다. * 두 장의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영민한 프로듀서나 레이블과 함께 다음 작업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레이블이 없는 것 같은데). 이만큼 복잡하고 매력적인 보컬과 재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 글 차우진 nar75@naver.com info. 홈페이지에서 상당히 긴 분량의 인터뷰와 EP에 수록된 다른 곡 “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단, [이응]에 실린 곡의 영상은 없다. 디지털 음원으로 모든 곡을 구입할 수 있다. http://puerkim.com/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