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7023555-brianmcknight_superheroBrian McKnight – Superhero – Motown/Universal, 2001

 

 

단아한 낭만적 목소리는 지속된다

어느덧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을 소개하려면 ‘베테랑’, ‘대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때가 되었다. 10년의 경력동안 5장의 정규 앨범과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남자 R&B 싱어에게 과분한 칭호는 아니다. 흑인 음악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건 간에 중심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은 존재가 흑인 남자 보컬리스트라면, 브라이언 맥나잇은 오늘날 바로 그런 위치를 지키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앨범 [Superhero] 중 몇 곡은 논란거리가 될만하다. 먼저 엔싱크(‘NSync)의 저스틴 팀벌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함께 부른 “My Kind Of Girl”은 스타일에 있어서 보다 대중적이고 멜로디가 수려하다. 반면 절제된 훵키 비트가 주는 긴장감은 결여되어 가볍고, 차분한 낭만보다는 감정과잉이 느껴진다. 브라이언의 스타일보다는 엔싱크의 스타일에 가깝다. 비록 이 앨범에서 가장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곡 같지만 개인적으로 그리 끌리지는 않는다. 타이틀 곡 “Superhero”는 굉장히 의외다. 짱짱거리는 기타 소리, 스트레이트한 곡 구성과 내지르는 보컬은 영락없이 시카고(Chicago)나 REO 스피드왜건(REO Speedwagon) 같은 1970년대 클래식 록(클래식 소울이 아니라!)이다.

그러나 이런 곡들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갑자기 브라이언 맥나잇이 티니바퍼나 로커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의 중심은 역시 브라이언 맥나잇이 예의 낭만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아름다운 R&B 발라드 곡들이다. 인트로에 이어 나오는 “When You Wanna Come”은 절제된 훵키 비트 위로 낭만적인 기타가 흐르는 가운데 브라이언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당대 최고의 크루닝 보컬리스트답다. 이전의 히트곡 “Anytime”이나 “Back At One”을 잇는, 브라이언 맥나잇의 매력이 물씬한 R&B 발라드 곡이다. 그의 목소리의 매력은 화려한 기교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차분함과 중용에서 나오는 낭만과 단아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이전 곡들에 피아노가 차지했던 자리를 이 곡에서는 기타가 차지한다는 점, 보다 업템포라는 점이 다른 점이다). “What’s It Gonna Be”라든가 “Get Over You”, “Still”, 그리고 가스펠 그룹 커미션드(Commissioned)의 프레드 해먼드(Fred Hammond)와 함께 한 “When Will I See You Again” 등 앨범에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브라이언 맥나잇 특유의 발라드 스타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마도 첫 싱글 곡인 듯한 “Love Of My Life”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브라이언의 팔세토를 들을 수 있는 이 곡은 창법이나 편곡에서 특히나 우아하고 고풍스럽다.

브라이언 맥나잇의 또 다른 하나의 스타일인 댄스 그루브는 “Don’t Know Where To Star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곡은 이전이라면 퍼프 대디(Puff Daddy)가 차지했었을 프로듀서 자리를 이번에는 스눕 독(Snoop Dogg)의 프로듀스를 맡았던 배틀캣(Battlecat)이 채웠고 역시 스눕 독의 사촌인 네이트 독(Nate Dog)이 참여했다.

브라이언 맥나잇은 한국 내에서도 보이스 투 멘(Boyz II Men) 이래 가장 인기 있는 R&B 뮤지션이 되었다. R&B 특유의 과잉 프로듀싱과 감정과잉에서 비롯되는 ‘느끼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브라이언 맥나잇에게는 별로 흉이 되지 않는다. 구조에서나 멜로디에서나 비교적 평이한 곡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낭만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다. 평이함은 오히려 중용으로, 단아함으로 전이된다. ‘흑인 음악은 목소리의 음악’이라는 말처럼, 시대적 조류와는 어느 정도 무관하게 목소리의 매력만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날에는 브라이언 맥나잇이 바로 그 자리를(딱 그 자리만을) 지키고 있다. 20010916 | 이정엽 evol21@weppy.com

6/10

수록곡
1. Prelude
2. When You Wanna Come
3. What’s It Gonna Be
4. My Kind Of Girl
5. Love Of My Life
6. Whatever You Want
7. Everything
8. Get Over You
9. Superhero
10. Still
11. Don’t Know Where To Start
12. Biggest Part Of Me
13. When Will I See You Again
14. For You
15. Groovin’ Tonight (Bonus Track)

관련 사이트
Brian McKnight 공식 사이트
http://www.brian-mcknigh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