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이후 ‘모던 R&B’ 사운드 프로덕션의 신호탄

지금에 와서 그녀가 미국 흑인 음악의 몇 안 되는 여성 슈퍼스타 중의 한 명임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사실 [Control] 이전의 재닛 잭슨(Janet Jackson)은 가족의 후광을 빌려 평범한 틴-팝(teen-pop) 음반들을 양산하던, ‘잭슨가’의 철없는 막내일 뿐이었다. 이 음반의 첫 번째 가치는, 따라서, 재닛 잭슨이 비로소 잭슨스(Jacskons)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독자적 뮤지션으로 거듭나는데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Control]은 이런 개인적 의미를 넘어, 198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게 될 새로운 시대 ‘모던 R&B’ 사운드 프로덕션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음악적 가치를 지닌 음반이기도 하다.

다섯 곡의 히트 싱글을 양산하며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Control]의 성공 뒤엔, 사실 그녀와 함께 앨범의 거의 모든 곡을 만들고 프로듀스를 담당했던 지미 잼(Jimmy Jam)과 테리 루이스(Terry Lewis) 듀오가 있었다. 프린스(Prince)의 사이드 프로젝트 그룹인 타임(Time)의 멤버로 활동하며 소위 ‘미니애폴리스 소울’의 공식을 완성했던 이들은, 또한 다양한 뮤지션들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면서 1980년대 초중반에 소울의 사운드를 재규정했던, 흑인 음악 씬의 스타 프로덕션 팀이었다. 특히 [Control]에서 이들 듀오는 톡톡 튀는 비트, 쪼개는 신쓰 사운드, 날카로운 베이스 라인을 결합시킨 새로운 개념의 1980년대 식 ‘팝-훵크’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준다.

물론 “When I Think Of You”와 “Let’s Wait Awhile” 같은 빼어난 싱글들이 이 앨범의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가 되긴 했지만, 보다 혁신적인 트랙들이 [Control]의 도처에 포진해있다.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이기도 했던 “What Have You Done For Me Lately”의 정교한 드럼 프로그래밍과 힘있는 베이스, 신쓰 리프의 훅은, 당시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나 프레디 잭슨(Freddie Jackson) 식의 주류 R&B 음반에서는 분명 찾을 수 없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테디 라일리(Teddy Riley)가 나오기 이전까지, 이 싱글은 힙합과 가장 유사한 R&B 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이어 앨범의 성공을 보장했던 “Nasty”는 뉴욕 스타일 디스코의 영향이 눈에 띄는데, 재닛 잭슨의 터프한 보컬 위로 부숴지는 드럼 비트와 키보드 라인이 날카롭게 결합한다. 물론, 시퀀싱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복잡한 드럼 프로그래밍이 돋보이는 “Control”, 다소 경직된 듯한 재닛 잭슨의 보컬과 휴먼 리그(Human League) 식의 뉴웨이브 건반 사운드가 결합된 “You Can Be Mine”도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의 음악적 역량이 드러나는 트랙들이다.

비록 앨범의 포문을 열면서 “이 앨범은 통제(contorol), 즉 나 자신에 의한 통제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재닛 잭슨이 호기있게 선언하지만, 이 음반의 숨은 조율사는 분명 프로듀서인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 듀오이다. 그리고 [Control]에서 드러난 이들 콤비의 프로덕션 스타일은 이후 뉴 잭 스윙을 비롯한 비트 중심의 R&B 사운드와 프로듀서 중심의 흑인음악 생산을 위한 일종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편 차기작 [Rhythm Nation 1814](1989)의 상업적 대성공으로 재닛 잭슨은 흑인 음악 씬의 부동의 여성 슈퍼스타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20010913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Control
2. Nasty
3. What Have You Done For Me Lately
4. You Can Be Mine
5. The Pleasure Principle
6. When I Think Of You
7. He Doesn’t Know I’m Alive
8. Let’s Wait Awhile
9. Funny How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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